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무산...건설업 99%인 중소업체 '벼랑 끝'
건설업계 "사업장 접으라는 얘기냐"라며 크게 반발
업계 관계자 "영세 건설업체 중대재해법 준비 미흡한 현실"
홍성호 연구원 "법 위반으로 사업주 구속되면 사실상 폐업"
다음달 1일 본회의에서 극적 타결 가능성 남아 있어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상시근로자 50인 미만(공사비 50억원 미만) 중소·영세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자는 법 개정안 처리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에 따라 이달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된다.
건설업계는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중대재해법이 건설업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영향을 받는 법안이지만 건설업은 특히 야외 작업이 많아 사고 위험률이 큰 편이다. 특히 건설업체의 99%가 중소 건설사이다.
이에 따라 이번 결정에 대해 대다수 건설업체들은 "사실상 건설 사업장 문을 닫으라는 얘기 아니냐"라며 격앙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 중대재해처벌법은
국회는 25일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간 추가 유예하는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금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중대재해법 적용을 유예하는 개정안 처리에 끝까지 협조하지 않았다"며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시행될 예정"이라고 논평했다.
정희용 대변인은 "법 유예를 절실히 바랐던 국민 여러분과 83만 중소·영세기업인에게 매우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국민의힘과 정부는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산업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1명 이상 사망 혹은 부상·질병자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가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안이다. 2021년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관한 법률 개정과 함께 추진한 이 법안은 지난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은 2024년 1월 27일부터 시행하도록 유예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영세한 업체들이 당장 이 법안을 적용하기 힘든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 2년을 더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지금과 같은 건설 불황에 사업주가 징역형이라도 받게 된다면 소규모 업체는 당장 폐업으로 이어질 거라는 게 정부와 여당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노동계는 시행하기로 예고했던 법안인 만큼 또다시 유예하는 것은 노동자 안전을 외면하는 일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 여야 입장 차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에 제시한 조건에 대해 어떠한 답도 받지 못했다"며 법안 유예 무산의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떠넘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안의 2년 재유예 협상 조건으로 지난 2년간 법 시행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정부의 공식 사과 △향후 2년간 구체적인 재해 예방 준비 계획과 예산 지원 방안 발표 △2년 유예 후 법을 반드시 시행한다는 정부와 경제단체의 공개 약속 등 3대 조건을 내걸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문제와 정부가 산업재해예방에 투입하는 예산 규모를 1조2000억 원에서 최대 2조 원 가량으로 늘리는 내용도 추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에서 협상할 마음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산업안전보건청은 민주당이 다수 여당이던 문재인 정부 때도 추진을 검토하다 무산된 것인데 이것을 조건으로 내거는 건 지나친 처사"라며 "민주당이 총선 때 민노총 도움을 얻기 위해 중소기업의 절박한 사정을 외면한다면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되면 큰 혼란 야기”
현 상황을 바라보는 전문가 입장은 어떨까.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당장 법안이 시행된다면 영세한 중소 건설업체들은 사실상 대부분이 중대재해법에 대한 준비가 안된 만큼 큰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짐작된다”고 했다.
실제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건설업체의 96.8%가 '중대재해법'에 대응하기 위해 안전관리체계 구축, 인력·예산 편성 등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기존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성호 선임연구원은 뉴스투데이에 “이 법안을 이행하기 위해 지켜야 할 의무가 안전관리자 수급을 포함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이 중 하나의 의무라도 이행하지 않아 사업주가 구속되면 영세한 업체는 사실상 폐업 아닌가”라며 “ 이는 그 밑에 속한 직원들과 그의 가족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처벌을 위함이 아니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사업주에게 어느 정도 처벌이 가해져야 경각심을 갖고 안전관리 인식도 강화된다”며 “다만 현재 방식은 처벌에 무게감을 둔 것 같아 목적과 수단이 맞지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영세한 건설업체는 안전관리사 수급이나 전담조직을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실제 적용하는 데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법안이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향후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만약 임시국회 본회의 남은 기간 동안 여야가 극적으로 협상에 성공하면 다음달 1일 본회의에서 현 상황을 타개할 중재안이 나올 가능성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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