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혁명 발목 잡는 이재용 사법리스크(2)] 총수 부재에 '반도체 미래' 송두리째 빼앗기면 안돼

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2.02 05:00 ㅣ 수정 : 2024.02.02 15:33

올해 '생성형 AI' 이어 '온디바이스 AI' 시대 활짝 열려
챗GPT 열풍으로 AI반도체 품귀 현상 빚어져 '부르는 게 값'
AI반도체 핵심병기 'HBM' 거머쥐기 위해 업체간 경쟁 치열
삼성전자, 올해 HBM 시장 주도권 확보해 SK하이닉스 추격
총수 부재로 차세대 먹거리 사업 주춤하면 경쟁력 빼앗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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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추진하는 AI(인공지능) 혁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자체개발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기반 ‘갤럭시 S24’는 우리 일상을 180도 바꿔놓을 모바일 AI 미래가 성큼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온디바이스 AI 필수요소인 고(高)성능·고용량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차세대 AI 반도체 핵심 기술을 발판 삼아 AI 시대를 주도하는 중대국면을 맞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 사업의 '쌍두마차'인 DX(모바일·TV·가전)와 DS(반도체) 미래 전략은 모두 AI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삼성전자를 만들어낸 고(故) 이건희 회장의 ‘반도체 신화’에 이어 이재용 회장이 AI로 '뉴(New)삼성 신화'를 탄생시켜야 할 중대시점에 놓여있다. 그러나 이 회장 앞에는 ‘사법리스크’ 라는 '높은 벽'이 놓여 있다. 총수가 주도하는 공격경영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AI 산업 전환기를 맞아 이 회장이 또다시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면 삼성전자는 물론 국가 첨단기술 확보에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뉴스투데이는 AI로 새로운 성장과 재도약을 노리는 삼성전자에게 드리운 그림자인 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를 짚어보기 위해 3회에 걸친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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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freepik]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올해 반도체 시장 화두는 AI(인공지능)반도체다. 이에 따라 ‘생성형 AI’를 지나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올해 AI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I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현재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업체 엔비디아는 시장점유율이 약 90%로 사실상 독주 체제를 갖췄다. 

 

그렇다 보니 지난해 챗GPT 열풍으로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해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고 AI 반도체 가격도 덩달아 큰폭으로 올랐다.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 된 셈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해 초 3만7000달러(약 4800만원)에 거래되던 엔디비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H100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4만6000달러(약 6000만원)로 치솟았다.

 

AI반도체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AI반도체를 생산하는 전략을 세우기 시작했다.  

 

이들 빅테크 업체들이 AI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할 경우 반도체 업체간 시장점유율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와 같은 AI반도체 생태계에서 최근 최대 수혜주 가운데 하나가 삼성전자다. 

 

AI반도체 성능은 고(高)대역폭메모리(HBM)가 좌우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HBM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해 현재 HBM 선두주자 SK하이닉스와 격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체가 HBM 사업에 주력하는 데에는 HBM이 최근 '든든한 효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독한 반도체 불황이 불어닥친 가운데 삼성전자는 AI 열풍에 힘입어 HBM 등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반도체로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반도체 사업을 관할하는 DS(디바이스 솔루션·Device Solutions)부문 실적이 매출 21조6900억원과 영업손실 2조18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2023년 3분기 영업손실이 3조7500억원이다. 이에 따라 4분기 적자폭이 1조5700억원 줄어든 셈이다. 이는 4분기엔 D램이 흑자로 돌아선 데 따른 것이다.

 

흑자전환 배경에 대해 삼성전자는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 기조에 따라 첨단공정 제품 판매를 늘리는 게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 더블데이터레이트5(DDR5), 저전력DDR5X(LPDDR5X),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 4.0(UFS4.0) 등 첨단공정 제품 판매에 집중했다”며 “시장 전망을 웃도는 비트 그로스(Bit Growth·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를 실현했고 D램은 재고 수준이 크게 개선돼 4분기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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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3 [사진 =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공격경영은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AI 반도체에 힘입어 적자 폭을 일부 줄였지만 올해는 수익 극대화 카드를 내밀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HBM 비트 판매 성적표라면 수익 극대화가 어려운 얘기는 아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HBM 비트 판매량이 2023년 4분기에 3분기 대비 40% 이상, 2022년 4분기 대비 3.5배로 급증해 분기마다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 사업다각화에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HBM3 첫 양산을 시작해 4분기에 주요 GPU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해 제품 판로를 넓혔다. 또한 차세대 제품 HBM3E 적기 양산 사업화를 차질없이 진행 중이고 올해 하반기에는 HBM3E 12H로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올해 삼성전자에 주어진 주요 과제는 HBM 시장 주도권 확보다. HBM 점유율과 기술력 면에서 아직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13년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함께 업계 최초로 HBM 생산에 핵심인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활용해 HBM을 만든 SK하이닉스는 HBM(1세대), HBM2(2세대), HBM2E(3세대), HBM3(4세대) 등을 잇따라 출시해 빠르게 시장을 선점했다.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는 HBM 만큼은 SK하이닉스보다 한 발 늦었다.

 

SK하이닉스가 1세대 HBM을 개발하자 삼성전자는 1세대를 건너 뛰고 2015년 2세대 HBM를 선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HBM 주도권을 거머쥐는 듯 했다. SK하이닉스가 2016년 내놓은 2세대 HBM은 무리한 기술 추진으로 고객사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3·4세대 HBM을 삼성전자보다 1년씩 앞서 양산해 주도권을 지켰다.  

 

5세대 HBM ‘HBM3E’ 개발도 SK하이닉스가 빨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 HBM3E 개발에 성공하고 성능 검증 절차를 위해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했다. 삼성전자는 두달 후인 10월에야 HBM3E 개발과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HBM3E부터 공급업체를 다각화할 방침이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우선 공급 계약을 맺고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해 HBM3E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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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3E D램 '샤인볼트' (사진=삼성전자)

 

HBM 시장 선점의 관건은 누가 더 빠르게 최고성능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사가 원하는 공급량과 시점에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기술력은 물론이고 생산능력(CAPA) 확보도 매우 중요한데 공급역량은 삼성전자가 더욱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업계 최고 수준의 HBM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2024년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생산능력이 SK하이닉스를 앞지를 것으로 추정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 최대 생산량은 2023년 2분기 기준 월 2만5000장에서 2024년 4분기 월 15만~17만장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량은 2023년 2분기 월 3만5000장에서 2024년 4분기 월 12만~14만장으로 점쳐진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단 생산능력 확대 기조를 이어간다. 이에 따라 HBM 외 제품 비트 생산 성장이 제한적이더라도 HBM에 집중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현재 HBM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지만 그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게다가 후발주자 마이크론까지 뛰어들어 점유율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주도권이 한쪽으로 크게 기울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을 선점하려면 적시에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총수가 자리에 없다면 경영난은 물론 반도체 경쟁력을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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