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허덕이는 건설업계 "고금리 PF 대책 마련 시급"
[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개발 사업 또한 지연·취소되는 등 수익성 악화로 건설업계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 15일 운영자금 조달과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1900억원을 차입했다.
차입 기간은 1년이고 대출 금리는 6% 후반이다. KB증권, 하나증권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는 방식이다.
대우건설 역시 지난 8일 250억원 규모의 옵션부사채를 발행했다. 조기상환권을 행사해 채권 원리금을 만기(1년 6개월) 전에 상환할 수 있는 조건이다. 지난달 29일 200억원의 옵션부사채를 발행한 지 2주만에 다시 같은 조건으로 발행한 것이다.
채권 금리는 7.10% 수준으로 신용도에 비해 높은 편이다.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워지자 우회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건설사들이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데에는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우려스러운 시선이 자리한다.
고금리 기조에 기본적인 조달금리가 높아진 상황에서 건설경기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금융시장의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이다. 이미 공모채 시장에서는 PF 부실 장기화로 건설채가 사라진 상태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금융권에서는 건설이란 업종 자체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며 "여전히 건설 경기가 최악을 달리고 있고 또 언제 회복할지도 모르니 PF 만기 신규 연장도 잘 안 해 줄뿐더러 연대 담보를 요구해서 돈 빌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중소형 건설사는 상황이 더 나쁘다. 비교적 낮은 금리인 회사채 발행이 어렵자 울며겨자먹기로 고금리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모습이다.
금호건설은 지난달 23일 100억 원 규모의 만기 1년6개월짜리 무보증 사채를 금리 9.6%에 발행했다. 동부건설은 9~10%의 금리에 올 해만 7회 가량의 사모사채를 발행한 바 있다. 2년 전 사모채 2년물 금리와 비교하면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도 SCG이테크건설, HL D&I 한라, 코오롱글로벌 등이 지난 7월 중에 고금리로 사모채를 발행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으면 우회해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10% 넘는 고금리에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며 "이제 정부에서도 이를 인지해 관련 대책을 준비 중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단 정부에서는 '건설사 PF 사업의 유동성 지원'을 핵심 대책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기존 1조원 규모에서 '1조원+α'로 증액할 수 있을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시중은행이 각각 2000억원씩 출자했는데 은행 지원 규모를 더 키우겠다는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PF 보증 심사 기준 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보증때 요구하는 건설사들의 연대보증을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