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인도 방문③] 판교 테크노밸리와의 협력 위한 '실무협의체' 구성키로...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할 확대에도 공감해
임은빈 기자 입력 : 2023.07.07 09:39 ㅣ 수정 : 2023.07.07 09:44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장관 만나 '반도체 메카'인 경기도와 인도의 우수 IT 인력 간 시너지 강화 제안하고 구체적 성과 거둬
[뉴스투데이=임은빈 기자] "인도에서 거둔 성과, 태국으로 이어가겠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같이 밝히고 인도에서의 4박 5일 일정을 마무리하고 태국 수도 방콕으로 향한다는 계획을 알렸다.
김 지사는 "인도에서의 마지막 날도 바쁘게 지냈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장관, 상공부장관을 만나 경기도와 인도 사이 경제 협력을 논의했다"며 "오전에 만난 인도 진출 한국기업 대표단의 애로사항도 전달하며 해결을 부탁했다. 상공부장관과는 서로 개인 휴대폰 번호를 교환하며 아무때나 편하게 연락하자고도 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오후 늦게는 뉴델리에서 20㎞ 떨어진 삼성전자 노이다 연구소에 방문했다. 2400명에 달하는 직원 대부분이 현지의 젊은 혁신인재들이었다"며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며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눴다. 한국기업과 인도 혁신인재의 만남은 한-인도 상생협력의 상징이자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가 한-인 수교 50주년을 맞아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상공부 장관을 연이어 만나 '반도체 실무협의체' 추진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김 지사는 4일(현지시간) 오후 뉴델리의 인도 철도본부 청사에서 아쉬위니 바이쉬나우(Ashwini Vaishnaw)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장관을 만났다. 김 지사는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를 '반도체 메카' '챗GPT 성지' 등으로 표현하면서 인도와의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특히 아쉬위니 바이쉬나우 장관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선도기업'으로 표현하면서 협력 확대 의사를 밝혔고, 김 지사는 이들 기업의 투자 확대 계획을 설명하면서 우수한 인도의 IT 인재의 동참 등을 강조했다.
김 지사가 이 같은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를 제안하고 바이쉬나우 장관이 즉석에서 수용해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김 지사는 챗지피티(Chat-GPT)로 준비한 인사말인 "경기도는 IT(정보통신)와 AI(인공지능)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가장 앞서고 있는 프런트 러너(선두 주자)다. 특히 IT와 관련해 전문성이 큰 인도와의 협력에 대해 가장 적합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판교 테크노밸리가 대한민국에서 IT와 챗지피티의 성지처럼 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쉬위니 바이쉬나우 장관은 "경기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선도 기업이 있는 지역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협력할 가능성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한국은 이미 반도체 강국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도움 받을 일이 앞으로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 지사는 "세계 굴지의 반도체 회사들이 경기도에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 등의 투자 계획에 따라 경기도는 메가 반도체클러스터를 지원해 전 세계적 반도체 메카가 되려 한다"며 "인도가 갖고 있는 우수한 IT 인력이 함께 한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경기도도 인도의 도움을 받고 함께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김 지사가 인도 정부, 경기도, 국내 대기업·반도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아쉬위니 바이쉬나우 장관은 이를 즉석에서 받아들였다. 이어 아쉬위니 바이쉬나우 장관은 인도가 추진 중인 경제정책을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인프라 구축 △제조업 육성정책(Make in India) △전자지불시스템 구축 △혁신과 스타트업 등 네 가지로 구분하며 한국과의 협력 잠재력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에 김 지사는 "인프라 부분은 경기도에 관련된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뒀으면 좋겠다. 국내 제조업 기업들이 인도 추가 진출을 희망하는 가운데 IT와 AI 등 첨단산업을 추가적으로 해서 협력할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 말씀드린다"며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경기도는 전통제조업·농업 분야에서 디지털 라이징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를 벤처, 스타트업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했었는데 판교에 그와 같은 벤처기업·캐피털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쉬위니 바이쉬나우 장관은 김 지사가 네 가지 경제정책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하자 "답변을 꼼꼼히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끝으로 김 지사는 "인도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네 가지 전략을 아주 적절하게 포인트 잡은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에 제가 대한민국의 25년 뒤를 보면서 만든 비전(비전2030)이 있었는데, 그 경험으로 한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그 당시 한국은 경제 발전과 별도로 사회시스템, 소셜캐피털(사회적자본) 등이 부족해 양극화,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생겼다. 충분히 고려하시겠지만, 장관님이 넓은 시야로 보면 좋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겸손하게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아쉬위니 바이쉬나우 장관은 "소셜캐피털 문제 중요하다. 연 6~7%씩 성장하는 나라에서는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많다"며 "조언을 감사히 그리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인도는 인텔,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를 다수 유치할 정도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관심을 쏟고 있다. 경기도는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소재지이면서 민선 8기 들어 세계 반도체 장비사 1~4위의 연구소를 유치하는 등 '반도체 메카'에 다가가고 있다.
