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2.09 07:00 ㅣ 수정 : 2024.02.12 04:0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해외에서 글로벌 경영 나서 최태원 SK 회장, 반도체·AI·배터리 등 주요 사업 점검 정의선 현대차 회장, 수소 밸류체인 사업 본 궤도 구광모 LG회장, 그룹 미래 성장동력 'A·B·C' 경쟁력 강화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설 연휴(9∼12일) 기간에도 재계 총수의 경영 시계는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낸해에 이어 올해도 고(高)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삼고 시대’가 이어지고 이에 따른 경영 한파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자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그룹사들은 올해 경영 해법 찾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재계 총수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총수들은 연휴 기간에도 주요 사업 현안을 점검하고 올해 경영 구상에 나서 사업 보폭을 넓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설 연휴를 맞아 해외에서 글로벌 현장 경영 점검에 나선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6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전세기편으로 출국길에 올랐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명절이면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사업을 직접 점검하고 글로벌 기업 CEO(최고경영자)들과 사업 미팅을 하는 등 ‘명절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를 보여 왔다.
그는 2016년 설과 추석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현 메타) 창업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각각 회동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추석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이집트 등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2023년 10월 1일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州)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친환경 스마트시티 '네옴(NEOM)' 산악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
그는 네옴 건설 현장에서 근무 중인 임직원을 격려하고 직원 국내 자택으로 굴비와 갈치 등 수산물을 선물로 보냈다.
이 회장은 또한 사우디에서 경영진과 함께 탈(脫)석유 변혁을 꾀하는 중동 지역 내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이번 설 연휴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말레이시아 등 중동과 동남아 국가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출장은 이 회장이 ‘부당합병 의혹’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떠나는 첫 출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다가 중동은 삼성전자가 사업기회를 모색하며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인 만큼 이 회장이 어떤 성과를 거두고 귀국길에 오를 지 기대를 모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국내에서 명절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하는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분주하게 글로벌 행보를 소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1월 말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의 인재양성 철학을 기리기 위해 설립한 최종현학술원과 도쿄대학이 공동 개최한 ‘도쿄포럼 2023’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 버지니아주(州) 미들버그에 있는 샐러맨더 리조트에서 한국·미국·일본의 전·현직 고위 관료와 학계·재계 인사들이 모여 동북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현안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행사 ‘2023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를 찾았다.
그는 또 올해 1월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 참석해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등 7개 계열사가 함께 운영하는 SK 공동 전시관을 직접 둘러봤다. 최 회장의 CES 참석은 2년 연속 이어진 것이다.
최 회장은 명절에는 해외출장 대신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그룹 주요 사업 전략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 회장은 새해 첫 현장 경영행보가 HBM(고(高)대역폭메모리)에 향했던 점을 미뤄 볼 때 반도체 사업 전략 방향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보여주듯 최 회장은 지난달 4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경영진과 올해 경영 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날 최 회장은 경영진에게 “역사적으로 없었던 최근 시장 상황을 교훈 삼아 골이 깊어지고 주기는 짧아진 (반도체) 사이클 속도 변화에 따라 경영 계획을 구성하고 비즈니스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환경을 위한 사회적 책임 △최고 품질에서 오는 고객 만족과 신뢰 △미래를 지킬 수 있는 보안 의식 등에 관한 사업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올해 CES에서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 ‘HTWO’를 공개하며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사업 브랜드를 늘려 '수소사회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전략을 모색 중이다.
정의선 회장은 오는 2025년까지 현대차 모든 차종을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 바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법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평소 임직원에게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비워 내는 휴식을 가져야 미래를 위한 채움에 몰입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구광모 회장은 이번 연휴 동안 휴식에 집중하며 주력 사업 현안을 챙기며 시간을 보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구광모 회장은 2024년 경영 화두로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시했다. 이는 남들과 다른 수준을 뛰어넘어 새로운 생활 문화의 대명사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은 연휴 동안 LG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에서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회장으로 취임한 후 비핵심·부진 사업을 매각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해 그룹 시가총액을 기존 88조1000억원에서 257조5000억원까지 약 3배 늘린 구 회장이 어떤 A·B·C 사업 방향성을 제시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총수의 명절이나 휴가 일정 등 자세한 일정은 알려지지 않지만 대부분 휴식으로 재충전하며 사업 전략을 고민한다고 알려졌다”며 “이에 따라 이들 총수가 설 명절 이후 어떤 경영 행보를 보일 지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