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예금’ 등장에 대출금리 상승 압박···‘이자 쓰나미’ 우려
은행들 대규모 예금 만기 앞두고 금리 인상
조달 비용 증가에 코픽스 금리 다시 오르나
주담대 금리 상승 불가피···이미 상단 7%대
가계대출 잔액 최대···이자 부담 더 커질 듯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로 올라선 가운데 대출금리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대출 상품에 고스란히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로 채권금리마저 뛰면서 대출금리 상승 압박을 키우고 있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 기록하고, 대출금리까지 오르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4.00~4.05%로 집계됐다. 지난달 초 연 3.50~3.85%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달 만에 하단이 0.5%포인트(p) 급등했다.
그동안 기준금리(연 3.50%) 수준에서 정기예금 금리를 운용하던 은행들이 최근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선 건 대규모 만기 도래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말 최고 연 5%대 금리로 물 밀 듯이 들어온 고객들의 정기예금(1년 만기)이 올 연말 만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정기예금 만기 도래 시점에 금리 경쟁력을 잃을 경우 급격한 수신고 이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은행들은 금리 인상으로 재예치 수요를 높여 수신고 방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대출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수신금리가 높아지면 은행들이 내주는 이자가 늘어나고, 결국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부담은 모두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대표적인 지표가 코픽스(COFIX)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으로 쓰인다. 코픽스는 은행이 취급한 수신 상품 금리에 따라 등락하는 구조다.
지난 8월 기준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3.66%로 전월 대비 0.03%p 하락했다. 오는 16일에는 9월 코픽스가 발표될 예정인데, 최근의 수신금리 상승분이 반영되면 다시 오를 가능성도 있다. 특히 코픽스 산정에서 정기예금 비중이 70~80% 수준인 걸 고려하면 10~12월 상승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인 은행채 금리도 상승세다. 지난 5일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연 4.4%까지 올랐다. 지난 5월까지 3%대 후반에 머물다가 상승폭을 키우는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장기화 신호로 미국 국채금리가 뛰면서 은행채도 동반 상승했다는 평가다.
은행권에선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올 연말까지 대출금리가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5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5일 연 4.17~7.12%로 상단이 연 7%대를 돌파했다. 같은 기준 고정형 주담대는 연 4.00~6.23% 수준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가계대출 증가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8월 말 기준 1075조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주담대가 1달 만에 7조원 늘면서 증가세를 견인했다. 가계대출 증가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다만 지난해 연말같이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까지 오르고, 결과적으로 주담대 금리 상단도 연 7%대 후반까지 상승할 것이란 금융권 안팎의 전망에 대해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작년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 발행이 막혀 예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하다보니 5%대의 정기예금도 나왔지만, 지금은 채권 발행 경로가 열려있어 (정기예금이) 작년만큼 오르진 않을 것”이라며 “일단 연말 주담대 7%대 후반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보는데,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에 나서면 금리로 조절해야 할 텐데, 이게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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