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세계경제에서 발생한 장기침체의 4가지 유형을 살펴본다 (中)

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3.07.05 00:30 ㅣ 수정 : 2023.07.05 00:30

[기사요약]
1991년부터 약 13년간 진행된 일본의 장기침체는 ‘버블붕괴형’
심리적 요인, 플라자 합의, 재테크 행동, 정책실패 등이 버블 형성
버블붕괴 맞은 일본경제, 주가 폭락 시작으로 지가 폭락과 경기 급락 등 복합불황에 봉착
한국경제도 일본 사례 반면교사 삼아 버블의 발생원인 근본적으로 치유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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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avatrade]

 

[뉴스투데이=김범식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지난 편에서는 장기침체 원인을 세분화해서 보면 ‘외부충격형’, ‘버블붕괴형’, ‘포퓰리즘형’, ‘시스템 불안형’ 등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음을 언급했었다. 그리고 ‘외부충격형’의 대표사례로 석유파동 때의 미국경제를 소개했다.

 

이번 편에서는 ‘버블붕괴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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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naver blog]

 


• ‘버블붕괴형’의 대표적인 사례, 1990년대 일본의 장기침체

 

1991년부터 약 13년간 진행된 일본경제의 장기침체는 급속한 버블 형성과 붕괴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버블이 발생한 원인은 4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심리적 요인이다. ‘토지신화’와 ‘플러스 경제성장에 대한 믿음’이 토지와 주식 투기심리를 부추겼고, 기업의 설비투자 경쟁을 초래했다.

 

당시 일본 국민 사이에서는 “토지가 한정된 일본에서 지가는 언제나 올라가기 마련이다”라는 믿음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또한, 일본은 1974년 석유파동 때를 제외하면 항상 플러스 성장을 지속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믿음이 만연했다.

 

둘째, 달러화 강세를 완화할 목적으로 추진된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를 들 수 있다.

 

플라자 합의에 따라 엔화가치는 단기간에 과도하게 상승하게 된다. 1985년 9월 237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1988년 1월 127엔까지 절상되었다.

 

엔/달러 환율이 200엔 이하로 떨어지게 되자, 엔고(高)대책으로 달러 매입(엔화 매각), 통화확대, 이자율 인하 정책을 실시했다.

 

엔고 불황에 대처하기 위해 5%대에 머물던 공정금리를 1986년 1월부터 1987년 2월까지 5차례에 걸쳐 2.5%까지 인하했다. 이는 시장에 과잉 유동성을 공급하여 버블 형성의 기폭제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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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제임스 베이커(James Baker) 당시 미국 재무부장관이 플라자 합의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npr]

 

셋째, 기업들의 ‘재테크 행동’과 그것들을 가능하게 한 금융환경 조성이다. 당시 일본은 경제력에 대한 과신, 미국으로부터의 시장개방 및 규제완화 요구가 서로 맞물려 금융자유화를 실시했다.

 

기업은 기업어음, 신주인수권부 사채 등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가지고 은행이 발행한 양도성 예금증서를 매입하거나 특정금전신탁 등에 맡기면 저절로 이익이 창출되는 소위 ‘재태크’가 가능했다.

 

더불어 부동산 담보로 차입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관행도 성행했다. 이러한 기업의 재테크 행태는 버블 형성과 팽창을 촉진시켰다.

 

넷째, 버블 형성을 허용한 ‘정책실패’를 들 수 있다.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대책으로서 통화확대 정책을 너무 장기간에 걸쳐 실시하면서 토지와 주식에 대한 투기적 투자가 조장되고, 그에 따라 버블이 형성되었다.

 

당시 통화확대정책을 장기간에 걸쳐 실시한 것은 통화긴축 정책을 실시할 경우 엔고 재연으로 인한 경기 악화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1987년 10월 경험한 블랙 먼데이도 통화긴축 정책으로의 전환을 방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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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reuters]

 


• 버블붕괴로 일본경제는 복합불황에 봉착

 

1990년 주가 폭락에 이어 1991년에는 지가 폭락과 더불어 실물경기도 급락하기 시작했다. 일본경제의 버블붕괴는 10년 이상 침체상황을 초래했다.

 

매출감소와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추가차입이 어려워지고, 유동성 악화와 도산 위험 증가, 그리고 투자 부진 등을 겪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기업투자 부진, 고용불안, 소비심리 위축 그리고 기업수익 악화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었다.

 

주가 및 지가 버블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판단 실수는 경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예를 들어 공정이자율 인상정책은 주가 버블이 붕괴되기 직전인 1989년 5월 말에 이르러서야 시행되었다.

 

또한, 1990년 4월부터 1991년 12월까지 금융기관 부동산 관련 대출의 총량규제를 실시했는데, 이는 부동산 버블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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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pamag]

 

특히, 버블 초기에 안이한 대응은 버블붕괴 과정을 장기화시켰다. 1990~92년 초기에 정부, 기업, 금융기관들은 버블이 어느 정도 제거되면 다시 과거 성장 궤도로 진입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안이하게 대응했다.

 

금융기관은 부실채권처리보다 추가융자의 길을 선택했고, 기업은 부실부문 처리보다는 자회사 등으로 이관시키는 편법을 동원했다.

 

정부도 부실정리, 구조조정 등 근본적인 처리보다는 내수진작에 치중했다.

 

일본 경제기획청은 1993년 경제백서의 표제를 ‘거품의 교훈과 새로운 발전으로의 과제’로 선정하고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다.

 

“거품 생성과 붕괴 과정을 통해 보면, 거품에 경제적 장점은 없고, 있는 것은 단점뿐이라는 것이 이번 경험이 가르치는 것이다”.

 

한국경제도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버블의 발생원인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시장 모니터링 등 정책 대응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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