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망당한 국방부, KADEX를 '별도 전시회'로 후원했는데 육군협회는 DX KOREA'개칭' 전시회로 홍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육군협회(회장 권오성)가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와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간의 관련성을 두고 상호충돌하는 두 종류의 진술을 하고 있다. 상충되는 두 가지의 육군협회 주장 중 하나는 '허위진술'이 될 수밖에 없다. DX KOREA는 육군협회와 디펜스코리아(IDK)가 주최와 주관사로 10년동안 협력해 글로벌 입지를 구축해 온 대한민국의 대표적 글로벌 방위산업전시회이다. KADEX는 육군협회가 DX KOREA와 무관하게 새로 추진하는 방산전시회이다.
첫째, 육군협회는 DX KOREA를 10년동안 진행해 온 주관사인 IDK 박춘종 대표와의 법정소송에서 "KADEX는 DX KOREA와 관련없는 별도 행사"라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DX KOREA에서 이름을 바꾼 KADEX를 2024년에 개최하는 게 부당하다는 IDK의 주장을 반박했다.
둘째, 육군협회는 KADEX가 국방부의 공식 후원 승인을 받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지난 23일 보도자료에서 KADEX가 지난 10년동안 육군협회가 주최해 온 지상무기 방산전시회의 '개칭'이라는 점을 명시했다. 신생 전시회가 아니라 기존 전시회(DX KOREA)를 발전시키고 업그레이드한 전시회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육군협회가 국방부의 공식 후원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는 KADEX가 별도의 새로운 전시회라고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육군협회는 후원승인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KADEX가 개별행사라고 설명했고, DX KOREA와의 관련성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육군협회가 KADEX가 10년 전통을 가진 기존 전시회의 '개칭'이라고 주장한 것은 국방부를 기망하는 행위에 해당되는 셈이다. 또 법정 진술은 허위 진술이 되는 것이다.
■ 육군협회, 23일 보도자료에서 'KADEX'를 기존 전시회의 '개칭'이라고 설명..."KADEX는 DX KOREA와 관련성 없는 별개의 전시회"라는 법정진술은 허위 진술?
육군협회는 23일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를 통해 “KADEX 2024 공식 후원 승인 공문을 받았다”며 “지난 10년 동안 지상무기 방산전시회를 주최해 온 육군협회는 2024년부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K-방산의 위상에 맞게 KADEX 2024라는 이름으로 개칭하고 수준높은 K-방산 글로벌 전시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육군협회의 설명과 지난 7월 육군협회가 법정에서 주장하던 본질이 자가당착에 빠지게 되는 부분은 바로 ‘개칭’ 부문이다.
기존 대한민국방위산업전인 DX KOREA의 주관사인 IDK는 지난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에서 ‘사업주관사 지위 확인의 소’를 통해 피고인 육군협회에 “DX KOREA가 포함된 명칭 또는 그와 유사한 명칭을 직접 또는 제3자로 하여금 사용하게 해 지상무기체계 전시회를 개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육군협회 변호인은 “당사는 IDK가 주관사의 지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DX KOREA 전시회가 아닌 별도의 전시회인 KADEX를 진행하고자 한다”며 “DX KOREA와 전혀 별개의 무관한 KADEX를 준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IDK가) KADEX 사업자 선정에 관한 공모의 입찰을 중지해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한다”고 반박했다.
육군협회 변호인은 KADEX는 DX KOREA와는 관련성이 없는 별개의 전시회라고 주장함으로써 "DX KOREA를 다른 이름으로 변경한 KADEX가 개최돼서는 안된다"는 IDK의 논리를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23일 나온 육군협회의 보도자료 내용에는 ‘K-방산의 위상에 맞게 KADEX 2024라는 이름으로 개칭’이라는 표현이 포함됐다. 방산전시회의 이름이 개칭된다는 것은 기존 방산전시회의 본질을 승계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KADEX가 10년 동안 주최해 온 지상무기 방산전시회의 이름을 개칭한 것이라면 "DX KOREA 전시회가 아닌 별도의 전시회인 KADEX를 진행하고자 한다"는 육군협회 측의 법정 진술은 허위 진술이 되는 셈이다.
