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PBR주 골라내기 분주…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증시 이끌 촉매제 될까
미국·중국·일본 증시 오르는 데, 한국 증시만 저평가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정부 노력, 추가 상승하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자동차·증권·금융 수혜 전망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근 시장 관심이 저평가 가치주로 이동하면서 코스피 밴드 눈높이도 올라가는 모양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결책으로 정부가 띄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때문이다.
연초 이후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가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추가적 상승을 이끌 중요한 촉매제가 될거란 전망이 강하다. 특히 수혜가 예상되는 저평가 종목을 미리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증권가는 외국인 순매수세 등 ‘외국인의 귀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정책 방향성이 시장을 지배할 것이란 관측이다.
■ 다우지수·S&P500지수 사상 최고치…중국·일본 증시↑vs 한국 증시는 지지부진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올 들어 각각 9번째와 7번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사상 최고치인 2021년 11월 16,212.23의 근접치(3%가량 차이)까지 올랐다.
연초 마이너스 수익률로 한국보다 낮은 수익률을 이어가던 홍콩·중국도 중국 정부의 대규모 증시 부양책 발표 등에 급반등했고, 3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한 독일도 최근 상승세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 가장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고, 같은달 코스피지수는 5.89% 밀려나 2,600선에서 2,400선대로 주저앉았다.
일례로 미국은 인공지능(AI)을 내세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을 제치고 뉴욕증시 대장주로 올라섰고, 유럽에서는 기술력을 내세운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전통을 자랑하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시가총액(시총) 1위에 올랐다.
반면 반도체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시총 1위)와 SK하이닉스가 시총의 20%를 차지하지만, 지난달 엔비디아가 24.24% 오르는 사이 삼성전자는 7.39% 빠졌다.
그러다가 코스피는 이달 들어 2거래일 동안 4.73% 반등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정부가 이달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해결하겠다며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 반등이 나타나면서다.
실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의 수급이 돌아왔다. 이달 발표할 밸류업 프로그램을 앞두고 외국인과 기관이 미리 PBR이 낮은 수혜 기대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일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에 힘입어 전장보다 2.87% 오른 2615.31에 거래를 마쳤다. 한달 만에 2,600선을 회복한 것이다.
특히 기관이 태세 전환한 뒤 이달 들어 2거래일간 8761억원 규모를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이달 이틀에만 2조979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 저PBR주 34년 만 최고치인 일본 증시 벤치마킹…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
저PBR 종목에 칼을 빼 든 것은 34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일본 증시를 벤치마킹했다. 국내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상황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 개선과 외국인 투자자 유입을 확인하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을 확대하도록 상장 기업을 압박해 증시를 부양한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내용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사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하도록 유도하고, 주주가치가 높은 기업으로 구성된 신규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도입하는 게 핵심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다음달 하순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사와 코스닥 상장사 150곳에 적용된다. PBR 지표가 낮은 동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지 않은 기업을 외부에 공개하는 이른바 '네이밍 앤드 셰이밍'(명단을 공개 거론해 압박하기) 전략이다.
해외에서도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높게 봤다. 골드만삭스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추가적 상승을 이끌 중요한 촉매제"라고 분석했다.
다만 해당 프로그램이 효과를 거두려면 상장사의 노력이 따라줘야 한다. 쌓인 유보금을 풀어 자사주 소각과 배당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 발굴 등에 나서야 외국 자본이 유입되며 장기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밸류업 도입, 자동차·증권·금융 수혜 전망…일각 '지속성 떨어진다'는 비판도
시장에서는 참여할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으로 얼마나 더 강화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특히 자동차와 금융, 증권, 지주사 등 저PBR주를 중심으로 지수 상승세를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처음 언급한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 토론회 이후 2주 사이 주가가 두 자릿수 급등한 종목도 상당수다.
연초 이후 코스피가 5% 넘게 하락했는데도 저PBR주에 수요가 몰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지수 28개 중 올해 상승률이 높은 상위 1~4위는 모두 금융 관련 지수다.
KRX 보험지수가 13% 올라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KRX300 금융(12%), KRX 증권(9%)이 뒤를 이었다. KRX 자동차(3%)와 KRX 운송(2%) 등도 강세였다.
이 기간 금융주 중에선 제주은행이 75% 올랐다. 흥국화재(50%)와 하나금융(25%), KB금융(23%) 등의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기아는 21% 올라 지난달 31일엔 현대차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6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유통주에선 최근 2주간 영원무역이 30% 급등했다. 현대백화점(26%)과 신세계(13%) 등도 주가가 두 자릿수로 올랐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확대 여력과 의지가 높은 기업이 이번 정책의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며 "주주환원 여력은 자사주 비중, 자본·실적 안정성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주주환원 의지는 최대주주 지분율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증권가 중 2월 코스피 예상 밴드를 가장 높여 2,400∼2,650선을 제시했다. 특히 외국인 최선호 업종으로 자동차를 지목했다. 또 생성형 AI 시장 확대 수혜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꼽았다.
일각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PBR의 거품만 불러올 뿐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지속성이 떨어지고 기업의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봤으나, 단기적인 시장가치 회복보다 중장기 추세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 여부가 관건으로 내다봤다.
증권가는 최근 저PBR주가 대체로 반등하는 분위기이지만, 선별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향후 기업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배당을 늘리기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서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일부 산업은 전반적으로 성장이 정체됐거나 경기 흐름에 민감해 저평가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며 “저PBR주 중 이익 흐름이 양호한 자동차, 은행 등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