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40년, 사라지는 미래(8)] "일·육아 병행하고 싶은데"...'가족 친화적' 기업 문화 일부에 불과

서예림 기자 입력 : 2023.07.27 09:22 ㅣ 수정 : 2023.07.27 10:07

삼성·롯데·포스코 등 대기업 중심으로만 '출산 지원' 활발
중소기업은 대체 인력 구하기 쉽지 않아 '소극적'
"저출산 극복 위해 근로자·기업 어려움 모두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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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1984년 합계출산율 1.74명을 기록한 이래 40년째 저출산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2022년에는 역대 최저치인 0.78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 감소는 학령인구‧병역자원‧생산인구‧총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로 이어진다. 정부는 저출산에 대응하기 위해 2006년부터 해마다 수십조원을 투자해왔으나 출산율 하락은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저출산 정책의 진단과 출산율 제고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분석해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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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남들 다 해주는 단축근무도 없고, 육아휴직도 당연히 없어요. 그저 출산하고 주는 출산휴가 3개월이 전부예요. 회사를 신고하거나 그만 둘 각오하고 싸워야 하는데, 사실 쉽지 않죠". 출산·육아 관련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말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1명을 밑도는 0.78명. 출산율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일하기 좋은' 또는 '가족 친화적인' 기업 문화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는 여전히 일부에 불과하다. 육아휴직 조차 '대기업' 중심으로만 활용되고 있는 실상이다.

 

실제 시민단체119에 따르면 직장인 1000명 중 45.2%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그중 5인 미만 사업장은 67.1%에 달했다. 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조사 결과, 올해 기준 근로자 1000명당 육아휴직 사용자는 대기업 13.7명, 중소기업은 절반 수준인 6.9명에 그쳤다.

 

이에 '일'과 '육아'을 양립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한킴벌리가 실시한 조사에서 57.1%는 출산·육아 환경이 뒷받침될 경우 계획하고 싶은 자녀 수가 2명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가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중소기업 육아휴직 이용률 저조…회사 복지는 ‘그림의 떡’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0.78명까지 추락한 원인으로는 근로자가 그동안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었다는 점이 손꼽힌다. 그나마 상당수 대기업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전자', '롯데그룹', '포스코'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법적으로 육아휴직은 만 8세(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 양육 시 최대 1년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우, 여기에 1년을 더해 최대 2년까지 육아휴직을 보장한다. 자녀 연령도 만 12세까지 사용 가능하도록 했다. 롯데그룹의 육아휴직 기간도 최대 2년까지다. 

 

포스코는 하루 8·6·4시간 중 선택해서 근무할 수 있는 육아기 재택근무를 4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대기업 사이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또한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밖에도 다양한 출산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원제도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최근 중소기업도 저출산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이용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대체 인력이 부족한 탓에 임신 기간 야근이나 주말 근무를 서는 것은 물론, 육아휴직은 쓸 수 없는 근로자가 대부분이다.

 

고용노동부가 개최한 '워킹맘·대디 현장 멘토단' 발대식에서 근로자들은 "중소기업에서 육아휴직을 내는 경우, 대체인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아 회사에서 소극적"이라며 "육아지원제도 사용을 허용하거나 육아휴직 복귀자가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혜택 제공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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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reepik]

 

■ 정부,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 확산 나섰지만… 실효성 있을까

 

정부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가족 친화적인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먼저 경력단절 없이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지원 대상과 기간, 급여를 확대한다. 근로시간 단축 대상은 현행 만 8세에서 만 12세까지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간은 부모 1인당 최대 24개월에서 26개월, 급여는 하루 1시간에서 2시간까지 통상임금 100%를 지급한다.

 

생후 12개월 이내의 자녀를 둔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 첫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 지급하는 '부모 육아휴직 맞돌봄(3+3)' 제도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밖에도 배우자 출산휴가를 지원하고, 대체인력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지원 대상·기간·급여를 확대하는 것 외에는 눈에 띄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육아휴직조차 사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법안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서는 '일'과 '육아' 병행으로 인한 근로자와 기업의 어려움을 모두 살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중소기업에 외국인력 추가 고용을 허용하거나, 육아휴직자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직장동료의 업무가 증가한다면 별도의 지원금 지급하는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미옥 한국여성벤처협회의 회장은 "중소기업은 육아휴직으로 인한 대체인력 구인이 어렵고, 대체인력을 고용한 경우 휴직했던 직원의 복귀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다"며 "정부가 대체 인력군을 고용하고 인력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적시에 지원하는 방식 등을 고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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