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은퇴 후 사회복지사로 인생 이모작 성공했어요”
[뉴스투데이=김연수 전문기자] 인생은 단 한 번뿐인 여행으로 누구나 그 여정을 최대한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막상 은퇴를 맞이하면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데 두려움과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은퇴 후에도 새로운 도전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살려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도전한 경우가 많다. 안정된 기업 환경에서 평생 근무하다가 은퇴 후에 사회복지사란 낯선 직업에 도전해 새로운 인생 여정을 걷고 있는 김명수 사회복지사를 만나 관련 이야기들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김명수씨와 일문일답.
Q. 새 직업인 사회복지사로서의 요즘 일상은.
A: 마포구에 있는 방문요양재가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센터는 약 50명의 어르신을 돌보는 곳이다. 기본 업무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생활하는 어르신을 매월 정기적으로 방문해 요양서비스를 적절한 수준으로 받고 있는지, 요구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은 서류작업으로 진행되며, 어르신의 요구와 인지상태까지도 확인해 건강보험공단에 보고한다. 근무시간은 월~금요일까지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이다. 때로는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주말도 방문하고 거주지가 멀면 오전 7시부터 늦은 시간까지 근무해야 하는 경우도 월 3~4회 발생한다.
Q. 은퇴 후에 사회복지사로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A: 2016년부터 법적으로 정년이 5년 연장된 첫 수혜자다. 다니던 대학병원은 입사 시 정년이 55세였다. 58세에 명예퇴직을 선택했고 2년 계약으로 병원 내 커피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매출이 괜찮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큰 타격을 입으면서 되레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됐다.
아무래도 여유 시간이 있어 아내와 많은 대화를 하면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때 아내가 말하기를, 은퇴 후 안정적이면서 능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이 해오던 일과 연관성 있는 일을 하더라며 조언했다. 이후 인터넷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알아보고 주변의 조언을 듣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은 일이 지금의 사회복지사 일자리다. 자격증 획득방법은 인터넷교육과 학교 교육 두 가지다. 보다 적극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명지대학교 산하 미래교육원에서 운영하는 1년 과정의 사회복지사 양성교육을 받았다.
Q. 사회복지사 자격 시험에 교육수준이나 나이 등 제한이 있나.
A: 사회복지사는 누구나 취득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1급과 2급 자격증이 있다. 1급은 국가고시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주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한 이들이 취득하고 있다. 2급 자격증은 인터넷과 대학 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사 양성과정을 수료하면 누구나 취득하게 된다. 취득까지는 1년 6개월 정도 걸린다. 고등학교 졸업자의 경우 대졸 보다 교육 이수과목이 많아 6개월 정도 더 교육을 받아야 수료할 수 있다.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실습이다. 실제 현장에서 실습을 해야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실습기간은 1개월 정도 소요된다.
Q. 사회복지사로서 일하면서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은.
A: 현재 3년이 넘었는데,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내가 어르신에게 필요한 사람이란 것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매월 방문 때마다 약 30분씩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며 상태를 살피고 요구사항을 확인한다. 처음에는 거동이 어려워 잘 일어나지 못했던 분들도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변화를 보인다. 의욕 없이 만사 귀찮은 표정이던 어르신의 눈이 초롱초롱해지면서 활기가 생겨 집을 나서는 순간 스스로 일어나 나를 배웅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 순간이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 그때의 보람이 내가 괜찮은 사회복지사가 아닌가 하는 자부심을 갖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Q. 어려움 점은 없나.
A: 가장 어려운 점은 어르신과의 이별이다.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면서 삶을 마감하는 분들이 있는데 지난 3년간 다섯 분을 경험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며칠간은 나도 우울해진다. 다행인 것은 며칠 지나면 어르신을 다시 돌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Q. 새로운 직업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A: 기계와는 친하지 않은 편이다. 또 빠른 시기에 부서장을 맡다 보니 컴퓨터를 다루지 않아 컴퓨터 서류작업에 미숙한 편이었다. 아직도 전산 작업이 미숙해 어려움이 많지만 조금씩 배우고 있다. 며칠 지나면 다시 잊는 경우도 많지만 반복하면서 컴퓨터와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종종 '나도 이런 것도 할 수 있네'라며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Q.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고, 두려움을 갖는 분들도 많다. 이들에게 조언을 준다면.
A: 은퇴 후 나의 화두는 ‘진취’였다. ‘진취’는 ‘진보’와는 다른 개념이다. 진취는 수동태가 아니라 능동태이다. 자기가 삶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나이로 인해 발생하는 물리적 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도전을 피하는 이유가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진취적이 되기 위해선 자존감이 강해야 한다. 자신을 절대적으로 믿고 또 믿어야 한다.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물론 살면서 실수도 있다. 실수를 안 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실수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도전하지 않은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된다. 내가 생각하는 진취는 나를 믿고 또 믿으면서 삶의 과정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Q. 주변에 지금 하는 일을 추천하고 있는가?
A: 누구에게나 권하지는 않는다.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너무 감성적이어도, 너무 냉철해도 적응하기 어려운 직업이다. 너무 감성적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번아웃될 가능성이 높다. 너무 냉철하면 아주 옳은 판단이어도 파트너 분들과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진다. 이런 성향에 속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권해주고 싶다. 삶을 객관적으로, 그리고 자세히 들어다 보는데 괜찮은 직업이기 때문이다.
Q. 향후 또 다른 삶의 꿈이 있다면.
A: 50세 때 트라이애슬론에 참가한 적이 있다. ‘철인 3종경기’라고 하기도 한다. 경기진행은 수영 3.8 킬로미터(대부분 바다수영), 사이클 180.2 킬로미터, 마라톤 42.195 킬로미터 순으로 진행된다. 오전 7시에 시작해 자정까지 들어오면 된다. 다행히 운이 좋아 오후 9시 30분경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보통 사람들보다 다소 늦은 기록이지만 완주한 것이다. 준비과정은 4년 정도 소요됐다. 이후 인대 부상으로 달리기를 정상적으로 하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수영과 걷기를 즐기고 있다.
이때 생각했던 계획이 있다. 시니어가 되면 시니어들이 즐길 수 있는 경기를 함께 하며 이들에게 맞는 근육단련 훈련 등을 체계적으로 하는 모임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이 힘들어진다. 하지만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시간까지는 계속 건강하게 움직이고 싶다. 운동은 체력이 약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아 체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운동에 대한 두려움과 게으름을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의 꿈도 이루어질 것 같다.
◀ 김연수 프로필 ▶ 연세대학교 아동가족학 학사/ 前 문화일보 의학전문기자 /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외식산업 고위자과정 강사/ 저서로 ‘4주간의 음식치료 고혈압’ ‘4주간의 음식치료 당뇨병’ ‘내 아이를 위한 음식테라피’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