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그룹, ‘모녀 vs 형제’ 경영권 싸움...28일 주총서 결론난다

최정호 기자 입력 : 2024.03.27 11:00 ㅣ 수정 : 2024.03.28 10:34

송영숙‧임주현 모녀 vs 임종윤‧임종훈 형제 ‘감정싸움’ 격화
임종윤‧임종훈 형제, '지분율' 싸움서 우위 선점
'신주발행 반대' 가처분 기각...송영숙‧임주현 승기 잡아
28일 주총서 이사회 장악해야 경영권 다툼서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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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 사진=한미약품 / 사진편집=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확보를 두고 오너 일가의 싸움이 최근 확전(擴戰)하고 있다.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딸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이 배수진을 치고 버티고 있는 상태다. 송 회장의 아들인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동생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과 연대해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25일 송 회장이 임종윤‧임종훈 형제를 한미약품그룹 사장직에서 해임했다. 이에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부당한 경영 행위, 완전 적반하장”이라며 송 회장과 임 실장을 비판했다. 

 

곧바로 송 회장은 ‘결단과 소회’라는 입장문에서 “두 아들이 어미인 나를 모욕해도 부모의 마음으로 믿고 참아 왔다”라며 “이제 결단할 때, 임주현 실장이 남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적통”이라며 맞섰다. 

 

이들이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오는 28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주총에서 승리해야 그룹 지배력을 키울 수 있게 되며 무엇보다 향후 이어질 법정 싸움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 경영권 싸움 ‘승부처’ 주주총회…누가 이사회 장악하나

 

27일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이번 주주총회 안건의 핵심은 그룹(송영숙‧임주현)과 주주(임종윤‧임종훈)가 각각 추천한 사내이사‧사외이사 선임에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그룹은 임 실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했다. 그 밖에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 3명을 더 추천했다. 

 

이에 대항해 주주 제안으로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사내이사로 추천됐다. 또 기타비상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이 추천됐다. 

 

한미약품그룹의 핵심 의사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현재 이사회는 송 회장과 사외이사 3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에 열리는 주총은 이사회 인원을 늘리고 송 회장 측과 임 전 사장 측이 각각 자기 사람을 얼마나 배치하는지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또 송 회장 입장에서는 승계를 위해 임 실장이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등재돼야 하며 지분 맞교환을 추진 중인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에게도 사내이사 자리를 줘야만 된다. 여기에 이사회 내 송 회장의 최대 아군으로 활동할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도 필요하다. 

 

반면 임 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사장직에서 해임됐기 때문에 주주들의 승인을 받은 사내이사 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 최대 우군 임종훈 전 사장도 사내이사가 돼야 하며 사봉관 변호사도 사외이사 자리를 보장 받아야 된다. 

 

임 전 사장 입장에서는 임종훈 전 사장과 함께 한미약품그룹의 직원들을 장악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를 장악해야 OCI홀딩스와의 통합법인 출범을 저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임 전 사장이 회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한미약품그룹을 장악해야만 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중 한 명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임 전 사장 편에 섰기 때문에 송 회장이 경영권 방어 및 임 실장 승계를 위해선 이사진을  탄탄하게 구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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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오른쪽)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실장 / 사진=한미약품

 

■ 법정공방 ‘상속세 마련 위한 신주 발행’, 가처분 기각 승기 잡은 송영숙 

 

임 전 사장은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사이언스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송 회장과 임 실장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사사로이 신주를 발행해 주주가치를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임 전 사장 입장에서는 신주 발행 자체가 배임으로 보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26일 수원지방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송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임 전 사장은 곧바로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전문 변호사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한미사이언스 신주 발행 가처분 신청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될 만큼 큰 사안”이라며 “향후 유사 사례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 한미사이언스 건이 주요 예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사법부가 매우 신중하게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쟁점은 ‘상속세 마련을 위한 신주 발행’이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도 이 부분을 놓고 더욱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이에 임 실장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신주 발행이 상속세 발행 문제만이 아닌 한미약품그룹 미래를 위한 의도였다는 것을 강조했다.  

 

임 실장은 “상속세 해결을 위해 주식을 내다팔거나 담보 잡힌 지분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오버행(증시에 나올 수 있는 잠재적 과잉 물량) 이슈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며 “송 회장과 상속세 문제를 현실적으로 타개하면서 한미약품그룹의 전통을 지키는 유일한 방식은 OCI홀딩스와 통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종윤‧임종훈은 가처분 의견서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듯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다”며 “OCI홀딩스와 통합 절차가 마무리되면 향후 3년간 한미사이언스 주요 대주주 주식을 처분 없이 예탁할 것이니 오빠와 동생도 3년간 지분 보호 예수를 약속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뉴스투데이>는 임 전 사장 측에 송 회장과 임 실장의 신주 발행 문제와 보호예수 약속에 대해 문의했다. 

 

임 전 사장 측은 “(임종윤‧임종훈) 지분을 시장에 팔아 오버행을 초래할 의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보호예수를 할 필요도 없다”며 “신동국 회장과 통합 반대 결정 이후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이 상속세 문제 때문이었음을 언론을 통해 자백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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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왼쪽)·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송영숙‧임주현 vs 임종윤‧임종훈, 기관투자자 및 소액주주 누굴 선택해야 하나

 

공시 상(3월 20일 기준) 송 회장과 임 실장이 확보한 지분은 27.66%다. 송 회장과 임 실장이 19.76%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미사인언스 산하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7.90%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임 전 사장과 임종훈 전 사장은 19.36%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신동국 회장(12.15% 보유)이 임 전 사장 연대에 합류하면서 이들의 합산 지분율은 31.51%까지 올라갔다. 

 

현재까지는 임 전 사장 측이 3.85%포인트 앞서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오너일가 친인척 지분이 10.63%다. 양측이 얼마나 우호지분을 확보했는지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승리가 결정된다. 

 

가장 큰 변수는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과 소액주주가 누구의 편을 드느냐다. 국민연금이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보유하고 있으며 소액주주 물량은 20.90%다.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 기업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한미약품그룹 관련 리포트를 작성했기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도 오너 일가의 경영권 싸움에 득실을 따지고 있는 상황인 것을 알 수 있다. ISS는 중립 의견을 냈으며 글래스루이스는 송 회장 제안 안건에 힘을 실어줬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업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평가원은 임 전 사장의 안건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중립 의견을 냈으며, 서스틴베스트는 송 회장의 안건이 적합하다고 봤다. 

 

의결권 자문기업들은 기관 투자자나 고액 투자자들의 요구에 의해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한다. 이들이 작성한 리포트를 반영해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한미약품그룹 리포트를 작성한 의결권자문기업 고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한미약품그룹에 대해 투자자들의 자문이 많았고 기관투자자들이 요청했기 때문에 의결권 리포트를 작성한 것”이라며 “의결권 자문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주주 관점에서 어떤 선택이 이익이 되는지 조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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