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3.09.09 03:04 ㅣ 수정 : 2023.09.09 03:04
공직자윤리위 위원이 방위사업 이해하고 소속기관장이 의견서에 관심 가지면 취업승인 가능 영향력 행사 방지하면서 전문성 살릴 수 있는 궁극적 방안 찾아 법령에 담는 노력도 필요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달 29일 뉴스투데이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방산 전문인력 수급 진단 및 대안 모색’이란 주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K-방산혁신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방산 전문인력과 관련한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연구과제를 진행 중인 김호성 창원대 첨단방위공학대학원 교수는 ‘방산 전문인력 수급 및 유지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문제를 제기했다.
■ 사업관리·연구개발 등에 퇴직공직자 필요하나 실제 ‘취업승인’ 받기 어려워
김 교수가 방산업체 종사자 113명을 대상으로 최근 2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 민간 연구원들이 힘들어하는 전문 분야에 퇴직공직자(장교·공무원·연구원 등) 소요가 많았으며, 가장 수요가 높은 연령대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전반이었다. 퇴직공직자가 가장 필요한 분야로는 복잡한 ‘사업관리’와 ‘연구개발’ 분야가 1, 2위를 차지했고 이어 제안서 작성 등 ‘기획업무’와 ‘컨설팅’ 분야가 3, 4위에 올랐다.
이처럼 현재 방산업체의 전문인력 충원 및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이 완화될 수 있다면 이들을 활용해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할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공직자는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을 때 3년간 취업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국가안보상의 이유나 취업 분야의 전문성을 증명할 수 있으면 취업승인의 가능성이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취업승인) ③항 제1호 ‘국가안보상의 이유나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취업이 필요한 경우’와 제9호 ‘취업하려는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자격증·근무경력 또는 연구성과 등을 통해 그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같이 특별한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취업을 승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취업승인은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취업승인이 어려워 퇴직과 함께 그동안 쌓은 전문역량이 국내 기업에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일부 인원들은 취업제한과 무관한 외국 기업에 취직하는 사례가 나타나 기술의 해외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으론 취업제한을 회피하려고 조기에 현직을 이탈해 관련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 방사청, 공직자윤리위 위원 설득과 취업승인 조항 활용하는 노력 절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려면 방위사업의 실상을 이해하는 사람이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위원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16조(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구성 등) ③항에는 ‘3명의 위원은 정부소속 공무원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어 방위사업청이 나서서 이들과 부위원장인 인사혁신처장에게 퇴직공직자의 취업승인이 필요한 부분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취업승인) ④항에는 ‘전문직공무원으로 7년 이상 근무한 취업심사대상자의 퇴직 전에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소속기관장과 협의하여 ③항 제9호에 따른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미리 인정한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취업승인을 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어 이런 조항들을 잘 활용하면 업체가 필요한 전문인력이 취업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산 무기체계를 가장 많이 구매하는 폴란드의 경우 전역한 장교의 취업을 제한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다. 영국은 우리와 비슷한 제도가 있으나 취업제한이 엄격하지 않으며, 관련 사업과 가장 밀접한 회사에 입사할 때만 최대 2년의 취업제한을 받는다. 미국은 업체 취업은 별도로 제한하지 않지만, 자기가 담당했던 분야와 관련해서는 퇴직 후 업체의 이익을 대변할 목적으로 관련 공무원과 접촉이 일정 기간 금지된다.
김 교수는 “국방부는 자체적으로 취업심사 대상 직위를 지정하고 그 직위에 근무한 사람만 취업심사대상자가 되도록 조치하고 있으나 방위사업청은 직위를 지정하지 않아 방위사업교육원 외에는 모두 해당된다”면서 “방위사업청도 국방부처럼 직위 지정을 통해 취업심사대상자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함과 동시에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직위에 한해 취업승인이 나올 수 있도록 인사혁신처와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 ①항에 따르면, 취업승인을 신청하려는 퇴직공직자는 소속기관장에게 취업승인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소속기관장은 이에 대한 의견서를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보내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의견서가 취업승인 여부를 가르는 매우 중요한 문서가 된다. 방위사업청의 경우 청장이 의견서를 보낼 때 제34조 ③항 제1호 또는 제9호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작성하면 취업승인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 공무원 접촉 금하는 행동 제한이나 취업승인 권한 위임 등 검토 필요
실제로 일부 퇴직공직자의 경우 방산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취업승인신청서를 제출할 때 방산수출의 전문성은 발휘하되 자신이 현직에서 관여한 사업과 관련이 없는 부서여서 영향력 행사가 적은 직위임을 잘 기술하거나,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해당 업체로 사유를 확인할 때 충분히 설명이 이루어져 취업제한을 받지 않고 곧바로 취업한 사례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기존 법규상에도 퇴직공직자의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있으므로 취업심사대상자 스스로 적극성을 보이고 방위사업청도 관심을 기울이면 어느 정도 방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퇴직공직자를 활용할 방법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정도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자기가 직접 계약 당사자로 취급한 업무가 없다면 취업심사대상자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처럼 일단 취업은 허용하면서 자기가 담당했던 분야와 관련해 업체의 이익을 대변할 목적으로 관련 공무원과 접촉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행동 제한’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나아가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의 특례처럼 퇴직하는 경우 그 취업승인을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아니라 소속기관장이 함으로써 관련 분야 재취업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방위사업청은 우선 인사혁신처와 원활한 협조를 통해 공직자윤리법 취업승인 조항에서 돌파구를 찾아 나가되, 외국 사례와 여타 관련 법규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방산업체가 애로를 겪는 전문인력 수급의 대안으로 미국처럼 영향력 행사는 방지하면서 퇴직공직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궁극적인 방안을 찾아 법령에 담는 노력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