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싱가포르 '조호바루' 한달살기 (1)] 나는 왜 싱가포르에 가야 했을까?
한밤 중에 무심코 목격한 카야 토스트에 대한 열망으로 시작된 겨울여행
싱가포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숙소 잡아
[뉴스투데이=윤혜영 전문기자] 그 모든 것의 시작은 한밤 중에 우연히 켠 TV프로그램에서 시작되었다.
설잠에서 깨어나 채널을 돌리다 무심코 마주한 여행 프로그램에서는 모 방송인이 강변에 위치한 간이식탁에 앉아 토스트를 계란 노른자에 찍어먹는 장면을 자세히 보여주었다.
음...하고 감탄하며 울려 퍼지는 비음. 그는 검은 소스를 뿌린 그것에 토스트를 또 한입 찍어 먹고는 진한 커피를 들이키며 감탄하는 몸짓과 함께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카야 토스트는 말이쥬. 바삭한 빵에 고소한 날계란과 이 소스의 짭쪼름함, 그리고 카야쨈이 어우러지면서. 아유 기가 막히네유.”
'카야 토스트'. 그래 바로 이거야! 이번 겨울여행은 따뜻한 강변에 앉아서 질릴 때까지 카야 토스트를 먹고 오는거야.
먼저 포털 사이트를 뒤져 싱가포르의 유명 카야 토스트를 모두 검색한다. 전통적인 곳과 프랜차이즈, 유명세를 탄 곳과 현지인들의 카야집까지 모조리 리서치 하였다.
아이들에게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나라에서 달콤한 토스트를 실컷 먹으며 놀기만 하자고 공표하였더니 무엇보다 먹는 일에 진심인 아이들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겨울방학은 여름방학보다 좀 더 긴지라 물가 높은 싱가포르에만 한 달 체류하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판단에 이리저리 알아보니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말레이시아 조호바루가 위치해 있었다. 게다가 이민국 절차가 간소하여 Grab이나 버스, 기차를 이용해 국경을 손쉽게 오갈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도시 중 하나인 그 곳은 레고랜드가 있고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학비가 다소 저렴한 국제학교들이 많아 한국인들이 다수 방문하는 곳이라 하였다.
한 달이 넘게 아이가 백수처럼 빌빌거리며 노는 것도 눈엣가시가 될 터, 적당한 어학원을 찾아 방학 동안 아이를 학원에 등록시킨다. 오전동안 보모 노릇까지 해주니 일석이조.
비행기표와 숙소, 어학원 일단 큰 것부터 하나씩 해치워나간다.
왕복의 비행편은 스쿠트 항공으로 선택했다. 여러 선택지가 있었으나 비용을 절감하여 맛있는 음식에 더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비행은 언제나 경이롭다. 이륙 후 몇 시간만에 계절이 달라지는 진귀한 경험은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
두터운 겨울옷이 누더기처럼 거추장스레 느껴질 무렵 비행기는 점점 낮은 고도로 내려앉으며 착륙 준비를 하였고 곧 싱가포르 공항에 내려 산뜻한 여름옷으로 갈아입었다.
훅 끼쳐오는 이국의 생소한 여름 향기.
여러 인종들이 떠드는 소리와 낯설고 조금은 두려운 이 기분, 미지의 세계에 착륙한 모험가 세 명. 그러니까 이 여행의 출발점은 한밤 중의 '카야 토스트'에 대한 열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윤혜영 프로필 ▶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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