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부촌' 압구정, 재건축 시계 빨라지나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재건축사업이 47년만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시가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를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변경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보다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제14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어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수정 가결했다. 압구정 재건축 구역(1~6구역)을 기존 아파트지구에서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전환해 건축물의 용도·밀도·높이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이다.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한국의 전통 부촌(富村)으로 손꼽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이다. 1976년부터 1987년까지 조성된 현대 1~14차, 미성 1·2차, 한양 1~8차 24개 아파트 단지 및 대림빌라트가 들어서 있다.
아파트지구 제도는 1970~80년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조성해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지정됐다. 주택공급 위주의 토지이용계획과 기반 시설계획, 건축물 용도 및 규모 계획 등 단순하고 평면적인 도시관리 제도다.
문제는 재건축사업(정비계획)과의 연계성 부족 등 사업 추진에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기존 아파트지구의 주택용지에는 주택만 건립할 수 있으며, 단지 내 상가도 허용되지 않아(하나의 용지엔 하나의 용도만 도입) 주상복합과 같은 현대 도시가 요구하는 다양한 요구 수용이 곤란했다.
반면 지구단위계획은 재건축사업의 정비계획 수립 시 건축한계선, 공공보행통로, 공공시설 등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 그 외 건축물의 용도, 밀도, 높이 등 아파트지구의 각종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이에 서울시는 2017년 아파트지구를 일괄 폐지한 뒤, 지구단위계획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압구정 아파트지구 역시 재건축 가능 연한(35년)을 일찍이 넘긴 만큼 대부분이 재건축을 추진 중이지만, 여러 조건으로 인해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터였다.
이번 서울시가 안을 가결함에 따라 기존 압구정아파트지구는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전환되면서 건축물의 용도, 밀도, 높이 등의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당초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안)은 지난 2017년 제18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보류' 되었으나, 2022년 11월 개정된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전환지침'을 반영해 계획을 보완한 바 있다.
계획안에 따르면 창의적인 건축계획을 통해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되도록 이 지역을 특별계획구역 1∼6구역으로 나눠서 관리한다. 특별계획구역 지침을 통해 지구 내 전체 아파트단지 차원에서 체계적인 정비계획 방향을 제시한다.
기존 아파트지구 내 상업 기능을 담당하던 중심시설용지는 주거용도를 도입할 수 있고 개발잔여지에는 기존에 허용하지 않던 비주거용도의 건축이 가능해진다.
단, 중심시설용지 주거용도 허용은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며 주거용도 허용때 발생하는 개발이익(지가 상승)을 고려해 5∼10% 범위의 공공기여가 필요하다. 1∼6구역 모두 용적률은 기준 230%, 법적 상한 300%를 적용한다. 최고 50층 내외 건축이 가능한 수준이다.
시는 주민 재열람 공고를 거쳐 하반기 압구정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을 최종 결정·고시한다.
시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으로의 전환을 계기로 도시·사회 여건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주변 지역과 조화로운 통합적 도시관리체계가 마련돼 주택공급이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이 나오면서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지 않은 1·6구역도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1∼6구역 재건축이 모두 완료되면 1만466가구의 '미니 신도시'가 조성된다.
압구정 재건축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일대 아파트 가격도 들썩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올해 6월 51억 원에 거래됐던 신현대 12차 전용면적 155.52㎡는 지난달 61억 원에 팔렸다. 2021년 60억2000만 원에 팔렸던 현대2차 160.28㎡는 올해 7월 65억 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압구정동의 공인중개사는 "개발계획이 속속 나오면서 이 일대 아파트값은 최근 들어서도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