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HD현대 정기선 호(號), 아비커스로 19조원대 자율 항해선박 시장 공략

남지완 기자 입력 : 2023.10.24 05:00 ㅣ 수정 : 2023.10.24 05:00

한국선급 및 글로벌 기국으로부터 기술력 인정받아
소형 보트에 특화된 자율 항해 솔루션도 개발
임도형 대표 “세계 최초로 자율 항해 제품 상용화한 점 기념비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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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19조원 자율 항해선박 시장을 잡아라'

 

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대표 정기선) 계열사 아비커스(Avikus)가 자율 항해 시스템을 개발한 후 이를 세계 최초로 대형 선박에 탑재·납품해 자율 항해 시대를 활짝 열었다.

 

아비커스는 2020년 12월 자율 항해 등 스마트선박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에서 설립한 회사다.  아비커스는 창립 한지 3년여 만인 올해 10월 벌크선사 팬오션에 자율 항해 솔루션을 영구적으로 공급해 마침내 자율 항해 시장을 공식적으로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4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자율 항해 선박 시장 규모는 2030년 143억달러(약 19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자율 항해 기술이 적용된 선박은 일반적으로 자동차보다 오랜 기간이 필요하고 수명주기도 길다. 이에 따라 각종 인증기관 및 글로벌 기국과 같은 공공기관 지원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이는 기업이 자율 항해 기술을 개발하면서 각종 신기술이나 안전을 검수하는 선급으로부터 기술 적합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파나마기국, 라이베리아기국 등 각종 조선·해운 관련 제도를 관리하는 기관으로부터 역량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아비커스,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등  HD현대 계열사들은 이 같은 난관을 모두 해결해 자율 항해 선박 사업에 속도를 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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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형 아비커스 대표가 지난해 7월 인천시 중구 왕산마리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남지완]

 

■ 업계 역량 총 결집해 연구·검증·개발·상용화 성공시켜

 

자율 항해 솔루션 개발 및 적용에 대한 본격 추진은 HD현대중공업, 아비커스, 한국선급(KR), 라이베리아기국이 2022년 9월 ‘자율 항해 시스템의 실호선 탑재 및 운항 적용 승인에 관한 공동 연구협약(MOU)’을 체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 기술력을 갖춘 HD현대중공업과 자율 항해 기술을 독자적으로 수년 동안 닦아온 아비커스가 주축이 되고 여러 제반사항들을 KR과 라이베리아기국이 처리하는 형태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MOU가 체결되기 전부터 아비커스는 '하이나스 2.0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선박용 자율운항 솔루션인 하이나스 2.0 솔루션은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인공지능(AI)이 각종 항해장비 및 센서로부터 제공된 정보를 융합해 항해 경로를 안내하고 충돌회피를 맡는 역할을 한다.

 

이 솔루션은 대부분 자동화가 돼있어 선장, 항해사와 같은 선박 운용 인원의 운항 피로도가 줄어들고 항해 보조, 안전 운항, 연료 효율성 기능을 갖췄다.  즉 이 솔루션을 선박에 적용해 안전과 경제적 이득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하이나스 2.0은 2단계 자율 항해 솔루션으로 분류된다. 1단계 기술(하이나스 1.0)은 AI를 활용한 장애물 인지, 판단 기능을 갖췄다.  이에 비해 하이나스 2.0은 기존 역량에 딥러닝을 활용한 자율 제어까지 가능해 진정한 의미의 자율 항해 솔루션이라고 볼 수 있다.

 

HD현대중공업, KR 등 4개 업체의 MOU 체결 후 반년이 지난 올해 2월 하이나스 2.0 기술은 마침내 KR로부터 개념승인(AIP)을 얻었다.  AIP는 기술 개발이나 제품의 개념, 기본설계에 대한 안전성과 성능 타당성을 검증하고 공식적으로 기술력을 인증하는 절차다.

