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중 기자 입력 : 2023.08.22 17:32 ㅣ 수정 : 2023.08.22 17:32
한국전력 총부채, 지난 6월말 연결기준으로 201조 4000억원...반년 새 8조원 증가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계 5배까지 한전채 발행 가능...내년 말이면 '빚 돌려막기' 불가능해져 이창양 산자부 장관, "자구노력과 에너지 가격 추이에 따른 요금 현실화 노력 필요"
[뉴스투데이=박희중 기자] 한국전력의 빚이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나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작년부터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국제 연료비 인상폭에는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정부가 가계부담과 인플레이션 등을 우려해서 인상 폭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한전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국내 상장사 가운데 최고치이다. 지난해 말 192조8000억원에서 반년 새 8조원가량 늘어났다.
문제는 올해 3분기에는 일시적으로 영업이익 흑자기조로 돌아설 전망이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7조원대의 추가적인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럴 경우 한전이 법정 한도에 걸려 한전채를 찍어 '빚 돌려막기'를 하는 것조차 어려워지는 초유의 위기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한전은 작년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가 20조9200억원이다. 그 5배인 104조6000억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다. 7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8조9000억이다. 아직 빚 돌려막기를 할 여력이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2023년 결산 후 한전채 발행 한도가 확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이다. 시장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전은 7조원의 추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자본금과 적립금의 합이 약 14조원으로 줄어든다. 그 5배인 한전채 발행 한도는 약 70조원으로 대폭 감소된다. 현재 한전채 발행 잔액 78조 9000억원보다 8조 9000억원이 적은 수치이다.
현재 시나리오대로라면 내년 말 이후 한전은 필요시 추가로 한전채 발행을 못해 운영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전은 올해 11조4000억원어치의 한전채를 발행해 전기 구매 대금, 시설 유지·보수·투자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런 식의 차입 경영조차 불가능해지는 최악의 경영위기에 봉착하게 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배럴당 70달러선에서 등락하던 두바이유 가격이 최근 89달러대까지 오르는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 3∼6개월의 시차를 두고 내년 상반기 한전 수익 구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은 2021년 이후 급속히 불어난 누적 적자를 점진적으로 해소, 심각한 '재무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에너지 공기업들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에너지 요금은 많이 반영이 못 되면서 그 시차 때문에 상당한 적자가 있었다고 보여진다"며 "자구 노력을 계속해 가면서 에너지 가격 추이에 따라서 요금 현실화를 통해 재무적으로 개선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기 인프라를 책임지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재무위기가 구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전기요금 정책 전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