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힘빠진 탄소배출권 쟁탈전..."시장 활성화 대책 시급"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04.10 07:25 ㅣ 수정 : 2024.04.10 07:25

탈탄소, 갈수록 환경 책임 강조 '활성화 대안' 필요
증권사, 탄소배출권 '新 수익원' 낙점 후 선점 경쟁
배출권, 상품처럼 거래돼 온실가스 줄이는 유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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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관련 수익은 미미하지만 향후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은 변함이 없다. [이미지=freepik]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증권사들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 진행 및 선점 확보 경쟁 속도가 느슨해지는 모양새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성과를 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데다, 배출권이 남아돌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탄소배출권 시장에 대한 증권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증권사들은 앞다퉈 탄소배출권 관련 전담 부서를 신설하거나 금융당국에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 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 업무를 부수 업무로 보고하는 등 사업 구체화에 나선 반면, 올해 들어서는 대형 증권사를 제외하고는 서두르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이겠단 전략이다. 

 

그동안 증권업계는 정부 주도의 장내시장이 아닌 장외시장에 주목해 왔다. 현재 증권사들은 기업 간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 업무를 위주로 자발적 배출권 시장에 뛰어들었고, 자체 배출권 발행까지 사업영역을 확대는 중이다. 

 

다만 아직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여러 가지 정책적으로 한계를 보이며 활성화하지 못하면서 합리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 이후 국내 탄소배출권 관련 정책 수립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탈탄소, 갈수록 환경 책임 강조…증권사, 탄소배출권 '수익원' 낙점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파리협정에 따라 '2050년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배출량 관리에 들어갔다. 글로벌 탈탄소 움직임이 빨라지는 데다, 갈수록 기업이 갖는 환경 책임 또한 강조되고 있어 정부도 시장 활성화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이다.

 

환경부는 '저탄소 체계로의 전환 가속화를 위한 녹색투자 확대방안'을 발표하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의 고도화 및 녹색투자 촉진을 위한 정책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배출권거래제 개선 작업과 배출권 연계된 금융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의 도입이 이어질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정부의 노력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탄소중립을 향한 국내외 움직임을 가속화하며, 기후금융 시장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발맞춰, 증권사들은 일찌감치 탄소배출권 시장을 미래 수익원으로 점찍고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탄소배출권은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을 비롯해 중소형사로 번지며 이미 물밑 작업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 시스템 도입 시범사업자로 단독 선정돼 올해 ‘탄소배출권 거래 중개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내년 상반기부터 위탁매매를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하나증권도 탄소배출권 시장을 선두하는 증권사 중 한곳이다. 2021년 업계 처음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시장조성자(LP)로 선정됐으며,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첫 거래를 완료했다.

 

SK증권도 2021년부터 배출권거래재 LP로 활동하면서, 탄소배출권 시장 관련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NAMU EnR’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탄소 관련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이 외에도 대부분 증권사들이, 관련 시장 개화가 멀지 않았다고 보고 잰걸음이지만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으려는 기조가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준비하고 있던 탄소 사업은 현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IBK투자증권이나 SK증권, NH투자증권 등을 중심으로 대다수 증권사들이 탄소금융 관련 사업 준비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아직 탄소 관련 수익은 미미하지만 향후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은 변함이 없다. 다만 올해 들어 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 속도가 느려지고 있어 우려스럽단 의견도 나온다.

 

증권사의 또다른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시장이 좋지 않아 현업에서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며 “탄소배출권은 시장 자체가 다소 폐쇄적이고 시장·공급자 참여 및 수요가 한정적인 것 때문이다. 특히 가격이 오르지 않아 정체된 흐름이 돼 개선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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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당받은 배출권은 하나의 상품처럼 거래돼 온실가스를 줄이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이미지=freepik]

 


■ 탄소배출권 거래, 유상할당 vs 무상할당 비중…"시장침체 막는 것 선행돼야"


 

탄소배출권은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이를 담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으며 투자 대상이 된다. 즉 할당받은 배출권은 하나의 상품처럼 거래돼 온실가스를 줄이는 유인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현재 정부의 탄소배출권 관련 제도는 유상할당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진다는 거다. 유상할당 비중이 10%에 머물러 무상할당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 

 

여기서 무상할당 비중이 높아 배출권이 남아돌아 유상할당 평균가격이 급락해 시장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과, 그렇다고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유상할당 비중만 높인다고 해서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란 시각이 엇갈린다. 

 

여하튼, 올해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안이 발표될 예정인데 유상할당 비율 확대 및 무상할당량 축소가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 확대(수요증가)와 무상할당 축소(공급감소)는 장기적으로 배출권 가격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유상할당보다는 무상할당으로 기업의 부담은 줄여주되 사업성을 결정하는 배출권 가격은 높게 가져가는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낮은 유상할당비율이 가격을 침체시킨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유상할당 자체는 실수요에 따른 거래수요를 잠식하므로, 유상할당량 증가는 거래량을 더욱 낮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탄소배출권 자체가 전 세계 시장에 자리를 잡는 과정으로, 성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시장의 침체를 막는 것들에 대해 제도의 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월제한(남는 배출권량을 내년으로 넘길 수 없도록 규제)이 유효한 상황에서, 배출권 시장의 침체는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발전량이 줄었지만, 저가매수세가 존재한다면 이렇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저가매수 자체를 막아논 이월제한 등 규제가 근본 문제로 봤다. 

 

유 교수는 “할당량이 (배출권량) 과다한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저축할 수도 없으면 이를 억지로 매각해야하는데, 규제가 계속되는 한 매수는 언제나 쉽다는 믿음이 있으므로 매매가 있을 때마다 가격은 더 내려가게 돼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배출권의 금융중개거래 허용 등 다른 거래 활성화 방안은 모두 무용지물”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배출권의 경우 시장에서는 단기적 횡보 후 장기적 상승을 노린다. 현재 국내 배출권 가격은 8000원대 중후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국 배출권 시장정보 플랫폼에 따르면 전일 기준 한국 배출권인 KAU23 종가는 8560원이다. 지난해 10월 10일 기준 1만6000원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조절의 주요 정책수단으로 사용돼, 친환경 기업과 손을 잡는 증권사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 교수는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위해 “첫째로,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과 이월제한 및 거래 참여자의 폭 제한을 대폭 완화해야 하고, 둘째로는 온실가스 저감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의 투자여력 확보와 동시에 사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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