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3.12.08 10:16 ㅣ 수정 : 2023.12.08 10:16
한국에서는 마약으로 분류된 HHCP가 들어간 젤리, 쿠키 등이 온‧오프라인 판매 중
마약성분이 들어간 쿠키가 일본에서 널리 팔리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에서 대마와 유사한 성분을 함유한 젤리나 쿠키를 먹은 사람들의 피해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원래 일본에서는 대마에서 유래하였거나 유사성분을 포함한 식품을 에더블(edible)이라고 부르며 쿠키와 초콜렛, 젤리 등으로 만들어 암암리에 판매하여 왔는데 최근에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진 것이다.
이에 후생노동성은 지난 달 22일, 관련 제품에서 검출된 합성화합물인 HHCH(헥사히드로칸나비헥솔)을 의약품 및 의료기기법 상 지정약물로 분류하고 이번 달 2일부터 규제대상에 포함시켜 개인의 소지와 사용은 물론 유통까지 전면 금지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조금도 해결되지 않았다. HHCH를 넣은 젤리를 제조, 판매하는 오사카 소재의 한 회사는 SNS를 통해 HHCH가 포함된 자사 상품을 폐기해달라고 요청하면서도 또 다른 유사성분이 들어간 상품을 버젓이 함께 선전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특정 성분을 규제하더라도 이를 살짝 빗겨간 대용품이 바로 유통되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라면서 현재의 후생노동성 조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HHCH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제조사들은 이번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HHCP(헥사히드로칸나비포롤)를 사용하여 새로운 젤리를 제조, 판매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한국에서 HHCP는 의존성 유발 등 신체적, 정신적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은 임시마약류 1군으로 지정되어 수출입, 제조, 매매 등에 가담하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지만 일본에서는 아무런 제재가 없다.
SNS를 통해 해당 젤리 제조사의 대표라고 밝힌 한 인물은 ‘규제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성분이 개발될 뿐이기 때문에 (일본의) 규제는 어리석다’면서 후생노동성이 HHCH를 지정약물로 분류한 일주일 뒤인 11월 29일부터 HHCP를 넣은 젤리의 시판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방문객에 의하면 HHCP를 넣은 콜라맛 젤리는 현재 10개 들이 한 봉지가 7000엔에 팔리고 있으며 'HHCH가 규제되면서 대체용으로 구입을 희망하는 이용자들의 문의가 다수 있다‘는 이야기를 점원으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뒷북을 친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후생노동성은 이번 달 1일, HHCH와 유사한 성분을 모두 규제대상으로 분류하는 포괄지정을 내년 초에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법과학연구센터의 아에미야 마사요시(雨宮 正欣) 소장은 이 역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과거에도 포괄지정을 여러 차례 시행했지만 그 때마다 새로운 화합물이 등장했기 때문에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일본을 찾는 가장 많은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인들이다. 길거리에서 시식으로 나눠주는 귀여운 모양의 젤리나 쿠키, 초콜릿 등을 실수로 입에 넣거나 호기심으로라도 해당 제품을 구입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일본 여행 중에는 항상 주의해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