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제도권 진입 초읽기…여전히 인력은 '약점'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금융위원회가 내년 7월부터 시행할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하 가상자산법) 시행령을 공개하면서 제도권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섰다. 예치금 이용료 지급과 가상자산 범위 등이 구체화된 가운데, 전통 자본시장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가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스테이킹(가상자산을 블록체인에 예치) 등 세부적인 쟁점이 있는 사안이 있어 케이스별 추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시행령 수립 과정과 시행 이후에도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관련 인력 부족 현상이 대두될 우려도 남아있는 상황이다.
■ 금융위, 가상자산법 시행령 발표…예치금 이용료 지급·콜드월렛 비중 강화
1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법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내년 1월 22일까지 입법예고하고, 가상자산법과 함께 내년 7월 19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시행령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예치금 이용료를 이용자에게 지급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은행에 이용자 예치금을 예치하거나 신탁해 관리하도록 했다.
은행은 해당 예치금을 국채나 지방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급 보증한 채권 등 안전자산에만 투자할 수 있다. 만일 가상자산 사업자가 파산하면 은행은 예치금을 이용자에게 선지급해야 하고, 예치금에 대한 상계 및 압류도 금지된다.
대체불가토큰(NFT)은 법률상 가상자산 정의에서 제외된다. 상호 대체될 수 없는 NFT 특성상 보유자나 금융 시스템에 주는 위험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인데, 다만 NFT로 명명돼도 대량 발행 후 상호 대체가 가능하거나 특정 재화 및 서비스 지급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면 가상자산 범주에 포함된다.
NFT 외에 한국은행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모바일 상품권, 예금토큰 등도 가상자산 범주에서 빠졌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이용자의 가상자산 중 8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하도록 했다. 이는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에서 설정한 콜드월렛 비중 70%보다 10%포인트 강화된 수준이다. 콜드월렛이란 인터넷과 분리된 지갑으로 인터넷 연결 지갑은 ‘핫월렛’보다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나 사업자가 거래소를 통해 중요정보를 공개한 경우, 6시간이 지나면 해당 정보가 공개된 것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만약 정보가 오후 6시 이후 공개된 경우에는 다음날 오전 9시 이후 공개된 것으로 본다. 그동안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 의혹이 부각되는 등 가상자산 시장의 정보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발행자가 ‘백서’(발행자의 가상자산 사업계획)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경우 하루가 지나야 공개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는 누구나 접속 가능해야 하며, 최근 6개월 내 가상자산 중요정보가 지속 게재된 경우에만 인정된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에 이상 거래 감시 의무가 부과되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절차를 마련했다. 시행령을 통해선 감시 의무 수행 중 의심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거래소가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에 즉시 통보하도록 했다.
■ 업계 “예상했던 범위·수준, 이행 무리 없어”…인력 부족 현상 여실
가상자산 업계에선 이번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두고 예상대로 나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히 규모가 갖춰진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시행령을 따르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본법이 나왔을 때부터 예상했던 범위와 수준의 시행령이 나온 터라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이행에 무리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불합리하지도 않고, 나름 적정선에서 시행령이 갖춰진 만큼 각 거래소별로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소들이 감당하지 못할 내용에 대해선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고, 거래소 측의 입장도 대체로 종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일부 중소형 거래소나 새롭게 진입하려고 하는 사업자의 입장에선 기준점이 높아졌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생길 가능성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시행령 발표 이후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향후 입법할 가상자산 관련 법적 체계가 전통 자본시장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 가상자산이 전통 자본시장과 다르게 세부적인 쟁점이 있다는 점에 대한 ‘핀셋 법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용자의 예치금 수준이나 콜드월렛 보관 의무 상향, 불공정행위 금지 등이 대표적으로 자본시장 수준으로 규제가 강화된 사례며, 마켓메이커의 시장조성행위가 불허되는 등 자본시장법보다 높은 수준의 규제도 있다”며 “국내 가상자산 사업자들에게는 강도 높은 ‘규제 수준’ 여부가 사업 모델의 수익성보다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 연구원은 “스테이킹 서비스는 명시적 금지 조항이 없고 세부적 쟁점이 있어 사안별 검토가 필요하다”며 “‘실질보유 의무조항’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가 제3자에게 이용자 자산을 위임해 스테이킹하는 형태의 사업은 불가능한데, 솔라나 등 위임지분증명 구조를 가진 가상자산은 자산 위임 시에도 실제로 정보한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것이어서 위임행위 자체에 대한 쟁점사항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시행령에 대해 NFT 제외 등의 조항이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관련 인력 부족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규모가 매우 작은 NFT 시장을 금융의 영역에 넣어 금융위나 금감원이 규제하자니 인력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며 “NFT의 원래 목적이 자본 조달은 아니지만 현상적으로 자본 조달로 쓰인다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발행 과정부터 하나하나 규제하자니 현실적 문제가 있어 우선 가상자산에서 제외하고 이후 예외조항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증권성을 가진 가상자산이 발행 후 2차 거래가 일어날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데, NFT의 경우 2차 거래 시장이 작아 발행 후 이를 소유하게 된 사람만 보호하면 돼서 문제의 소지가 작은 것”이라며 “만약 NFT를 자본조달의 목적으로 쓰면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적어놓은 조항은 사실상 기관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NFT를 가상자산 범위에서 제외했다고 ‘막 해도 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오히려 공정거래법이나 소비자보호법이 적용될 여지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