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는 계속 상승···고금리에도 이익 둔화 우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 2월부터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움직이지 않은 건 긴축 효과에 따른 물가 상승률 둔화와 경기 부진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은행 금리가 뜰썩일 가능성이 남아있다. 최근 조금씩 오르고 있는 수신금리와 새마을금고 사태 등으로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 예상대로 기준금리 4차례 연속 동결···‘물가 둔화’ 뚜렷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 1월 연 3.25%에서 3.50%로 인상한 뒤 2·4·5월에 이어 4차례 연속 동결 결정이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긴축의 가장 큰 목적인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전년동기 대비 2.7%로 오르며 둔화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2%대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로 21개월 만이다.
또 지난해 내내 이뤄진 기준금리 인상에 누적된 부작용이 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 물가·경기 경로를 관찰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연 5.00~5.25%)과의 기준금리 격차로 제기되는 외화 유출 우려도 잦아드는 모양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그동안 2000년·2005년·2018년·현재 등 총 4번의 한-미 기준금리 역전 상황에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이 줄어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 기준금리 안 변하니 은행 금리도 유지?···“불확실성 남아있어”
은행권에서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중앙은행 통화정책 외에도 금융시장 불확실성 요소가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은 은행에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건전성 악화 리스크도 안아야 한다.
현재 가장 우려되는 건 새마을금고 사태다. 최근 예금 인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채권을 일시에 매각했는데, 이 여진으로 채권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투자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금리도 상승한다.
지난 11일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의 평균 금리는 연 4.30%로 이달 3일(4.18%) 대비 0.12%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채 5년물은 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의 금리를 정하는 기준이기 때문에 가계대출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채권 금리가 오르면 자금 조달 비용도 커지는 게 문제다. 이 비용은 대출금리 반영돼 은행과 차주 모두에 힘든 상황이 된다”며 “한동안 안정됐던 자금 조달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져 면밀한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수신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점도 대출금리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인 코픽스(COFIX)가 은행 수신금리를 따라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채권금리 상승→수신금리 상승→대출금리 상승의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다.
■ 하반기까지 부실 대비 최우선···비용 증가에 이익 둔화 우려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가계와 기업의 상환력이 약화되는 점도 부담이다. 연체율이 오르고 부실채권이 증가하면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위협받는다. 잠재 부실에 대비한 손실 흡수 능력 확충에는 결국 비용이 들어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21곳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손충당금 잔액은 24조7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2.2%(4조3599억원) 증가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19.3~33.3%의 증가율을 보였고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최대 838.7%를 기록했다.
충당금은 부실 우려가 해소되면 환입이 가능하지만, 당장은 회계상 비용으로 잡힌다. 매분기 실적을 결산할 때 당기순이익에서 충당금 적립액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익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전히 금융시장 곳곳에 금리 상승 요인이 잔존했고, 가계·기업대출 부실화가 장기화되면서 은행권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한 만큼 중장기적 성장에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금리가 오른다고 은행에 무조건 호재로 볼 수 없는 게 잠재적 위험요소가 누증되면서 충격 대비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해도 점진적으로 할 텐데, 그동안 나간 대출 자산 곳곳에 금리 인상 부작용이 섞여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