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주 ‘공모주 슈퍼위크’가 열린 가운데 기업공개(IPO) 주관실적 1위 타이틀을 놓고 증권사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최대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일반 청약 증거금이 총 5조5000억원이 모였고, 로봇 대장주로 평가받는 두산로보틱스가 일반 청약 증거금 33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리며 일단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특히 1주라도 더 받기 위한 투자자들은 마지막까지 최대한 청약자수를 확인하고 가장 경쟁이 덜 치열한 증권사를 찾는 눈치싸움도 팽팽했다. 중복 청약이 금지된 상황에서, 청약 주관을 맡은 증권사별 배정물량이 달라 경쟁률에 따라 유불리가 갈려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IPO 시장 ‘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와 밀리의 서재, 레뷰코퍼레이션, 한싹, 아이엠티 등 5개사가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시장은 두산로보틱스가 올해 첫 ‘따따블(상장 첫날 공모가 400% 수익률)’ 첫 주인공이 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지난 6월 한국거래소가 신규 상장종목의 상장일 가격제한폭을 ‘기준가격 대비 ±30%’에서 ‘기준가격(공모가격)의 60~400%’로 확대하면서 ‘따따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증권사 간 경쟁도 뜨겁다. 이번 5개사 일반 공모 청약에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총 10곳의 증권사가 참여하는 만큼 일부 증권사는 공모 이벤트까지 여는가 하면 현장 열기까지 전달하는데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일반 청약을 진행하는 5개 기업 중 2곳이나 대표주관사 자격을 꿰찼다. 시장에서는 1위 자리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은 미래에셋증권과 1위 한국투자증권의 자리 교체 가능성을 열어뒀다.
올 상반기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IPO 주관실적(스팩 제외 공모총액)은 2444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2805억원)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이렇다 보니 이번 ‘슈퍼위크’를 통해 반전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에 주목했다.
상반기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월 코스닥에 상장한 소프트웨어 기업 오브젠을 시작으로 △제이오 △나노팀 △마이크로투나노 △마녀공장 △와이랩 △파로스아이바이오 △에피바이오텍 △엠아이큐브솔루션 △파두 △코츠테크놀로지 등 다수 기업들의 상장 주관사를 맡았다. 이들 기업의 총 공모총액은 408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업계는 IPO 시장 최대어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기업들이 상장을 기다리는 가운데, 하반기 미래에셋증권이 다수 대어의 대표 주관사로 나서면서 1위 탈환을 위한 각축전을 전망했다.
일단 시장은 두산로보틱스의 상장을 위한 공모에 관심을 쏟았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1~22일 이틀간 일반 청약을 실시했다. 공동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주관사인 KB증권·NH투자증권, 인수회사인 키움증권·신영증권·하나증권 등 7개 증권사에는 총 149만6346건의 일반 청약이 접수됐다.
배정 물량이 많은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 각각 11조4860억원과 11조4570억원이 몰렸고, NH투자증권은 3조5470억원, 케이비증권 3조5218억원, 하나증권 1조990억원, 신영증권 1조131억원, 키움증권 9855억원 순이었다.
두산로보틱스의 일반 청약 공모에는 150만명이 동원됐다. 청약 주식 수 기준 25억4687만120주가 몰려 경쟁률 524.05 대 1을 기록했다. 자세히는 한국투자증권이 539.34 대 1을, 미래에셋증권은 537.97 대 1, 하나증권 516.05 대 1, NH투자증권 499.65 대 1, KB증권 496.10 대 1, 신영증권 475.69 대 1, 키움증권 462.73 대 1을 보였다.
두산로보틱스는 총 공모주식 수 1620만주 중 30%에 해당하는 486만주를 대상으로 일반 청약을 받았으며, 이틀 동안 33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모였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청약 증거금을 모았던 필에너지(약 15조8000억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세계 4위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협동로봇 업체로, 다음달 5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다. 시장 추산 기업가치는 1조원 수준이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지난 18~19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마쳤다. 그 결과 449.56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청약 증거금은 1조9387억원으로 집계됐다.
밀리의 서재는 앞서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국내외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 최종 공모가를 희망 밴드 상단인 2만3000원으로 확정했다. 기관 수요예측 당시 참여한 기관수는 1915개며, 기관 청약 금액은 약 16조원에 달했다.
상장 주관한 미래에셋증권 측은 "많은 투자자께서 밀리의 서재의 사업모델과 독보적인 시장 지위를 높이 평가하며 적극적으로 청약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기관 수요예측에 이어 일반 청약도 흥행하여 밀리의 서재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아이엠티와 한싹, 레뷰코퍼레이션 등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단계에서 수요가 몰려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넘어선 수준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아이엠티는 희망 범위 상단을 초과한 1만4000원에 각각 확정했다. 이번 공모가 상향 조정에 따라 약 190억원으로 예상보다 221억원으로 늘었다. 유안타증권이 상장주관사를 맡았으며 10월 10일에 상장될 예정이다.
레뷰코퍼레이션은 희망 공모가격 1만1500~1만3200원에 총 224만주를 청약하면서 목표 공모금액은 약 258억원이다. 레뷰코퍼레이션의 상장주관사는 삼성증권으로 상장일은 미정이다.
ICT(정보통신기술) 융합보안 업체 한싹은 희망 공모가격이 8900원~1만1만100원이다. 10월 4일에 상장할 계획이며 KB증권이 상장주관사로 나선다. KB증권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대표 상장주관사로 공모주 청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며 ‘IB명가’ 반열에 올랐다.
아예 KB증권은 온라인으로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공모주 슈퍼위크 2023’ 이벤트도 열었다. 공모주 청약뿐만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들의 자산관리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된 행사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공모 시장이 활력을 찾고 있어 증시 전반에도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두산로보틱스, 밀리의 서재 등 시장의 주목을 받는 대어들이 등장해 증권사 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