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생명보험사들의 단기납종신 판매 경쟁을 두고 금융당국이 제재에 나선 가운데 보험업계와 보험대리점(GA)업계가 과열 원인을 떠넘이는 모양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 등 생보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10년 유지 시점 환급률을 이달부터 130%에서 120%로 인하했다.

생보사들이 이처럼 단기납종신보험의 환급률을 낮춘 배경으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꼽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단기납종신보험의 환급률이 높게 책정되자 소비자들이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해 가입할 수 있어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고 만기 시점이 도래하면 보험사의 건전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며 생보사들에 대해 현장점검에 나섰다.

생보업계는 상품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감원이 현장점검에 나선 만큼 환급률을 낮추며 당국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품을 기획하면서 만기 시 해지 리스크 등을 모두 고려해 상품을 출시한 것"이라며 "상품에는 문제가 없으나 당국이 점검에 나선 만큼 우려 지점을 반영해 환급률을 하향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서는 단기납종신보험 판매 경쟁이 과열된 배경으로 GA 시장을 지적했다. 생보사의 상품 중 종신보험의 시책비가 더 크게 책정되면서 설계사들이 종신보험 상품을 더 많이 판매한다는 것이다. 시책비란 특정 보험상품의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약정된 수수료와 별도로 설계사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말한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보험상품의 트렌드는 GA 시장이 주도하고 있다"면서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우 제3보험에 비해 설계사에게 주어지는 시책비가 크다"면서 "설계사 입장에서는 시책비가 더 높은 종신보험 상품 판매애 더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GA업계는 단기납종신보험의 환급률이 높아 소비자 선호가 컸을 뿐 시책비를 확대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당국이 단기납종신보험 경쟁 과열을 제재하고 나선 마당에 판매를 독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GA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판매된 단기납종신보험의 경우 환급률이 높아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았다"면서 "고객의 수요가 많아 판매가 많았을 뿐 시책비를 늘리거나 판매를 더 독려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7월 당국이 단기납종신보험과 관련해 불완전판매를 우려하면서 7년납 환급률을 제한했다"면서 "보험사들도 당국 눈치를 보는데 GA가 단기납종신보험의 판매를 확대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보험업계에서는 당국의 압박에도 유사한 상품 판매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사의 경우 종신보험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데, 판매를 확대하려면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생보사들이 제3보험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지만 손해보험사들의 점유율이 워낙 커서 아직은 한계가 있다"면서 "결국 종신보험에 주력할 수밖에 없어서 규제를 벗어나는 상품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