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하나금융 품으로 가나…건전성·수익성 등 인수효과 의문
KCV PEF,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 선정
'비은행 강화' 나선 만큼 협상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
K-ICS 비율 당국 권고치 못 미쳐…최소 5000억 더 투입해야
상품 포트폴리오‧판매채널 등 합병 시 시너지 효과 기대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보험업계에 지각변동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칸서스밸류PEF(KCV PEF)는 최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을 선정했다. 하나금융은 이달 7일 KDB생명에 대한 '비구속적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KDB생명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정도의 표명일 뿐 구속력이 있는 효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라며 "실사를 통해 인수할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선 만큼 하나생명과 KDB생명의 합병을 통해 생보업권 내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은 6~7주간 실사를 진행한 뒤 산업은행과 매각가 등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하나금융의 생명보험 계열사 하나생명의 자산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5조2000억원 규모다. KDB생명의 자산 규모는 같은 시기 기준 17조2000억원 규모다.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자산 규모는 22조원대로, 업계 10위로 단숨에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KDB생명의 건전성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를 기준으로 보면 KDB생명의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전 47.7%로 보험업법이 정하는 기준치인 100%가 되지 않는다.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101.7%에 그쳐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에 미치지 못한다.
KDB생명의 지급여력은 7286억원으로, 지급여력기준금액은 1조5181억원이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하는 경우 K-ICS 비율 150%에 맞추려면 1조5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야 하며, 경과조치 적용 후를 기준으로 해도 5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어야 한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의존도가 큰 KDB생명의 재무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채권 만기가 도래할 때마다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KDB생명의 올해 1분기 자본은 5526억원이다. 이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이 2129억원으로 38.5%를 차지한다.
KDB생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지적된다. KDB생명은 2017년 76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18년 64억원, 2019년 345억원, 2020년 426억원, 2021년 232억원, 2022년 48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금융이 인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DB생명의 수익성, 자본 적정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면서 "실질적인 인수합병 효과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나금융이 비은행 강화를 위해 KDB생명 인수에 나섰지만, 실제 인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KDB생명의 현재 상황을 보면 인수가격 외에 K-ICS 비율 제고를 위한 자금 투입도 필요한 만큼 많은 자본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하나생명과 KDB생명이 인수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KDB생명은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크다. 생명보험협회 월간 보험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보유계약 기준 KDB생명의 보장성보험은 36조1912억원이며, 저축성보험은 12조2339억원이다. 보장성보험 규모가 저축성보험보다 3배 가량 많다. 하나생명의 경우 저축성보험 4조6786억원, 보장성보험 2조1695억원으로 저축성보험이 2배 이상 큰 규모를 보였다.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른 만큼 합병 시 상호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매 채널도 하나생명은 방카슈랑스 채널이 활성화 된 반면 KDB생명은 설계사 조직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합병을 통한 판매 채널 다각화를 노릴 수도 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하나생명과 KDB생명이 합병하면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업계 10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존재감이 작은 하나생명이 단기간에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인수합병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사가 합병한다면 상호 보완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KDB생명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비용이 큰 만큼 성사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