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10.19 10:33 ㅣ 수정 : 2023.10.19 10:33
한은, 기준금리 3.50% 6차례 연속 동결 인플레 우려에도 경기 둔화 문제 고려해 기준금리 묶여도 대출금리 계속 오를 듯 채권금리 상승세···가계부채 억제도 영향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이 19일 시장의 전망대로 기준금리를 6차례 연속 동결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과 한-미 금리차 확대 상황에도 경기 둔화 문제를 우선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에 따른 채권금리 상승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덜어냈다는 평가다.
기준금리는 동결됐지만 은행권 금리는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대내외 요인으로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가계부채 관리에 돌입한 점도 변수로 떠올랐다.
■ 기준금리 그대로 3.50%···경기 우려에 6차례 연속 동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3.50%로 동결했다. 올 1월 연 3.25%에서 3.50%로 올린 뒤 2·4·5·7·8월에 이어 이달까지 6차례 연속 동결 결정이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앞서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기준금리 동결을 점친 응답은 90%에 달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기준 3.7%로 4월 이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후 올 7월 2.3%까지 내려앉았지만 8~9월은 3%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이달 소비자물가가 다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지만,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면서 미국(연 5.25~5.50%)과의 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인 2.00%포인트(p)까지 벌어졌다. 통상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으면 수익(금리)을 쫓는 외국인 투자금 유출, 원화 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상승 우려가 뒤따른다.
이런 상황에도 한국은행이 이달까지 기준금리를 묶은 건 경기 둔화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금리에 따른 소비 위축 등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과감한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긴 어려웠을 것이란 평가다.
■ 기준금리 유지되는데 대출금리 고공행진···연말까지 계속 오를 듯
관심을 모으는 은행권 대출금리의 경우 이번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별개로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매파적(긴축 선호)’ 신호를 보낸 게 국내 대출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연준의 이 같은 신호로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했고, 국내 은행채 금리도 덩달아 뛰었다. 은행채 금리는 은행권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의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쓰이는 지표다. 연준발(發)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대출금리 상승의 재료로 작용한 셈이다.
지난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4.14~6.56%로, 지난 13일(연 4.20~6.51%) 대비 상·하단이 모두 상승했다. 준거(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가 이달 4일 연 4.79%로 연고점을 찍는 등 급등세인 데 기인한다.
은행권 수신금리와 연동되는 코픽스(COFIX) 역시 지난달 기준 3.82%로 올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코픽스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으로 쓰인다. 최근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수신금리를 높이고 있는 걸 고려하면 당분간 ‘코픽스 상승→주담대 변동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인 1079조8000억원 수준까지 불어난 가계부채 억제에 나선 점도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조절을 위해 가산금리 인상 카드를 꺼냈다. 대출 문턱을 높여 수요를 조절하겠단 의미인데, 결과적으로 신규 취급되는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주담대 증가세를 조절하기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는 조치를 해놨고, 여기에서 추가로 인상하는 건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이사철이 겹치면서 지표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 대책이 나온다면 은행도 (금리 인상 등으로)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