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공사 선정기준 전면 개정...깜깜이 증액·무분별 대안설계 막는다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서울시가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관련 조례를 개정한다.
서울시는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을 전면 개정한다고 8일 밝혔다. 앞서 시는 신속하고 원활한 정비사업 추진을 돕고자 올해 3월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개정하고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계획인가 후에서 조합설립인가 후로 앞당겼다.
다만 구체적인 건축계획 등이 없는 사업 초기 시공사를 선정하게 되면 공사비 '깜깜이' 증액, 무분별한 대안설계 제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시는 각 분야 전문가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기존 시공자 선정 관련 입찰방식·과정의 보완점 등을 논의한 끝에 이번 개정안을 마련했다.
먼저 조합(원)이 사업구역의 여건에 맞게 입찰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존에 내역입찰만 가능했던 방식에서 총액입찰도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입찰참여자가 공사비의 총액만을 기재한 공사비총괄내역서를 제출하는 총액입찰을 도입하면 신속하고 간편하게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또 시공자 선정 이후 과도하게 공사비가 증액되고 이로 인해 조합과 시공자 간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최초 사업시행계획인가 시점에서 공사비를 의무적으로 검증하도록 명시했다. 또 모든 입찰에서 작성되는 설계도면은 기본설계도면 수준을 유지해 불명확한 설계도서로 인한 공사비 깜깜이 증액 등을 막는다.
정비계획만 있고 건축계획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자를 선정하게 되면서 입찰 참여자가 무분별하게 대안설계를 제시하지 못하도록 기존에는 사업시행계획의 경미한 변경을 인정했던 대안설계 범위를 정비계획 범위 내로 한정했다. 특히 용적률과 최고높이 변경은 불가하다.
앞서 서울시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과정에서 설계사로 선정된 업체가 용적률을 시가 허용하는 최대 300%를 초과하는 360%로 제시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른바 'OS(Outsourcing·조합이나 시공사의 필요에 의해 고용된) 요원'을 이용한 과열·과대 홍보 등을 근절하기 위해 합동 홍보 설명회, 공동 홍보 공간 이외에 입찰 참여자의 개별적인 홍보는 금지된다.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시장 또는 공공지원자(구청장)의 사전검토,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만약 입찰 참여자가 정비계획의 범위를 벗어난 설계를 제안하거나 홍보 규정 등의 기준을 위반하면 해당 입찰을 무효로 한다.
이외에도 공동주택의 품질 향상을 위해 조합(원)이 원하는 공동주택 성능을 제시하거나 건설공사에 대한 전문성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비사업 건설사업관리 자문, 공동주택 성능요구서 의무 제출 등의 제도를 도입한다.
개정안은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규제개혁위원회 심의와 중요문서 심사 후 확정해 고시한다. 의견 제출 기한은 10월4일까지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정비사업 추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공자 선정 중 갈등이나 분쟁이 발생하면 모든 피해는 선량한 조합원과 주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공정한 선정 과정을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주민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고품질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공정하고 투명한 시공자 선정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