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2분기 실적 CFD 여파에도 선전…하반기 ‘부동산 리스크’ 고비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증권 업황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권사들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선방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관련 충당금에 개별 증권사 실적이 갈리는 등 부동산 침체 우려가 올해 하반기 증권 업황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속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삼성·하나·KB·메리츠·신한·키움·대신)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총 1조226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1조1345억원) 대비 8.1% 증가한 수준이며, 지난 1분기(1조8731억원)보다는 34.5% 감소한 수치다.
지난 2분기 해당 증권사들의 영업이익은 총 1조50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4549억원) 3.6% 늘어났으며, 전 분기(2조3331억원)와 비교하면 35.4% 줄어들었다.
증권사별 당기순이익은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2분기(741억원)보다 128.1% 증가한 1690억원을 기록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KB증권도 해당 기간 702억원에서 103.3% 늘어난 1427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증가율 2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각각 52.7%와 44.8%의 당기순이익 성장세를 보였다. 이외에도 △키움증권(22.7%) △삼성증권(10.7%) △메리츠증권(2.0%) 등의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반면 하나증권은 올해 2분기 4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순이익 196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지난 2분기 당기순이익은 1409억원으로 전년 동기(2660억원)보다 47.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신증권도 26.6% 줄어든 708억원을 기록했다. 단, 대신증권은 전 분기와 비교하면 35.4% 늘어났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차액결제거래(CFD) 미수채권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과 지난 1분기 호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2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CFD 관련 충당금 적립이 발생했음에도 주식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대부분 증권사에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의 호조가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일 평균 거래대금은 21조2000억원 수준으로 1분기 대비 20% 넘게 증가했다.
특히 국내 주식 리테일 부문에서 점유율 30%대로 선두인 키움증권은 주식시장 거래대금 증가로 수수료 수익이 전 분기 대비 17% 늘었다고 발표했다. 또 다른 리테일 강자인 삼성증권도 리테일 전체 고객 자산이 전 분기보다 9조8000억원 증가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증시 하락으로 일 평균 거래대금이 15조9000억원까지 감소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9조4000억을 기록했으며 하반기 들어서는 26조7000억원까지 늘어났다”며 “연간 일 평균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38% 증가한 22조원으로 예상되며, 이에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도 크게 증가해 실적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안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하락 요인이었던 부동산·CFD 등에 대한 우려는 관련 충당금 적립이 올해 2분기 중으로 마무리돼 향후 추가적인 적립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역사적 최하단의 밸류에이션으로 실적 턴어라운드(호전)를 앞두고 가격적 매력도 부각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부동산 PF와 해외 부동산 투자 부실 위험 등 부동산 사업 관련 리스크는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들이 지난 2분기 부동산 PF와 CFD 등의 부실 위험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 규모는 약 5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부동산 PF 및 CFD 충당금과 부동산 펀드 평가손실이 약 1000억~1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국내 부동산 PF와 해외 부동산 손실이 각각 200억원과 1000억원가량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도 부동산 PF 및 CFD 부실 우려에 따른 충당금을 약 700억~900억원 규모로 쌓은 것으로 추산되며, 삼성증권도 원가측정금융자산손실분을 고려하면 약 500억~700억원대의 충당금 및 부동산 펀드 평가손실을 반영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은 500억원대의 CFD 충당금과 400억원대의 기업금융(IB) 관련 평가손실, 펀드 보상금 관련 충당금 약 530억원 등의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새마을금고 부실에 대한 우려가 확산된 점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브릿지론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며 “그럼에도 채무보증에 대한 충당부채 적립률은 아직 낮은데, 이는 손실이 확정되기 전에는 충당금을 전입하지 않아도 되는 채무보증 특성에 기인하지만 그만큼 대비가 부족하다는 상황이라는 점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게다가 이미 미분양이 한 차례 급등한 만큼 준공 후 미분양이 후행해서 상승하면 본PF 부실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브릿지론과 달리 본 PF는 전체 P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에, 본 PF 부실화는 증권업 전반에 분명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최근 보고서를 내고 “해외 부동산 투자의 경우 대체로 자본력이 우수한 대형사가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해외 선진국 주요 도시 오피스의 공실률 상승과 가치 하락에 따라 손실 위험은 매우 커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