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로
[뉴스투데이=윤혜영 전문기자] 싱가포르에서의 일주일이 지났다.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혼란스러웠고 때로는 하릴없이 열심이었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대체로 좋았다.
이제 말레이시아로 향할 시간. 국경을 어떻게 넘을까?
기차, 버스, 자가용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인원이 두 명 이상이고 짐이 많다면 현지여행사에서 국경을 넘는 승합차를 예약해 이용하는 것이 가장 편리하다.
찜해 둔 여행사에 왓츠앱으로 전화를 걸어 날짜와 시간, 인원을 말하고 차를 보내주라고 요청했다. 오전에 조식을 여유롭게 먹고 로비에서 빈둥거리다 보니 여행사에서 보낸 9인승 승합차가 도착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위치한 더블트리 힐튼 호텔. 그동안 물가 비싼 싱가포르에서 잔뜩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대한 보상으로 조호바루에서 이틀 동안 호캉스를 누리기로 했다.
현지인 기사님이 제 시간에 도착했고 짐을 싣고 차에 올랐다. 시원 섭섭한 마음으로 싱가포르 시내를 스쳐 지난다. 돈이란 이렇게 좋은 것이로구나. 다음 세상에서는 꼭 부자로 태어나야지. 등의 별 생각을 하며 풍경을 눈으로 훑으며 싱가포르 시가지를 빠져 나갔다.
30분 쯤 열심히 달렸으려나, 차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더니 기사가 우리 모두의 여권을 꺼내라고 국경에 도착했다고 했다. 도로가 모아지며 고속도로 톨게이트와 비슷한 건물 앞에 멈추었다.
부스 안에 앉아있던 출입국 직원들이 기사가 건네준 여권과 우리들의 얼굴을 하나씩 대조해보고는 도장을 찍어 주었다. 소요시간은 5분을 넘지 않았다.
이렇게 간편하게 국경을 오갈 수 있다니 너무 신기하다. 주말에 싱가폴로 자주 놀러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어 국경 넘기가 수월해지면 지금과는 훨씬 다른 삶의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문득 생각이 들었다.
국경을 넘은 후 20분쯤 더 달렸다. 낡은 건물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모스크가 스쳐 지났다. 싱가포르가 현대적인 도시 이미지라면 조호바루는 시간을 돌려 1990년대로 회귀한 것 같았다. 낡은 주택들이 드문드문 자리한 황폐한 땅의 삭막한 풍경이 이어지다가 거대한 쇼핑몰이 불쑥 나타나고는 했다.
드디어 힐튼 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러 가니 따뜻한 초코쿠키를 서랍 속에서 내어주며 환영한다고 활짝 웃는다.
그렇지. 여긴 물가도 저렴하고 여유로운 조호바루야, 역시 대접이 다르군. 이 호화로운 로비를 보라지. 싱가포르에서 단단히 긴장했었던 나는 조호바루의 환대에 마음이 흐물흐물 풀어진다. 이비스 벤쿨렌보다 세 배는 넓은 방에 짐을 던져놓고 수영복으로 갈이입었다.
사방이 탁 트인 야외수영장은 높은 곳에 위치해 조호바루 시내가 내려다보였다. 시설은 좋았으나 안개같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물이 차가워 수영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한 시간쯤 수영장에서 노닥거리다가 칵테일 타임이 되어 라운지로 내려갔다.
트라이앵글 같은 3단 접시에 핑거푸드를 인원수대로 가져다 주었고 과일과 치즈, 바나나 잎에 싼 찰밥, 쿠키와 닭고기 요리 등등이 음료와 함께 제공되었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다. 그리고는 세 명이 누워도 널찍한 침대에서 편안한 잠을 청했다. 조호바루에서의 첫 날은 성공적이었다. <12화에 계속>
윤혜영 프로필 ▶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