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적자 전환한 페퍼저축은행…하반기 전망도 '우울'

김태규 기자 입력 : 2023.10.05 07:34 ㅣ 수정 : 2023.10.05 07:34

페퍼저축銀, 상반기 5대 저축銀 중 유일하게 적자 전환
이자이익 감소…연체율 상승‧부동산 침체에 대손비용 증가
나신평, 페퍼저축銀 '부정적' 하향 조정…"수익성 저하 유지될 것"
페퍼저축銀 "1분기 대비 2분기 개선세…자본적정성 규제비율 상회"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사진=페퍼저축은행]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업권이 9년 만에 적자를 보인 가운데 페퍼저축은행이 429억원의 손실 규모를 기록하며 5대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적자를 나타냈다. 저축은행업권을 둘러싼 환경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5일 금융감독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9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당기순이익 8965억원과 비교해 9918억원 감소했다.

 

업계 상위 5개 저축은행도 어두운 업황에 순익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올해 상반기 1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763억원과 비교해 94.0%나 감소한 수치다. OK저축은행은 상반기 5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년 같은 시기 670억원과 비교해 20.1% 줄었다. 이어 △한국투자저축은행 31억원(전년 동기 369억원, 91.6% 감소) △웰컴저축은행 238억원(전년 동기 519억원, 54.1% 감소)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페퍼저축은행은 상위 5개사 중 유일하게 적자 전환하면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페퍼저축은행은 상반기 429억원의 순손실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297억원과 비교해 244.4%나 줄어든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의 실적 악화는 예대금리차가 축소하면서 이자이익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페퍼저축은행은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확보하기 위해 중금리 대출상품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상반기 6.19%에서 하반기 6.01%로 하락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4.72%까지 낮아졌다.

 

저축은행은 예대금리차를 통해서만 수익을 낼 수 있다. 때문에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고객에게 받을 수 있는 대출금리는 법정 상한으로 막혀있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금리가 오르게 돼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시중은행에서도 4%대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 상품이 나오면서 수신 경쟁에 불이 붙고 있어 저축은행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연체율이 상승한 점도 수익이 악화된 배경으로 꼽힌다. 6월말 기준 저축은행 연체율은 5.33%로 나타났다. 이는 3월 말 5.06% 대비 0.27%포인트(p) 오른 수치다. 저축은행업권의 특성상 차주 대부분은 다중채무자이거나 신용점수가 낮다. 고금리 시기 차주의 상환여력이 감소하면서 연체율이 상승한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지난달 페퍼저축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을 'BBB‧안정적(Stable)'에서 'BBB‧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조정하면서 △조달비용 및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저하된 점 △자산건전성 저하위험이 확대된 점 △자본적정성 지표가 경쟁사 대비 열위한 수준임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지형삼 나신평 책임연구원은 "2022년 이후 고금리 지속과 저축은행업권 수신경쟁의 영향으로 예수금 조달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페퍼저축은행은 고정금리 및 만기 24개월 이상 차주 비중이 커 이자비용의 대출금리 전가가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 연구원은 "고금리 지속과 부동산경기 저하 추세 등으로 향후에도 높은 조달비용 및 대손적립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 저하가 유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 비중이 타사 대비 적은 점은 긍정적이다. 지 연구원은 "올해 6월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개발 관련 대출 비중은 69.6%로 업계 평균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자이익이 줄고 연체율 상승,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대손비용 부담이 증가했다"면서 "다만 1분기 대비 2분기 실적은 개선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5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적정성은 규제 비율을 상회하고 있다"면서 "하반기 금리가 안정화되고 개선세가 유지된다면 수익성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