 

이를 통해 아비커스와 HD한국조선해양은 이달 중순 팬오션에 자율 항해 솔루션을 영구 공급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하이나스 2.0은 팬오션에 영구 공급되기 이전에 여러 선박에 탑재해 각종 테스트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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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커스의 하이나스 2.0이 탑재된 '시 상하이' 벌크선 [사진=베슬파인더]

 

그러나 이번에는  팬오션의 ‘시 상하이(Sea Shanghai)호’에 하이나스 2.0을 적용해 공식적인 첫 운항을 시작했다.

 

시 상하이호는 중국~싱가포르 항로에서 시험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자율 항해 솔루션을 이용해 브라질로 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아비커스, HD한국조선해양, KR, 팬오션, 포스에스엠 등 5개 업체는 그동안 자율 항해 솔루션을 안정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공동으로 시험 운항을 했다"고 전했다.

 

시험 운항 기간 중 제품의 핵심 기능인 경로계획, 경로추종, 속도추종, 충돌회피 및 제품 안전 등 여러 기능 점검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자율 항해 솔루션을 적용하기 위한 ‘하이나스 컨트롤’ 장비에 해양수산부와 파나마기국으로부터 선박설비 기준에 따른 검토를 마쳐 영구 설치를 승인 받았다"며 "이는 기국으로부터 솔루션 영구 설치 허가를 얻은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다만 하이나스 2.0 솔루션 및 관련 장비에 대한 공급액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하이나스 컨트롤이 영구적으로 기존선에 탑재된 것은 자율 항해 제품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이 솔루션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친환경 솔루션으로 선박의 경제성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형철 KR 회장은 “자율 항해 솔루션이 선박에 영구 설치돼 운항을 성공적으로 시작해 대한민국 자율운항선박 기술력이 세계에서 가장 앞섰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각 기관과 실증연구를 통해 자율운항선박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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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커스의 자율운항시스템이 설치된 레저용 보트 [사진=HD현대]

 

■ 소형 보트 시장 공략도 가속페달

 

아비커스는 대형 상선에 활용 가능한 자율 항해 솔루션 외에 소형 보트에도 사용할 수 있는 자율 항해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전 세계 레저보트 수가 2000만대에 이르고 해마다 50만대가 새로 건조되고 있다"며 "레저보트용 자율 항해 시스템 시장이 향후 최대 연간 30만대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아비커스는 지난해 7월  기자간담회에서 자율 항해 솔루션을 활용해 소형 보트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후 같은 해 10월 미국 플로리다주(州)에서 열린 세계보트 쇼 ‘포트로더데일’에 참가해 레저보트용 자율 항해 2단계 솔루션 '뉴보트(NeuBoat)'를 처음 선보였다.

 

뉴보트는 신경세포를 뜻하는 '뉴런(Neuron)'과 보트(Boat)의 합성어다. 이는 선박에 탑재된 아비커스의 AI 자율 항해 솔루션이 인간 신경세포처럼 다양한 해상 환경에서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며 제어할 수 있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포트로더데일' 행사서 아비커스는 글로벌 보트 전장업체 레이마린(Raymarine)과 자율 항해 보트 상용화를 위한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후 두 회사는 자율 항해 기술력 개발을 공동 추진해 왔으며 올해 9월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열린 '칸 요트 페스티벌 2023’에서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공개했다.

 

업그레이된 기술의 이름은 ‘뉴보트 도크(NeuBoat Dock)’다. 이는 아비커스의 최첨단 자율 항해 기술을 기반으로 레이마린과 협력해 개발했다.

 

뉴보트 도크는 총 6대 카메라 시스템으로 구성된 다기능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다 정밀한 충돌 회피와 접안 지원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보트 건조업체가 쉽게 관련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단순한 센서 구성 및 직관적인 설치 보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됐으며 필요하면 원격지원이 가능하도록 옵션 기능을 마련했다.

 

아비커스 관계자는 “뉴보트 도크 기술을 통해 그동안 주력해온 대형 상선 자율 항해 솔루션 분야를 넘어 레저보트 시장에서도 자율 항해 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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