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부산 이전’ 장기화 조짐...내부는 피로감 누적
행정절차 마무리된 이후 1년째 진척 없어
정치권·경제계·지역사회서 이견 차이 여전
마지막 관문 법 개정 다음 국회로 넘어가
불확실성에 산업은행 퇴사자 계속 발생해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KDB산업은행 이전 작업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는 분명하지만 기대효과에 대한 이견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는 데다, 새로 구성된 국회 환경도 관련 법 개정에 비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러는 사이 산업은행 내부에선 핵심 인력 이탈 등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14일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한다고 고시한 이후 거의 1년 동안 산업은행 부산 이전 작업은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핵심 공약이자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만큼, 강력한 추진 의지를 내세우며 행정적 절차까지 마무리 지었다. 다만 사실상 마지막 단추인 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산업은행법 4조 1항은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한다.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현재 국회 지형을 봤을 때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임기인 오는 29일까지 처리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21대 국회 종료로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되더라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할 수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정치권과 경제계, 지역사회 등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한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힘을 실어줄 국민의힘(여당)이 4·10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에서 참패한 점도 산업은행법 개정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대 쟁점은 산업은행 이전에 따른 기대 효과다. 정부는 금융 관련 기관이 집적화돼 있는 부산으로 산업은행 본점을 이전하면 유기적 연계·협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면 야당 일각과 산업은행 노동조합(노조) 등에선 국책은행 기능 약화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월(대선) 점화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를 2년 넘게 매듭짓지 못하면서 산업은행 내부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 특히 근무지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전망에 일찍이 퇴사를 선택하는 직원들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6명이던 연간 퇴사자가 2022년 97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2023년에도 87명을 기록했다. 특히 행원~대리급인 5급과 과장~차장급인 4급 퇴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58.8%, 2023년 55.2%로 집계됐다.
올해도 3월까지 13명의 직원이 산업은행을 떠났는데 이 중 5명이 조직의 허리급인 4·5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 노조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 대비 퇴사자가 조금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는 지난해 워낙 많이 나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에는 1월부터 3월까지 퇴사자가 26명에 달했다.
총선 이후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가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든 모양새지만, 내부에선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에서 산업은행 본점 유치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당을 중심으로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발의·처리 움직임이 재현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본점이 영업 조직이기 때문에 (지방 이전 시) 시장 배척과 기능 약화의 우려가 있다”며 “부산 이전 문제에 대해서 계속 레이더를 키고 있으며 22대 국회 상임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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