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철근 빠진 아파트, 책임 시공사한테만 물을건가

모도원 기자 입력 : 2023.08.07 15:38 ㅣ 수정 : 2023.08.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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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도원 산업2부 기자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철근 빠진 과정이 어찌 됐든 간에 궁극적인 책임자는 원청인 설계사무소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인데 이런 부분을 자꾸 시공사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게 참 안타깝다."

 

최근 취재차 연락한 주택협회의 관계자의 말이다. 건설 현장은 대부분 발주자-시공사-원청-하청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하청을 컨트롤하는 기관은 설계사무소인 원청이고, 원청이 도장을 찍은 설계 구조를 발주자인 LH가 최종적으로 승인한다. 시공사는 주어진 설계도면을 가지고 시공에 나선다.

 

결국 이 관계자는 발주자와 원청의 관리·감독 소홀 문제로 불거진 부실공사가 오롯이 시공사의 잘못으로 여겨지는 현상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실제 작금의 부실공사 사태를 촉발한 인천 검단아파트 역시 LH가 발주처다. 반면 붕괴사고 이후 모든 비난의 화살은 시공사인 GS건설로 향했었다. 정부까지 나서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한 결과, GS건설은 전면 재시공을 결정했다. 결국 5500억원에 달하는 재시공 비용이 이번 2분기 실적에 반영되며 GS건설은 대규모 손실을 감내하게 됐다.

 

그러나 추후 이뤄진 공공아파트 전수조사 결과 부실시공의 원인은 좀 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국토교통부가 LH가 발주한 아파트 중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곳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이 중 15곳에서 철근 누락 사실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철근 누락단지 15곳의 공정별 문제를 보면 △시공문제 5곳(단순 누락, 다른 층 도면으로 배근) △설계문제 10곳(도면 표현 누락, 구조계산 오류) 등으로 나타났다. 통상 공공주택 건설에선 LH가 시공사·설계사·감리사를 모두 선정한다. 이 같은 사실을 고려할 경우 LH가 책임져야 하는 설계 단계부터 오류가 발생했고, 이 오류를 파악해 내야 하는 LH 측 감리는 전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철근 누락 아파트 명단을 공개하는 과정에서도 문제는 있다. 정확한 책임소재를 판단하지 않고 시공사 명을 그대로 노출해 부실시공을 일으킨 주체가 마치 시공사처럼 여겨졌다는 점이다.

 

이번 국토부 부실시공 명단에 포함된 시공사의 한 관계자는 "발표 이후 이미지 타격이 크다. 시공책임이 아닌 설계 단계의 오류로 포함돼 있음에도 15곳 시공사를 모두 나쁜 회사로 만들어버리니 답답한 심경"이라며 "LH가 주요 발주처이다 보니 반발 의견을 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부실시공 문제는 시공사가 아닌 발주처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H는 철근누락 15개 단지의 설계·시공·감리 업체를 전부 고발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혁신하겠다던 LH는 다시 한 번 책임에서 벗어나려 한다. LH가 책임 소재를 회피하지 않고 입주자, 시공사를 포함한 여러 주체의 피해 회복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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