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사원존중' 헌신짝처럼 버린 코스트코
[뉴스투데이=서예림 기자] 지난 6월 19일 코스트코 경기 하남점 주차장에서 쇼핑카트 관리 작업을 하던 직원 김씨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 원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탈수'. 코스트코는 당시 35도에 이르는 폭염에도 제대로 된 냉방시설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식 시간도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에 따르면, 폭염때 1시간당 10~15분의 규칙적인 휴식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는 3일 동안 평균 3시간에 달하는 연속근무를 수행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고 당일까지도 200개의 쇼핑카트를 밀며 17㎞를 이동해야 했다.
그러나 직원이 숨지는 사고에도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코스트코의 행보에 공분이 커지고 있다.
유가족은 무려 다섯 차례 코스트코 미국 본사에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밖에도 집회에 참여하며 △본사 감사팀의 철저한 조사 △모든 코스트코 지점의 근무 조건 검토 △한국 코스트코 회장, 하남 지점장의 책임 파악 등을 요구했다.
김씨의 형은 "직원들 증언 등에 따르면 코스트코에서는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온열 질환 예방 수칙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진 바가 없다"며 "그런데도 조민수 대표는 장례식장에 찾아와 '원래 지병이 있지 않았느냐'며 직원을 추궁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아직도 일하는 노동자를 위해서라도 코스트코 관계자들은 점진적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코스트코가 사고이후 한달반이 지나 내놓은 답변은 "진심으로 조의를 표한다"가 전부였다. 진상 조사와 향후 대책 마련 요구에 대한 답은 없었다. 그로부터 또 다시 일주일이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코스트코는 여전히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현장 조사를 위해 코스트코 하남점을 방문했을 당시, 냉풍기로 온도를 낮추는 비열한 행위를 보였다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김씨 사망 당시에는 냉풍기, 에어컨, 공기순환장치 중 단 하나의 냉방시설도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트코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된 5대 윤리 준칙 중 하나는 '사원 존중'이다. 코스트코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의 인권과 안전 및 존엄성을 보호하고 존중할 것이라는 약속이다. 쾌적하고 안전한 일터를 보장한다는 문구도 쓰여 있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말뿐이다. 코스트코는 여전히 '나 몰라라'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들의 말한 '쾌적하고 안전한 일터'는 어디에 있는가. 직원의 안전과 존엄성을 보호하고 존중할 것이라는 약속은 한낱 헌신짝처럼 던져졌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사과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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