■ 육군협회, KADEX가 기존 전시회의 ‘개칭’ 주장하면서 기존 전시회가 DX KOREA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아...법정진술과의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
육군협회는 법정에서 KADEX가 DX KOREA와 관련이 없는 별개의 전시회라고 반박했던 사실을 염두에 두고 23일 보도자료를 작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도자료에는 10여년 동안 주최해 온 지상무기 방산전시회가 'DX KOREA'라는 사실을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7월 법정에서 육군협회 변호인이 "KADEX와 DX KOREA가 관련성 없는 전시회"라고 주장했던 것과 모순된다는 점을 희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도자료에서 '개칭'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10년 동안 성공적으로 진행돼 온 DX KOREA라는 브랜드를 계승한 정통성 있는 방산전시회라는 점을 방산기업 및 언론에게 인식시켜주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전시회명이나 사명이 변경될 경우 ‘기존의 A 명칭에서 새로운 B 명칭으로 변경됐다’라고 명시적인 설명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육군협회가 23일 보도자료에서 KADEX가 기존 전시회의 ‘개칭’이라고 표현하면서 DX KOREA라는 기존 전시회 명칭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법정 진술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 국방부는 KADEX를 DX KOREA와 무관한 '개별 전시회'로 판단하고 후원 승인...육군협회는 DX KOREA라는 기존 전시회의 '개칭' 전시회라고 보도자료 배포
그렇다면 육군협회는 국방부에 KADEX 후원을 요청하는 공문에서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뉴스투데이는 국방부의 ‘KADEX에 대한 공식 후원’ 사실 여부를 판별하고자 국방부 관계자와 접촉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뉴스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육군협회가 국방부에 KADEX 후원 요청을 진행할 당시, 기존에 10여년 간 전시회를 진행해왔던 DX KOREA에서 KADEX로 명칭을 변경해 공식 후원을 신청한 것으로 서류가 제출돼 후원이 진행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육군협회와 같은 각종 비영리 법인이 전시회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하고 국방부 후원 신청을 하는데, 이 전시회가 기존 행사를 대체한다는 사실은 전달받은 바 없었으며, 그 행사 자체(KADEX)에 대해서만 국방부 훈령 기준으로 검토를 하고 승인을 한 것이다”고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육군협회 KADEX와 IDK DX KOREA의 갈등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요소를 고려해 국방부가 판단하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러한 요건은 검토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면 KADEX라는 전시회 하나만을 국방부가 후원하는 것이고, 기존에 개최되던 전시회의 연장선은 아니라고 보고 승인한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개별 행사에 대한 승인을 한 것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육군협회는 자사의 홈페이지에 국방부 공식 후원 사실을 공표하면서 지난 10여년 동안 진행해왔던 전시회의 이름을 개칭해 앞으로 KADEX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육군협회가 국방부에 후원 요청을 했을 때 언급했던 내용들과 다른 것 아니냐”는 보충 질문에 대해서도 “반복적으로 말씀드리지만 육군협회가 신청을 할 때 기존 방산전시회와의 관련성에 대한 자료는 제출한 바 없다. 신청서에도 그러한 내용은 없었으며 (DX KOREA 관련 여부를) 검토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잘못된 정보가 담긴 문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내년부터 KADEX라는 명칭으로 진행이 된다는 것에 대해 오해하실 수도 있으나, 당국은 개별 행사에 대해 승인한 것이며 별도의 입장 발표는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국방부 관계자는 KADEX 전시회가 DX KOREA와는 어떠한 관계성도 없는 개별 전시회라는 내용을 기반으로 후원 승인을 결정했던 반면에 육군협회는 KADEX가 지난 10여년 동안 진행됐던 DX KOREA를 '개칭'해서 사실상 대체하는 전시회라는 점을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홍보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별 전시회로 인식하고 KADEX 후원 승인을 해준 국방부는 육군협회에 의해 기망당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