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고공행진’ 기대감 높이는 조선3사…‘슈퍼사이클’ 수년간 끄떡없다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3사가 신조선가 고공행진 등 우호적인 업황 및 건조역량 향상을 기반으로 급격한 매출 확대를 시현하고 있다.
게다가 향후 후판과 같은 원재료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조선3사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조선3사는 제품 판매가격(P) 상승과 공급 물량(Q) 확대, 비용(C) 안정화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져 호실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수년 간 지속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업계에 어필한다.
실제 2023년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흑자전환, 2024년 한화오션의 흑자전환이 예측되며 조선업계는 더욱 활기를 띄고 있다.
■ 2년 전 시작된 신조선가 반등 앞으로도 상승 가능성 높아
올해 상반기부터 조선3사의 실적 개선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분기 실적이 매출액 4조8424억원과 영업손실 190억원이었던 반면 2분기는 매출 5조4536억원과 영업이익 71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매출액 1조6051억원과 영업이익 196억원으로 22분기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으며, 2분기에는 매출 1조9457억원과 영업이익 589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실적 개선을 시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1분기 매출액 1조4398억원과 영업손실 628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2분기는 매출 1조9567억원과 영업손실 168억원으로 예상돼 매출 확대와 함께 적자폭을 줄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 실적이 부진했던 조선3사가 올해 들어서 이처럼 가파르게 개선하게 된 배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끊겼던 발주가 2021년부터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다. 2021년 글로벌 선사들의 신조선 발주가 폭증하면서 이때 수주한 물량들이 올해부터 건조되며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이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원유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다양한 선종의 건조계약금액을 취합해 지수로 표현한 '신조선가 지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조선·해운업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10p(포인트)에 불과했던 신조선가 지수는 2021년 초부터 폭등을 시작해 현재는 171p를 기록하고 있다.
선종마다 건조 기간은 다르지만 대형선은 통상 2년 내외인 점을 고려해 2021년 초 높은 가격으로 수주한 신조선 물량이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건조·인도되고 있고, 이에 따라 조선3사의 실적이 비약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신조선가 지수가 더욱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과거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이던 2005~2009년 신조선가 지수는 171p를 초과했으며, 최대 190p까지 상승한 바 있다.
또 현재 조선 업계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 있다. 조선사들은 3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로, 고수익 선종을 선별 수주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또한 향후 몇 년 동안 신조선가 지수 상승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인력 확충·건조 효율성 증대로 매출 상승세 꾸준히 지속
일반적으로 조선사가 매출을 확보하는 시점은 선박 건조 돌입할 때 받는 착수금액과 선박 건조를 마치고 인도를 진행한 다음 받는 계약금액이 수취됐을 때다.
즉, 생산성을 늘려 동일 기간 내에 보다 많은 물량의 선박을 건조·인도한하면 기업으로서는 더 많은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조선3사는 생산성 개선을 통한 매출 확대도 꾀하고 있다. 수주한 선박의 물량 건조 및 인도에 필요한 생산인력을 확대함으로써 건조 속도를 향상시키고 선박 인도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당사 계열사 현대중공업은 올해 4000명 수준의 채용을 예상하고 있으며 3~6개월 동안 이들의 숙련 단계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인력 부족 문제를 겪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 현대미포조선의 인력 부족 때문에 일부 공정이 차질을 빚으며 매출 확대가 더디게 진행됐지만 최근 충분한 인력을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계획대로의 건조·인도가 진행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1200명 수준의 채용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충분한 건조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1800명까지 채용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라며 “또 건조 공정의 효율화로 2분기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어 “3분기에는 중국에서 제작된 블록을 전달 받아 거제조선소에서 빠르게 선박을 건조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3분기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6월 두 자리 수 규모의 신입 인력을 대거 채용했으며, 7월 베트남 산업무역부와 인력 양성 및 채용 MOU(업무협약)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숙련된 외국인 기술 인력에 대한 안정적인 채용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밖에도 한화오션은 연말까지 경력 직원을 상시 채용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인력 충원에 따른 비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을 수 있으나, 다행히 이는 해당사항이 없다.
조선3사는 매년 4분기 미래에 발생할 사건을 감안해 충당부채 금액을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비용으로 처리된다. 올해 인력 채용에 대한 비용 지출은 이미 지난해 4분기 책정돼 비용으로 처리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 후판가격 안정화 하반기에도 지속…2025년까지 수익성 개선 기대
흑자 확대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려면 매출 확대는 물론 비용의 안정화도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 매출이 늘더라도 비용의 증가가 수반된다면 결과적으로 이익 확보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중국 경제 부진 지속으로 인해 철강제품 수요가 크지 않고, 철광석 가격도 수개월 째 안정화된 상황은 조선 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신조선 건조 시 발생하는 비용 중 후판(6mm 철판) 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통상 20~30% 수준인데, 후판의 공급가격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과 연동돼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물류난이 발생하면서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톤(t)당 150달러를 상회했던 철광석 가격이 올해에는 t당 130달러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가격 안정화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철강협회에서는 올해 글로벌 철강제품 수요가 늘지만 소폭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철강제품 소비는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즉, 철강제품 수요가 크게 늘지 않아 철광석 가격은 꾸준히 하락하고 이에 따라 후판 가격도 당분간 가격 인상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처럼 △선가 상승의 지속 △인력 확충에 따른 선박 건조·인도 물량 확대 △추가적 비용지출 가능성의 최소화 등을 고려해 수 년 간 조선3사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
실제 교보증권은 조선3사 모두 3년 간 수익성 개선을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3년 매출액 22조3380억원·영업이익 7930억원 △2024년 매출액 27조1760억원·영업이익 2조2580억원 △2025년 매출액 29조790억원·영업이익 2조7500억원으로 예측했다.
삼성중공업은 △2023년 매출액 8조1160억원·영업이익 2080억원 2024년 매출 9조6910억원·영업이익 6810억원 △2025년 매출 11조9810억원·영업이익 989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오션은 △2023년 매출액 8조2560억원·영업손실 1480억원 △2024년 매출액 9조9310억원·영업이익 6740억원 △2025년 매출 10조4050억원·영업이익 8280억원으로 예상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지난 2022년 수주한 고선가 물량의 매출 인식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예정원가를 상회하는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2021년~2022년 수주했던 고선가의 컨테이너선 물량은 올해 매출에도 꾸준히 반영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최근 한·중·일 평균 후판 가격 하락세를 감안하면 올해는 조선용 후판가격이 오르기 쉽지 않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며 “만일 올해 상반기 동결에 그치면 조선사들은 경상적인 판매비와 관리비를 커버하고,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준의 원가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외주 인력들에 대한 인건비 상승이 큰 변수이지만 국내 모든 조선사들은 선제적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작년 4분기에 충당금을 설정해 둬 올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