상반기 ETF, 선두 ‘2차전지’·꼴찌 ‘팔라듐’…다음 상승 후보는 ‘조선·철강’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2차전지와 반도체, 미국 빅테크 등의 테마가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반면 하위권에는 팔라듐과 소비재, 중국, 원유 등의 테마 ETF가 자리했다.
국내외 증시의 주도주로 주가 상승세를 이어온 주식들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한 ETF들이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증시 주요 업종으로는 조선과 철강 등이 거론되고 있다.
■ 수익률 선두에 ‘2차전지’…美 빅테크·반도체 등도 ‘함박웃음’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ETF(레버리지, 인버스 제외)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테마’로 80.76% 상승했다.
TIGER 2차전지테마는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소재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완성 배터리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ETF다.
2차전지 관련주들은 올해 들어 국내 증시의 주도주로 부상하며 강세를 보여왔는데, 이에 힘입어 관련 ETF들도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TIGER 2차전지테마와 유사한 테마 ETF인 ‘KBSTAR 배터리 리사이클링iSelect’와 ‘KODEX 2차전지산업’도 각각 수익률 5위와 7위에 올랐으며, 이외에 ‘TIMEFOLIO 탄소중립액티브’와 ‘TIGER KRX기후변화솔루션’ 등도 포트폴리오에 2차전지 관련주를 포함하고 있다.
같은 기간 수익률 2위 ETF는 70.45% 상승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FANG플러스’로, 미국 7대 빅테크 기업(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테슬라, 알파벳, 넷플릭스)과 엔비디아 등을 위주로 담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해 글로벌 금리 인상의 여파로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들어 반등세를 이어오고 있다.
KODEX 미국FANG플러스 외에도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와 ’HANARO 미국메타버스iSelect’ 등 유사한 테마 ETF들이 순위권에 올랐다.
수익률 3위는 65.66%을 기록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다. 펀드 내 엔비디아의 비중이 26.80%를 차지하고 있으며, ASML홀딩스와 TSMC,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또 다른 반도체 ETF ‘KODEX 미국반도체MV’도 수익률 상위 10권에 안착했다. 이 ETF는 엔비디아와 TSMC의 비중을 각각 13.92%와 10.83%으로 구성했으며, ASML홀딩스와 인텔,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 브로드컴 등의 반도체 기업을 각각 5% 내외로 담고 있다.
■ ‘팔라듐 ETF’ 하락률 1위…소비재·중국·원유도 약세
이와 반대로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한 ETF는 연초 이후 27.83% 하락한 KB자산운용의 ‘KBSTAR 팔라듐선물(H)’로 나타났다. 해당 ETF는 ‘S&P GSCI 팔라듐 ER지수’를 추종하고 있다.
팔라듐은 구리나 니켈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추출되는 금속으로, 주로 화학 반응을 돕는 촉매로써 뛰어난 성능을 보여 반도체나 자동차와 같은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팔라듐의 약 85%가 자동차의 매연저감장치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팔라듐의 주요 산지는 러시아인데,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후로 생산 차질 우려가 생기며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매연저감장치가 불필요한 전기차 생산 확대 계획을 발표하자 팔라듐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전일 기준 팔라듐 선물은 온스당 1246달러에 장을 마쳤는데, 이는 올해 1월 2일 종가(1803달러)의 69% 수준이다. 최근 1년새 고점(2360달러)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이에 KB자산운용에서 출시한 팔라듐 선물 지수 역추종 ETF인 ‘KBSTAR 팔라듐선물인버스(H)’는 같은 기간 25% 넘게 상승했다.
수익률 하위 2위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Fn웹툰&드라마’다. 해당 ETF는 에프앤가이드 웹툰&드라마지수를 기초지수로 삼고 있으며, 카카오와 네이버,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같은 기간 15.00% 하락해 5위를 기록한 ‘TIGER KRX인터넷K-뉴딜’도 포트폴리오 내 카카오와 네이버의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TIGER 200 생활소비재’와 ‘KBSTAR 200생활소비재’, ‘KODEX 필수소비재’ 등이 15%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각각 하락률 3위와 4위, 6위에 자리했다.
해당 ETF들은 공통적으로 포트폴리오 내 KT&G의 비중이 가장 크다. KT&G는 올해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주가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KT&G는 올해 부동산 실적 감소와 담배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핵심 성장 사업인 NGP(궐련형 전자담배)과 해외 담배 사업, 주주 환원 정책 등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하락률 7~8위는 중국 관련 ETF인 ‘SOL 차이나태양광CSI(합성)’와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가 기록했다.
SOL 차이나태양광CSI(합성)는 중국 태양광 관련 기업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장외파생상품에 주로 투자해 CSI 태양광 산업 지수(CSI Photovoltaic Industry index)를 추종한다. TIGER 차이나전기차 SOLACTIVE는 중국 전기차 산업 관련 기업들로 구성된 ‘솔라액티브 중국 전기차 지수’(Solactive China Electric Vehicle)를 기초지수로 삼고 있다.
원유선물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하락률 순위권에 올랐다. 최근 미국 원유 재고가 증가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했는데, 이에 해당 ETF들의 수익률도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 하반기 주도주 후보에 ‘조선·철강’ 거론…‘2차전지 연타’ 가능성도
올해 하반기 증시는 글로벌 경기 회복과 금리 인상 중단 여부에 좌우될 것으로 보이는데, 두 요소가 모두 충족될 경우 조선과 철강이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조선주의 경우 이달부터 선가가 상승하고 있고, 수주 확대나 정부 지원 등의 호재성 재료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업황 개선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다.
영국의 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5월 말 기준 170.1로, 전년 동월 대비 10.03포인트 올랐다. 해당 지수는 조선 업종의 선행 지표로 활용되고 있는데, 170포인트를 웃돈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조선소별 고부가 선종의 인도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HD현대중공업의 수주선가 증가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LNG선과 컨테이너선의 인도 비중이 타 조선소보다 빠르게 올라올 전망으로 주요 조선사들은 연말까지 가파른 실적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주는 주요 소비국인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재건 수요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재건 이슈가 철강 수요를 이끌 수도 있다”며 “현재까지 집계된 우크라이나 도로·교량 피해액은 40조원 수준으로, 이를 복구하기 위해선 3조원 규모의 철강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상반기 증시를 이끌어 온 2차전지가 하반기에도 주도주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내 2차전지 소재 공급 물량 부족에 따라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가, 3분기부터는 분리막 기업들의 고객사도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등 중인 리튬 가격 및 수요 증가 등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 효과 등이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며 “하반기 2차전지 셀이나 양극재 기업들의 호실적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