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우 기자 입력 : 2023.09.13 07:30 ㅣ 수정 : 2023.09.13 07:30
외인, 이달 1~12일 3000억원어치 순매도 '팔자' 1위 하이닉스…이어 이차전지 일색 분기 기준 지난해 2분기 이후 첫 순매도세 삼성전자 등 반도체 위주 순매수세 유입 "외인 반도체 순매수 전제 대응 유효할 것"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다. 주로 이차전지 관련주를 팔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이달 순매도세를 보이면서 5분기만에 분기 기준 순매도를 기록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주들에 대한 순매수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선 여전히 국내 증시 저점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사들이는 '바이 코리아'(한국 주식 매수)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3087억6200만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종목별로는 SK하이닉스(000660)가 가장 많이 순매도된 종목으로 총 2886억6700만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뒤를 이어 △에코프로비엠(1911억5300만원) △LG에너지솔루션(1835억8500만원) △에코프로(1573억4800만원) △포스코홀딩스(1355억2000만원) △포스코DX(1088억5100만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순매도 순위를 보면 1000억원어치 이상 팔린 종목은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모두 이차전지 관련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국거래소에서 집계하는 이차전지 지수인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도 전일 기준 6,239.25에 거래를 마치며 이달 1일(6,730.86) 대비 7.30%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1.06%)와 코스닥(2.36%)의 하락률보다 훨씬 큰 낙폭이다.
분기 기준으로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지난해 2분기 12조1776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이후 △지난해 3분기 3조2777억원 △4분기 5조4812억원 △올해 1분기 6조6916억원 △2분기 3조3601억원 등 4개 분기 연속 순매수를 이어왔으나, 올해 3분기 들어 전일까지 244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만약 현 기조가 유지된다면 이는 5개 분기만에 분기 기준 순매도세로 전환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월간 기준으로는 3월과 6월, 8월에 각각 순매도세를 기록했으며, 나머지 5개월에서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현재 보이고 있는 순매도세가 월말까지 이어진다면 지난해 3~4월 두 달 연속 순매도를 기록한 이후 약 1년 반동안 2개월 연속 순매도를 보이는 것이다.
주식과 채권을 모두 합칠 경우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7개월만에 순유출세를 기록했다.
전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8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은 17억달러 순유출됐다. 이는 지난 1월 3억4000만달러 순유출 이후 처음이다.
주식자금은 9억1000만달러 감소해 1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고, 채권은 7억9000만달러 줄어들어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주식은 중국 경기 둔화 우려와 그동안 이차전지 관련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영향을 줬다"며 "채권은 지난 5월에 사들인 채권 만기 도래와 낮은 차익거래 유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국내 수출과 기업 이익 전망이 바닥을 확인하는 구간에서 '바이 코리아'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전히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지속적인 업황 부진을 겪었던 반도체에 대한 순매수세가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순매수 상위 종목을 보면 삼성전자가 1조1194억원어치 순매수되며 1위에 올랐고, 이외에도 △하나마이크론(1132억원) △삼성전자우(503억원) 등 반도체 관련주들이다.
또 반도체와 직·간접적 연관성이 있는 인공지능(AI) 사업을 추진 중인 네이버(1120억원)도 시총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순매도 선두를 SK하이닉스가 차지하긴 했지만, 전반적인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은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년 동월 대비 국내 수출액 감소 폭이 지난 7월 16.4%에서 지난달 8.4%로 줄어드는 등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점은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외국인이 반도체 등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순매수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시장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간 외국인의 순매도가 이차전지주에 몰려있었다는 점에서, 최근 국내 증시의 테마주 현상이 잠잠해진 데 따른 외국인 수급이 개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