아쉬위니 바이쉬나우 장관은 통신부, 철도부 등 3개 부를 겸직하고 있는데, 김 지사는 지난 6월 수백 명이 숨진 인도 기차 사고와 관련해 주한인도대사관에 애도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아쉬위니 바이쉬나우 장관은 참사 지역인 오디샤주 상원의원이기도 하다.
■ 피유시 고얄(Piyush Goyal) 인도 상공부 장관 만나 인도와의 협력 방향 설명
이어 김 지사는 뉴델리의 인도 상공부 청사에서 피유시 고얄(Piyush Goyal) 인도 상공부 장관을 만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상공부 산업무역진흥청 사업으로) 10월 개장할 인도국제전시컨벤션센터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훌륭한 컨벤션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도(道)를 대표하는 지사로서 지금 인도와 협력관계를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와 상공부 장관 등 인도 고위급 인사와의 만남은 김 지사와 인도 간 오랜 인연이 뒷받침됐다. 김 지사는 2017년 경제부총리 시절 한-인도 재무장관 회의에서 인도 재무부 장관을 만나 금융·교역 등 경제협력을, 같은 해 마하라슈트라주 총리를 만나 국내기업 진출방안을 각각 이야기했다. 경기도지사로서 올해 3월 7일 아밋 쿠마르(Amit Kumar) 주한 인도 대사를 만나 인적 교류, 반도체, 전기차 등 미래 신산업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 연구개발 인력만 1595명인 삼성전자 노이다 연구소 방문, 인도 청년들 만나 '윈윈관계' 강조
한편 김 지사는 이날 오후 뉴델리에서 약 20km 떨어진 삼성전자 노이다 연구소를 방문했다. 경기도에 본사를 둔 삼성전자와의 협력관계 등으로 성사됐으며, 노이다 연구소가 2022년 2월 확장 이전한 후 정부 기관의 첫 방문이다.
2007년 9월 설립된 연구소는 스마트폰 장치 성능 등을 주로 연구한다. 2만2000㎡(10개 층) 규모로 2300여 명의 직원 중 연구·개발(R&D) 인력만 1595명이다. 특히 현지 젊은 정보통신(IT) 인재들을 영입해 평균 연령이 27세일 정도로 젊음, 혁신, 상생협력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김 지사는 박종범 삼성전자 인도법인 대표 겸 서남아총괄 등과 연구소를 시찰하고, 인도인 청년 직원 10여 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지사와 인도 청년 직원들은 경기도-인도 인적·기술 교류, 혁신 정신, 협력을 위한 역사·문화 이해 등을 얘기했다.
김 지사는 "여러분 같은 젊은 혁신가와 삼성이 함께 한다는 것이 양국의 협력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양국의 관계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돕고 배우는 윈윈(win-win) 관계다. 자부심을 갖고, 양국 관계의 가교역할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