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모도원 기자] 서울 여의도 재건축 1호 단지인 한양아파트가 이달 말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차질이 생겼다. 입찰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17일 정비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영등포구에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정비계획 위반 사항이 있는지 확인해 조치하라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입찰 과정에서 정비계획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일단 KB부동산신탁 측에 내용 파악을 위한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며 "입찰 내용 등 어떤 위반 사항이 있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신속통합기획안(신통기획안)을 토대로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이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낸 것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1월 마련된 신통기획안에는 현재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돼 있는 한양아파트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상향하는 전제로 작성됐다.

다만 신통기획안은 정비계획 가이드라인일 뿐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신통기획안을 토대로 구체적인 정비계획을 세우고 서울시 심의까지 통과해야 확정안이 나온다. 영등포구에 주민 동의를 받은 정비계획안을 제출해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정비계획을 확정할 수 있다.

그러나 KB부동산신탁은 이 같은 절차를 건너뛰고 확정되지 않은 신통기획안으로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입찰 과정에서 신통기획안을 토대로 상가를 정비구역에 포함해 입찰 지침을 낸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8월 KB부동산신탁은 이 일대를 일반상업지역으로 전제하고 시공사 입찰을 시작했다. 현재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이다. 일반상업지역과 제3종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 기타 사용에 있어 많은 차이가 있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KB부동산신탁이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소유주 동의를 얻지 못해 사업이 불가능한 구역도 정비구역 면적으로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가 행정지도에 나서자 29일 총회에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중 한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현재까지도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한양아파트의 시공권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중이다.

시공사측 관계자는 "당장 선정을 중단하라는 명령서 성격의 공문은 아니지만, 만약 중단될 경우 여러 문제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라며 "이미 수주전 과정에서 수억원을 쓴 상태고 시공사뿐만이 아니라 조합 쪽에서도 재산권이 다 걸린 문제라 일단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KB부동산신탁은 입찰 과정에서 위반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법률 검토까지 다 받았기 때문에 정비계획 변경안으로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함에는 문제가 없다"며 "아직 서울시에서 취소하라고 지침이 내려온 것은 없고 다만 영등포구에 검토하라는 행정지시가 있어 현재 서울시, 영등포구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