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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닷컴 버블'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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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입력 : 2023.08.02 08:55 ㅣ 수정 : 2023.08.0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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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편집국장 대행

 

[뉴스투데이] "이차전지만 있는 기형적인 주식시장이다. 마치 2000년 초 닷컴 버블이 연상되기도 한다.“

 

필자와 20여년 친분이 있는 자산운용 업계의 한 CEO가 식사 자리에서 한숨 썪인 목소리로 내뱉은 말이다. 그는 현재 운용사 대표이기 이전 주식시장에서 이름만으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정도로 잘 알려진 유명 펀드매니저 출신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차전지주의 시장 쏠림현상을 걱정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 이차전지의 실상을 한 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코스피 지수는 미국의 긴축 종료 기대감 속 우상향하는 데 전체적으론 하락 종목이 더 많고, 전통적인 제조업과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유수의 상장기업들은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따라서 이차전지를 포트폴리오에 담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지수 상승이 체감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남의 얘기란 의미다.

 

올해 들어 이차전지 관련주의 주가 급등에 대해 우리나라 주식시장 전문가들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차전지 기업들의 분석리포트를 포기하기에 이르기도 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이들 기업이 특별한 이익실현이나 투자유치, 신기술 개발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무조건 이차전지 사업에 발을 담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를 형성하며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이차전지 사업 이슈를 모멘텀으로 포스코홀딩스가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7위에 진입했다. 2011년 3월 이후 약 12년4개월 만에 포스코가 현대차를 뛰어 넘은 것이다.

 

이차전지가 미래 먹거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차전지 최대 수요처인 전기차 시장은 예상과 달리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오히려 글로벌 출고 차량 통계를 보면 친환경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나 가솔린 차량의 출고량이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1995년부터 2000년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주식시장은 인터넷이 모든 산업을 집어 삼킬 것이라며 인터넷 관련주들이 옥석가리기 없이 무분별할 정도로 급등하던 시기다. 어찌보면 최근 이차전지 움직임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실체(실적)는 없는 데 주가만 급등하니 말이다.

 

닷컴 버블 시기 우리가 잘알고 있는 가치투자의 대표주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의 조롱거리였다. 버핏은 닷컴이 우리에게 돈을 벌어다주지 못할 것이라고 시장에 대고 수 없이 경고했고, 현 시장은 전혀 이성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들은 버핏이 닷컴 관련주를 포트폴리오에 넣지 않는다며 그의 펀드에서 돈을 빼 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버핏의 펀드에서 닷컴으로 이동한 자금은 대략 70%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닷컴버블은 결국 터지고 말았고, 버핏의 가치투자를 믿고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은 큰 수익을 얻었던 반면 닷컴에 투자한 펀드들은 쪽박을 차야했다. 물론 결과론적 이야기다. 지나고 나서 결과를 알면 무슨말을 못하겠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지난 과거를 알면 뭐하냐 하겠지만 과거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과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삶에 있어 놓일 여러 선택을 보다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 인류는 역사를 배운다.

 

닷컴 버블 붕괴는 2001년 우리 자본시장의 역사 중 하나의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일부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이차전지 버블론'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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