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생활 포기까지 생각했던 재활의 시련 ⑦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2018년 8월24일 국민가수 고(故) 최희준씨가 향년 82세로 유명을 달리했다. 벌써 5주기를 맞이하지만 그의 노래는 아직도 널리 애창되고 있고 특히 ’하숙생‘의 가사는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 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나그네 길, 구름이 흘러가 듯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인생은 벌거숭이,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가.......
강물이 흘러가 듯 여울져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없이 흘러서 간다
구름이 흘러가 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인생은 벌거숭이,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가 인생의 본질이자 진리임을 모르는 바 아님에도 인간세상에 무의미한 교만과 시기 그리고 탐욕 등 일곱가지 죄악은 인생을 힘들고 슬프게 한다.
또한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고 노래하지만 특히 군생활은 잦은 부대 이동으로 ’구름이 흘러가 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라는 가사처럼 정붙일 시간없이 떠돌며 흘러가는 진짜 나그네길이다.
■ 재활을 위해 몸부림치다가 2주만에 정확히 퇴원하는 모습을 의사, 간호사, 타 환자들은 별종으로 여겨
벌거숭이 인생은 강물이 흘러가듯 소리없이 흘러서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나그네길이지만 필자는 일벌레(Workaholic)처럼 정신없이 사단작전보좌관직을 수행했다.
이후 대대장반 교육에 입소하여 겪은 교통사고로 군생활 포기까지 생각했던 재활의 시련이 계속되는 가운데 골수정이 박혀있는 좌측 대태부의 뼈가 분쇄 골절된 탓인지 잘 붙지 않았다.
그래서 그해 12월 보험사가 소개해준 신림동 모정형외과에 다시 입원하여 분쇄골절 부위에 골 이식수술을 했다. 살을 째고 골반의 뼈를 일부 떼어내 갈아서 골절부위에 뿌려 채우는 이식수술이었지만 이미 4개월 넘는 을지병원 입원생활을 통해 익숙해져있는 덕택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헌데 보험사가 알려준 병원이라 그런지 유난히도 꾀병 환자들이 많이 입원해 있었다. 아마도 보험금을 타기위해 입원기록을 남기기 위한 그들은 눈을 피해 잦은 외출 외박을 나갔고 밤이 되면 빈 침대가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
그곳에서 진짜 환자는 필자뿐인 것 같았고, 가짜 환자들과는 말도 섞기 싫었다. 하지만 필자는 수술을 마치고 3일 뒤부터 걷기 시작했고 재활을 위해 몸부림치다가 2주만에 정확히 퇴원했다. 이런 모습을 의사, 간호사, 타 환자들은 별종으로 보는 눈치였다.
부대에 돌아오자 성탄절을 앞두고 세례식 준비에 한창이었다. 대부를 선정해야 하는데 마침 행정부사단장 김부명(육사27기)이 신자였고 집안에 수녀님도 계셔서 대부를 부탁했다. 두손을 저으며 거부했던 그는 명목상 신자였는데 가족의 권유로 마지못해 성당을 다녔으나 결국 허락을 했고 필자가 그의 첫 대자가 되었다.
그해 성탄절에는 가족 전체가 천주교로 개종을 했다. 이를 지켜보시던 고향 시골의 부모님도 함께 천주교 신자가 됐다. 이 모두는 을지병원에서 필자를 간병하던 아내가 매일 명동성당에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 덕택이었다.
■ 군생활은 잦은 부대 이동으로 정처 없이 떠돌며 흘러가는 진짜 나그네길
정식으로 천주교 신자가 되고 새해의 1월이 다가오자 정들었던 무적태풍부대를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필자는 엉덩이가 무거운 편이다. 소위 임관 후 초임지인 승리부대에서 위관장교 시절 7년을 모두 보냈고, 육군대학 교육을 마치고 수방사에서 계획인사 적용시기까지 근무하다가 무적태풍부대에서 4년 가까이 열정을 불태우고, ’구름이 흘러가 듯 떠돌며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는 하숙생 노래 가사처럼 또 이동한다.
이번에는 재활치료에 전념하며 영어어학 잠재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영관영어반’ 6개월 과정에 입교한다. 도움을 준 선배 동료들에게 감사했고 빨리 회복하여 다시 야전에서 일벌레(Workaholic)처럼 정신없이 임무를 수행하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당시의 사단장 박기준 장군(학군5기)은 필자의 전출 명령을 보고받고 “김희철이가 성당에서 세례까지 받고 영어반에 가는 구만.....”하며 여운을 남겼다는 전갈도 들었다. 입원시에 부대대장으로 보직까지 챙겨주시며 배려해주심에 감사했고 몸이 성치않아 떠나는 아쉬움에 죄송도 했다.
헌데 사령부의 감찰참모 권재모 중령(삼사8기)도 전역을 앞두고 필자가 대대장으로 부임예정인 37사단으로 전출가게 되었고, 대부인 김부명 행정부사단장도 국방대학원으로 필자와 함께 전출신고를 사단장에게 하였다. 사전에 성당에서 전출 회식도 이미 했지만 그는 신고와 동시에 사단정문을 통해 출발했다.
고(故) 최희준 가수는 하숙생 노래에서 ‘인생은 나그네 길이다’라고 했지만 특히 군생활이 잦은 부대 이동에 따라 구름이 흘러가 듯 정처 없이 떠돌며 흘러서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진짜 나그네길임을 깨닫게 한다. (다음편 계속)
◀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