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 정탁 호(號), 올해 '3마리 토끼' 힘입어 고공행진
[뉴스투데이=이도희 기자] 정탁 대표가 이끄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올해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소재, 식량 등 3대 사업에 주력해 글로벌 종합사업회사로 발돋움한다. 지난 2022년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회사 사업구조를 기존의 '무역상사'에서 벗어나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년 간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온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합병 2년을 맞은 올해를 '도약의 시점'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경영이 세계적 화두가 된 상황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에너지 부문에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는 등 '에너지 인프라 고도화'에 본격 나선다.
이와 함께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2030년까지 총 35만톤 규모의 소재·원료 공급체제를 갖출 수 있는 사업 구조를 올해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밖에 기후 온난화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 한 해 총 180만 톤의 식량을 국내로 도입하는 사업계획도 마련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또 올해 미국과 호주에 '영농합작기업' 설립을 추진해 농산물 확보에 안정성을 높이고 GS칼텍스와 인도네시아에 공동 설립한 팜 원유 정제공장을 올해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이다.
■ 포스코인터내셔널, 올해 에너지 사업에 1조원 투자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4년 경영 화두를 '글로벌 확장'으로 삼고 주요 사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사업을 고도화하는 경영 방침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에너지 사업에 총 1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업스트림(Upstream) 부문에서 오는 2025년까지 호주 세넥스에너지 천연가스 생산량을 3배 늘리는 체제를 갖출 방침이다.
에너지산업은 일반적으로 ’업스트림’, ‘미드스트림(Midstream)’, ‘다운스트림(Downstream)’ 등 3분야로 나뉜다.
업스트림은 천연가스나 석유를 개발해 생산하는 단계다. 이에 비해 미드스트림은 생산된 석유나 가스를 송유관, 철도, 바지선, 유조선, 트럭 등으로 운송한 후 정제와 액화 과정을 거친다. 다운스트림은 에너지를 최종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지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호주 천연가스 자회사 세넥스에너지는 현지에 가스처리시설 증설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증설이 끝나는 2025년 말이 되면 세넥스의 천연가스 생산 규모는 기존보다 3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지만 석유나 석탄에 비해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며 "천연가스를 영하 162℃에서 냉각해 액체로 만든 액화천연가스(LNG)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화력발전의 절반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천연가스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석탄의 8분의 1,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은 3분의 1 정도에 그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추가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천연가스 3배 증산 계획에 발맞춰 AGL, 오로라, E-오스트레일리아 등 호주 현지 8개 고객사와 총 150페타줄(1페타줄은 약 3666t) 규모의 천연가스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수송을 담당하는 미드스트림에서는 20만kL 규모의 7·8호기 탱크를 2026년 준공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국제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고 덧붙였다.
■ 2차전지 소재 등 친환경 사업에 가속페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7월 1일 회사 내에 '친환경본부'를 발족해 눈길을 끌었다. 친환경본부는 에너지를 비롯해 철강, 신(新)사업 등 거의 모든 사업 부문에 적용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철강산업의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추세에 철 스크랩(폐기물 철)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국내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에서 철스크랩 공급망을 구축했다.
이에 따라 철 스크랩 공급 규모가 2022년 235만톤에서 2030년 500만톤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차전지 소재 등 친환경 에너지원 사업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총 35만톤 규모의 소재·원료 공급체제를 갖출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전세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양극재, 음극재 등 원료를 공급하고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과 손잡고 관련 사업을 펼쳐나갈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2차전지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약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특히 음극재 부문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음극재 소재는 천연 흑연과 인조 흑연(그라파이트) 두 가지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포스코 그룹에서 양극재와 음극재를 만드는 포스코퓨처엠은 그동안 천연흑연을 들여와 표면 코팅 등 재가공 과정을 거쳐 음극재를 만들었다"며 "총 8만2000톤 규모의 음극재 생산능력 가운데 7만톤 이상이 천연흑연 음극재"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철 부산물을 활용해 인조흑연도 생산 중"이라며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규모는 연간 8000톤"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친환경 소재사업은 바이오플라스틱 부문으로 이어진다. 특정 미생물은 에너지원으로 고분자 폴리에스테르를 저장한다. 이 폴리에스테르를 합성해 만든 것이 바이오플라스틱이다. 특히 바이오플라스틱은 토양(흙)에 있는 세균에 의해 분해돼 흔히 '생물 분해성 플라스틱'이라고 부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네덜란드 바이오플라스틱 제조업체 토탈에너지스 콜비온과 손잡고 오는 2026년까지 바이오플라스틱 리사이클링 기술개발을 끝낸 후 친환경 소재 분야에서 입지를 다질 방침이다. 또한 바이오벤처기업과 협업해 바이오 의약품 원료 생산과 동물용 백신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등 바이오 산업 분야에서도 사업영역을 넓히는 사업 청사진도 마련했다.
■ 식량사업 '글로벌 톱 10' 도약에 박차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식량사업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기후온난화 등 영향으로 식량 조달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식량 부문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식량사업 인프라를 첨단화해 세계 '톱10 식량 기업'으로 발돋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생산 곡물을 유통하고 가공하는 등 가치사슬(밸류체인)을 확장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9월 미국 곡물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9월 25일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바틀렛앤컴패니(Bartlett and Company·바틀렛)와 식량 투자사업에 관한 ‘합작투자 기본 합의서’(Joint Venture Framework Agreement)를 체결했다.
바틀렛은 미국 중부에 약 15기 곡물터미널을 보유한 식량 전문 기업이다. 이 업체는 옥수수, 밀, 콩 등 곡물을 조달해 미국 내수시장과 멕시코 등 해외에 판매한다. 이 업체가 연간 취급하는 곡물량은 약 1000만톤에 이른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합의서 체결을 통해 미국 곡물 조달사업과 대두 가공사업 합작을 비롯해 해외 곡물 수출시장 공동 진출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에 식량 가치사슬을 갖춰 2030년 연간 500만 톤 곡물을 취급하는 조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미국과 한국 곡물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될것 "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0월 GS칼텍스와 손잡고 인도네시아 팜유 정제사업 합작투자 계약을 맺는 등 팜유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법인 ARC에 포스코인터내셔널 60%, GS칼텍스 40% 비율로 2억1000만달러(약 2800억 원)를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팜유 정제사업에 진출한다.
업계 관계자는 "팜유 정제사업은 농장에서 생산한 팜 원유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형태로 이뤄진다"며 "정제된 팜유는 식품은 물론 화장품, 바이오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ARC는 투자금으로 올해 1분기 인도네시아 칼리만탄티무르주 발릭파판 산업단지 30만m2(약 9만750평) 부지에 팜유 정제공장을 착공한다"며 "이를 토대로 2025년 2분기부터 연간 50만 톤 규모의 정제유를 생산하고 생산된 제품은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등에도 수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흔히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사업에 주력해온 종합상사였다"며 "그러나 철강 부문을 토대로 신재생에너지, 친환경소재, 식량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사업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