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인터뷰] 여성 최초로 방산기업에서 사원으로 출발해 임원까지 오른 ‘김미정’ LIG넥스원 상무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7.18 19:29 ㅣ 수정 : 2023.07.19 16:29

호기심 많아 새로운 일 두려워하지 않고 기준·원칙 중시하며 현장 방문 통한 업무 파악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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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롯데월드타워 LIG넥스원 서울사무소 미팅룸에서 기자와 인터뷰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김미정 상무. [사진=LIG넥스원]

 

 

[뉴스투데이=김한경 시큐리티팩트 에디터]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무기 만드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는 김미정 상무. 지난 17일 롯데월드타워 10층 LIG넥스원 서울사무소 미팅룸에서 기자와 만난 그녀는 여성 최초로 방산기업에서 사원으로 출발해 임원까지 오른 ‘유리천장’을 깬 대표적 인물이다.

 

이전에 여성 임원이 있었던 적이 한 번 있었지만, 외부에서 임원으로 영입된 케이스이고 “말단 직원부터 시작해 그 회사의 임원까지 올라온 경우는 자신이 처음인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단아한 외모지만 성격이 밝고 활달한 데다 에너지도 넘치는 김 상무는 한때 따분한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인도로 훌쩍 떠나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녀의 첫 직장은 ‘LG전자부품(현 LG이노텍)’이었다. 입사 후 몇 년은 눈을 뜨면 갈 곳이 있는 데다, 동료들이 잘 챙겨주고 월급 받는 재미도 있어 신나게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변화가 별로 없었던 업무에 점차 흥미를 잃어가면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고, 평소 가보고 싶었던 인도로 떠날 준비를 마칠 즈음 사표를 던졌다. 

 

통금시간이 저녁 9시일 정도로 보수적인 부모님 밑에서 자랐던 김 상무에게 인도는 자유로움의 상징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선배와 동료들은 한 달 동안 그녀가 좋아하던 삼겹살을 매일 사주면서 적극적으로 퇴사를 말렸다고 한다. 이렇게 함께 일하자며 권유하자 마음이 흔들렸고 결국 인도행은 잠시 접고 딱 1년만 더 일하자고 생각을 바꿨다. 

 

그렇게 회사로 복귀했을 때 당시 상사가 “방위산업 분야에서 새롭게 마음잡고 일해보지 않겠냐”며 당시 LG정밀(현 LIG넥스원)을 추천했다. 호기심이 많았던 그녀는 “평소 볼 수 없었던 무기들이 너무 신기했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며 “이제는 방산을 떠나서 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상무와의 일문일답.

 

Q. 사내 최초 여성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동안 주로 어떤 직책을 맡았으며,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기획으로 입사해서 회계, 재무, 원가, 정도경영을 거쳤고, 당시 여성에게 쉽게 맡기지 않는 총무팀장과 환경안전팀장 보직도 맡았다. 2021년 LIG넥스원이 부문 체제로 들어서면서 PGM 부문 사업기획관리실장 직책을 담당했고,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했다. 승진 이후 현재는 ‘C4ISTAR부문 사업기획관리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새로운 일을 만나면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이 생겨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편이다. 또한, 기준과 원칙을 중시하는 편이라 방산의 체계화된 업무 프로세스와 잘 맞았고, 어떤 업무를 하더라도 현장을 방문해 직접 눈으로 보고 담당자와의 협업을 위해 노력했다. 이런 나만의 업무 스타일이 강점으로 작용한 듯하다.

 

Q. C4ISTAR부문 사업기획관리실장은 어떤 일을 하는 자리이며, 이전과 상당히 다른 직책인데 어려움은 없는지?  

 

A. LIG넥스원은 PGM, C4ISTAR 등 2개의 국내 부문과 수출을 담당하는 해외 부문이 있다. 사업기획관리실은 부문의 전략, 기획, 인사, 재무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직책을 맡고 11일 차에 연두 업무보고, 한 달 뒤에 부문 전략보고를 해야만 했다. 막막했으나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기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있으며 이공계 전공자가 아니어서 기술적인 면에 많은 부족함을 느낀다. 

 

그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채워보고자 시간 날 때마다 분야별 전문가들께 도움을 받아 공부하고 있다. 그분들께 감사드린다. 현재 C4ISTAR 부문은 약 480여개의 프로젝트가 흘러가고 있다. 각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최선의 지원을 할 예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야별 학습과 함께 학회, 세미나, 포럼 등에도 자주 참석해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알아갈 생각이다.   

