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105)] 지상무기 전시회 볼모로 전락한 방산업체…방위산업진흥회가 전면에 나서 업계 목소리 듣고 해결방안 찾아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4.02.26 12:34 ㅣ 수정 : 2024.02.26 15:25

전시회 주인공은 ‘돈’ 내고 참가하는 업체…주관·후원조직은 방산수출 견인에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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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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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종건 신임 방위사업청장이 지난 19일 방위사업청 과천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19일 취임한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22일 국방부 기자실을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KADEX와 DX KOREA 중 어떤 지상무기 전시회를 후원할 생각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관련 보고는 받았으나 아직 어디를 후원할지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석 청장은 좀 더 세부적인 보고를 받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른 시기 안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육군협회와 IDK 모두 방위사업청 후원은 아직 얻어내지 못한 상황 

 

국내 지상무기 전시회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이라는 명칭으로 2014년부터 짝수년에 육군협회 주최, 민간 전시업체인 IDK 주관으로 2022년까지 다섯 차례 개최됐다. 그런데 올해는 육군협회와 IDK가 갈라서 9월 25일 같은 날 육군협회가 주최하는 KADEX는 계룡대 활주로에서, IDK가 주도하는 DX KOREA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기로 했다.

 

현재 육군협회는 국방부와 육군으로부터 전시회 후원은 얻어냈으나 서울 근교에 적합한 전시장소를 잡지 못해 계룡대 활주로에 임시시설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며, IDK는 전시회에 가장 적합한 장소인 일산 킨텍스를 선점했으나 국방부와 육군의 후원은 얻어내지 못했다. 핵심인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후원은 양쪽 모두 아직 얻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계룡대 활주로는 이미 2007년 ‘Defense Asia’ 개최장소로 추진하다가 해외 VIP 숙박과 이동, 관련 행사 여건 불비 등 여러 문제가 드러나 결국 포기한 전례가 있다. 더구나 임시시설을 설치하는 비용도 수십억 원이 들어가 정부가 별도의 예산을 지원하지 않으면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며 방산업계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국방부 장관도 정확한 보고 받지 못한 듯해 방사청장 고민 깊어져

 

게다가 지상무기 전시회는 특성상 군과 방위사업청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전시용 무기체계 대여로부터 기동·화력 시범과 장비 전시, 해외 VIP 초청, 각종 심포지엄 및 세미나 등 국방부와 육군의 적극 지원과 협조 없이는 전시회 자체가 만들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방부와 육군의 후원이 전제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전시회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시회의 주인공은 ‘돈’을 내고 참가하는 방산업체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육군협회와 IDK가 전시회를 별도로 열겠다고 나섰음에도 국방부나 방사청이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으면서 양쪽의 볼모로 전락했다. 서로 많은 참가업체를 확보해야 전시회 개최의 우선권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참가를 압박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눈치를 살피며 참가 신청을 미루거나 어느 한쪽에 참가 신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 및 후원조직은 전시회를 통한 성과 창출 지원 즉 방산수출 견인이 임무이다. 하지만 육군협회와 IDK 모두 각자의 이익만 생각할 뿐 방산수출에는 관심을 쓸 여유가 없는 듯하다. 국방부 장관과 육군참모총장 또한 지상무기 전시회가 이런 상황에까지 이른 연유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새로 취임한 석 청장의 고민은 사실을 알수록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방진회, 양쪽에 명분과 실익 제안하며 업체가 원하는 협상 주도해야

 

이제라도 방위산업진흥회(이하 방진회)가 나서서 방산업계의 ‘진짜’ 목소리를 정확히 듣고 국방부 장관과 방사청장에게 전달해야 한다. 방산업체들이 매년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방진회의 설립 목적이 방산업체와 정부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니만큼 방산수출 진작과 방위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 측에 방산업계의 생생한 의견을 제대로 전달할 의무가 있다.

 

이와 같은 방산업계의 목소리를 토대로 방진회는 무엇이 국가이익에 부합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육군협회와 IDK는 서로 물러서지 않을 모양새다. 그렇다면 방진회가 전면에 나서 양쪽에 적절한 명분과 실익을 제안하면서 업체들이 원하는 방식의 전시회가 열리도록 협상을 주도해야 하며, 방사청도 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더 지체하다가는 전시회 개최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그런 불상사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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