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 이제 종지부 찍어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88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년 2개월간 법원에 출석한 일수다.
이재용 회장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추진 과정에서 그룹 지배력 강화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위법하게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고 2020년 9월 자본시장법·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00번에 걸친 공판 중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중요 일정이 있던 12차례 외 88차례 법정에 출석하며 무죄 입증을 위해 성실히 법정공방을 다퉜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열린 1심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3년 2개월에 걸친 길고 긴 재판 끝에 총수의 사법리스크 해소를 기대했던 삼성으로서는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 본격적으로 복귀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8·15 광복절을 맞아 단행한 첫 특별사면(특사)에 이 회장이 포함돼 5년간 취업제한 조치에서 벗어났고 그해 10월 회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사법리스크 족쇄로 이 회장은 경영활동이 자유롭지 않다. 그의 진두지휘 아래 탄생할 ‘뉴삼성’에 관한 메시지를 기대하는 여론과 시장에 이 회장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신수종 발굴을 위한 대형 M&A에 대한 가능성도 거듭 언급됐지만 전장(電裝)·오디오 업체 ‘하만’ 이후 삼성 ‘M&A 시계’는 멈춰있다.
삼성은 새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중요한 과제를 앞두고 있다. 이달 26일 이 회장의 ‘불법 경영 승계’ 의혹 1심 재판이 열리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에게 ‘3·5법칙’이 적용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3·5법칙은 일반적으로 총수 일가가 법정에 서게 될 경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삼성은 줄곧 무죄를 주장해와 집행유예조차 허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달 재판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장기화 국면에 놓을 위기에 처해 있다.
삼성의 신규 시장 진출 과정에서 이 회장의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구심적 역할을 해왔다. 국내 경제를 뒤덮은 불황의 먹구름을 걷어내려면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또다시 등장한 사법리스크는 자칫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을 빼앗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라는 말이 있다. 검찰의 구형은 재계가 염원하는 ‘경제 살리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