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미국 ESS용 인산철 배터리 공장 통해 중국 3사 우회 추격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의 쌀’인 반도체와 더불어 배터리는 가장 중요한 품목이다. 단순히 스마트 폰의 전력원을 넘어서 탄소중립을 위한 ESS(에너지저장장치)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향후 UAM(Urban Air Mobility) 등 미래 모빌리티 방향을 이끌 중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대전에서 선두는 중국의 CATL이다. 한편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우리나라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및 SK온 등의 추격을 받고 있어 글로벌 경쟁구도는 중국의 CATL, BYD 등과 우리나라 3사로 압축된다. 그러나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서 앞서 있는 글로벌 3위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도 배제할 수 없다. CATL을 필두로 국내 3사를 포함하여 세계 주요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글로벌 배터리 대전의 양상을 살펴보고 우리 기업들의 대응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곽대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중국 3사와 국내 3사 및 일본 파나소닉 등 7개 사의 점유율이 최근 3년 동안 86~88%에 달하며 특히 리튬인산철(LFP)에 특화한 중국 3사의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증가 추세에 있다.
글로벌 전기차 보급의 급증에 따라 전기차 업체들도 가격경쟁력을 위해 3원계(NCM)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가 낮고 부피가 크지만 가성비가 높은 LFP 배터리의 장착 비율을 늘리는 추세이다.
반면 국내 배터리 3사가 특화되어 있는 3원계 배터리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가인 관계로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에서 최근 하락 추세에 있다.
특히 국내 3사 중 대표 기업인 LG엔솔의 경우 2022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는 92GWh로 2위였으나 1위 CATL의 270GWh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 중국 배터리 3사, 가성비 높은 LFP 배터리로 세계시장 석권
이는 LFP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kg당 에너지밀도(Wh)가 향상됨에 따라 약점이었던 짧은 주행거리가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2020년 중국 LFP 배터리의 팩 단위 평균 에너지밀도는 120~140Wh/kg 수준이었으나 최근 최대 155~160Wh/kg까지 향상되었으며 주행거리 역시 400km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용 LFP 배터리 가운데 중국의 점유율은 94% 이상인데 CATL(44%)과 BYD(37%)가 81%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궈쉬안하이테크(国轩高科) 6.5%, CALB 3.7%, 그리고 EVE가 2.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2022년 ESS용 배터리 판매실적에서도 2022년 기준 LG엔솔은 9.2GWh로 CATL(53GWh)은 물론 BYD(14GWh)와 EVE(9.5GWh)에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LFP 배터리에 소홀했던 국내 배터리 3사도 최근 LFP 개발 및 상용화에 착수하였고 정부도 LFP 연구개발에 대한 자금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LG엔솔은 LFP를 우선 ESS에 도입함과 동시에 중국 장쑤성 난징시 소재 삼원계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LFP로 전환할 계획이다.
SK온도 LFP 개발 및 상용화에 착수하여 최근 ‘인터배터리 2023’에서 시제품을 선보였으며, 국내 3사 중 LFP 개발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삼성SDI 역시 금년 4월 상하이에 R&D센터를 설립해 LFP 개발에 착수하였다.
• 테슬라를 비롯 포드 및 현대차그룹도 LFP 장착 전기차 출시
전세계적으로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최근 증가 추세이다.
즉 LFP 장착 글로벌 전기차 대수는 2018년 11만34백여대에서 2019년 5만7천여대로 감소하였으나 이후 급증 추세를 보여 2020년 22만2천여대, 2021년 146만86백여대에 이어 지난해에는 301만86백여대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2018년 8%에 불과했던 전기차용 LFP 배터리 점유율도 2022년에는 40%로 다섯 배로 확대되었다.
특히 테슬라는 이미 2020년부터 Model 3에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채용하였는데 당시 테슬라의 LFP 배터리 비중은 6%에 불과하였으나 지난해에는 37%까지 증가하였다.
테슬라는 지난 3월 초 ‘투자자의 날’에 전세계의 자동차가 전량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약 112TWh 규모의 배터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가운데 중국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LFP 배터리가 6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포드 역시 지난 5월 72kWh급 LFP 배터리를 처음으로 장착하여 주행거리 400km의 Mach-E SR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기존 3원계 장착 모델 대비 가격은 7%가 저렴한 반면 주행거리는 3km가 늘어난 것이다. 현대차그룹 또한 국내 배터리업체와 협력하여 LFP를 개발하여 2025년부터 적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 LG엔솔, 높은 성장률 예상되는 글로벌 ESS 시장 공략 위해 북미 시장에 집중
에너지전문 조사기업 우드매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ESS시장 규모는 2021년 28GWh에서 2031년 약 36배인 1TWh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북미시장은 2022년 12GWh에서 2030년 8.6배인 103GWh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중국에 비해 규모나 업력에서 열세인 LFP시장에서 LG엔솔은 전기차보다는 ESS에, 그것도 최근 미-중 패권 경쟁 구도하에 상대적으로 북미시장에서 유리한 우리의 여건을 감안하여 북미 ESS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중국 업체들에 비해 뒤진 LFP분야에서 일단 ESS용 북미시장의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향후 전기차용 LFP 배터리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편 LG엔솔의 ESS용 배터리 성능은 충방전 효율인 RTE(Round Trip Efficiency) 기준으로 3원계는 97%인데 비해 LFP는 95%로 차이가 2%에 불과하여 경쟁력이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엔솔은 이 2%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배터리 잔존용량 지표인 SoC(State of Charge)를 강화하고 모듈 및 팩의 차별화로 승부할 계획이다. 특히 배터리 셀 길이가 긴 장폭 배터리 셀 JF2는 보통의 삼원계 배터리보다 높은 용량과 에너지 밀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LG엔솔의 LFP 및 삼원계 배터리 규격 비교>
LG엔솔은 미국 애리조나 퀸크리크에 ESS용 LFP 공장을 짓고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용 LFP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LG엔솔은 지난 3월 말 LFP 양산 시점과 관련하여 일단 금년 ESS용을 먼저 생산하고 2025년부터는 전기차용도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배터리 광물자원 확보를 위해 LG엔솔은 7월 칠레 리튬 생산업체인 SQM과 향후 7년 동안 10만톤 규모의 리튬 장기구매 계약을 체결하여 삼원계용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수산화리튬뿐만 아니라 LFP용 탄산리튬도 대규모 확보에 성공하였다.
LG엔솔은 9월 11~14일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Re+2023’에서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전력망용 수냉식 ESS 컨테이너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제품은 용량 4.76MWh로 유지보수 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는데 보다 다양한 규격화를 통해 고객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LG엔솔은 지난 6월 독일의 ‘ESS 유럽 2023’에서 최초로 주택용 ESS 제품을 출품한 바 있다.
아무쪼록 국내 배터리 3사가 첨단 3원계 배터리에 이어 범용으로 가성비 높은 LFP 배터리에서도 중국 3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를 기대해 본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곽대종(Daejong Gwak)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박사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환경·기술분과 위원 / (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평가위원 / (전) 산자부 연구개발사업 평가위원 / (전) 규제개혁위원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