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역대급 실적으로 기선제압···‘5조클럽·리딩뱅크’ 쌍끌이 하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올 3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가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전반적인 은행권 실적 둔화 전망에도 핵심 수익성 방어와 이익 증대를 이뤄냈다. 이 흐름대로라면 금융지주 최초로 연간 5조원대 순이익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이 전일 발표한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73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4% 증가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2조9967억원)까지 더한 누적 순이익은 4조3704억원으로 1년 전보다 8.2% 늘었다.
KB금융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견고한 이익체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여신 성장을 통한 이자 이익 증대를 이어갔고, 하락 추세인 수익성 지표도 최대한 지탱한 게 실적 성장세 지속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올 3분기 기준 그룹과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각각 2.09%와 1.84%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각 0.01%포인트(p)씩 하락한 수치지만 여전히 금융권 내 최고 수준이다. NIM은 자산단위당 이익률로 금융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로 꼽힌다.
올 3분기 KB금융의 누적 순이자이익은 8조8472억원으로 전년동기(8조4008억원) 대비 5.3%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의 원화대출금이 올 2분기 330조원에서 3분기 336조원으로 1.8% 늘어나면서 이자이익도 증대됐다. KB금융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견고한 이익체력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고 자평했다 .
비(非)이자이익 성장도 호실적을 견인했다. 올 3분기 기준 KB금융의 비이자이익은 3조7758억원으로 전년동기(2조681억원) 대비 82.6% 성장했다. 순수수료이익은 2조7668억원으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기타영업손익이 지난해 6964억원 적자에서 올해 1조90억원 흑자로 1조7054억원 급증했다.
4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KB금융이 가장 먼저 올 3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오는 26일 우리금융지주, 27일 신한금융지주·하나금융지주가 잇따라 경영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KB금융은 호실적으로 시장 기대에 부응했지만, 신한·하나·우리금융의 실적 전망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1조234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2.6%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9952억원, 84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1년 전보다 각각 14.9%, 5.8% 감소한 규모다.
신한·하나·우리금융의 실적이 역성장하는 건 핵심 계열사인 은행 NIM 하락에 기인한다. 3분기 중 완만한 대출금리 하락세 속 정기예금 등 조달금리는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올 3분기 은행권 NIM이 0.02~0.03%p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NIM의 경우 최근 금리가 연일 고점을 갱신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금리 개선 영향보다도 조달 부문에서의 경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잠재 부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도 금융지주간 실적 희비를 좌우할 전망이다. NIM 하락에 따른 수익성 둔화에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는 충당금 적립까지 늘어나면 순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 상반기 선제 충당금 규모가 하반기 성적표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KB금융의 경우 올 3분기 3분기 신용손실충당금으로 4486억원을 전입했다. 이는 전분기(6514억원) 대비 2028억원 감소한 규모다. 충당금 적립이 줄어든 만큼 상반기보다는 순이익 창출 부담이 덜어졌을 것이란 평가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4대 금융지주의 실적 경쟁 결과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KB금융의 실적 개선세와 반대로 신한·하나·우리금융의 역성장이 가시화되면 격차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KB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4조3704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만큼 4분기까지 더한 연간 순이익이 5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국내 금융지주 중 최초로 ‘5조 클럽’에 진입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에 내준 ‘리딩금융(순이익 기준 1등 금융지주)’도 탈환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도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의 균형잡힌 성장과 비이자수익 확대 및 판매관리비 통제를 통해 안정적인 이익창출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