 

Q. 사무실에서 신문지 깔고 자면서 일할 정도로 일 욕심이 많고 책임감도 뛰어나다는 얘기가 있던데, 두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로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A.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설렘이 타인에 비해 큰 것 같다. 하나에 집중하면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을 때가 많았다. 과장 시절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늦게까지 일하다 보면 집에 다녀오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사무실에서 신문지 깔고 잔 것은 지금 생각하면 창피한 마음도 들지만, 당시 엄청 따뜻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육아는 다행히 친정 부모님이 아이들을 돌봐주시고 남편도 장기 출장이 잦은 건축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일에 전념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제 기준에서는 힘들었고, 현재 역시 가정보다는 일에 저울의 추가 기울어 있다. 그러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과 가정도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늘 최선을 다해 왔다.

 

Q. 무기를 만드는 방산기업에는 여직원이 별로 없고 남성 위주의 문화가 강할 것 같은데 회사 생활에 어려움은 없었나?

 

A. 초창기에는 군대 경험도 없어 용어 이해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한 번은 동료에게 ‘KT(Korea Training)-1이 뭐예요?’라고 물었더니 농담 삼아 ‘Korea Telecom’이라고 대답하더라. 지금이야 웃을 수 있지만, 그땐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예전에는 여직원이 부서에서 홍일점일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여직원이 10% 이상이다. 

 

방산기업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배려를 받은 적은 없었으나 차별 또한 당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남녀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점과 여직원을 위한 여러 복지제도 등을 고려하면 LIG넥스원은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Q. 윤 대통령이 우수 인재 활용을 위해 “대통령보다 월급 더 많이 받는 공무원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방산 전문인력 충원과 장기 활용 측면에서도 이런 접근이 필요할 듯한데.

 

A. 항공우주 전문인력 확보 차원에서 하신 말씀으로 아는데 방산 핵심인력의 확보도 같은 맥락에서 매우 중요하다. 요즘은 졸업하는 학생 수도 절대적으로 줄어든 데다 인재들은 의대로 몰린다고 하지 않나. 이공계 인력 부족 현상은 민간 대기업뿐만 아니라 방산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필요한 인재를 끌어들이려면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일하기 좋은 환경 제공과 함께 노동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회사도 개선할 부분들을 계속 찾고 있다. 아울러 지금처럼 정부의 로드맵에 따라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첨단 신기술 분야에 대한 도전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민간기업보다 폐쇄적인 연구개발 환경 개선을 통해 일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연구개발 분야에서 필요하다. 무엇보다 방위산업에서는 경험이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수년간 경험을 쌓은 전문인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방산기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갖고 처우 개선과 관련된 제도적 지원책이 강구돼야 한다.

 

Q. 방위산업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임원이 됐는데 앞으로의 포부는?

 

A. 무기체계는 기술적 성능의 구현은 물론이고, 그 어떤 것보다 안전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신기술을 접목하고 빠르게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단계를 안전하고 꼼꼼하게 밟아 완벽히 제작돼야 한다. 방위산업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을 50여년 만에 방산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든 K-방산의 DNA는 ‘신뢰’이며, 이것이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이다.

 

이러한 신뢰를 기반으로 내가 맡은 사업의 고객 및 파트너들과 함께 성장한다는 것 또한 나를 이 업계에 발붙이고 있게 만든 방산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업체 혼자 개발하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정부 기관과 업체들이 함께 협업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하나의 무기체계를 완성해내는 ‘대규모 협력’은 민수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다.

 

임원 승진한 지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미래에 대한 포부를 말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많고, 알아야 할 것들도 상당하다. 현재는 C4ISTAR 부문에서 근무하는 2000여명의 별들이 각자의 색깔로 반짝일 수 있도록 현재 직책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만 충실할 생각이다.

 

 


◀ 김미정 프로필 ▶ LIG넥스원 C4ISTAR부문 사업기획실장(상무). 중앙대(심리학 전공) 졸업. LIG넥스원에서 경영기획팀 대리, 회계팀(서울) 과장, 경영기획팀 차장, 경영진단팀 부장, 총무팀장, 환경안전팀장, PGM부문 사업기회관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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