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상반기 마지막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불안한 물가 흐름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금리인하에 신중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당국자들 태도 역시 이번 동결 결정에 무게를 실어 줬다. 연준이 금리를 내릴 거란 의견도 나오지만, 아직 기대에 불과하다.
특히 물가와 대외 환경, 가계 부채 등 이전 회의 이후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에다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경기부진을 고려한 금리인하 명분마저 약해 이번에도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움직이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동결이 국내 증시를 흔들만한 이벤트는 아니며, 다만 제한적인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 더 주목했다.
한은 금통위는 23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 유지로 정했다. 지난해 2월·4월·5월·7월·8월·10월·11월과 올해 1월·2월·4월에 이은 11회 연속 동결이다.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은 2.0%포인트로, 당분간 한미 금리차는 좁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시장에선 금리 동결을 정한 주된 요인으로 물가 불확실성을 꼽았다.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되며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오는 9월로 높아졌으나, 연준 인사들은 매파적(긴축 선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은의 금리인하는 올 하반기부터 시작될 것이란 분위기다. 현재 경제 전문가들과 시장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본격적 인하 논의를 하반기로 미룰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22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는 한은이 올해부터 긴축 편향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첫 금리인하 시기를 오는 10월로 전망했다. 수출 호조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반등하겠지만, 장기화한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 약세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해 환율 수준과 변동성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한 연구원은 한은이 연준의 금리 경로에 크게 의존한다며, 연준이 오는 7월 금리를 내리면 한은은 오는 8월에 금리인하할 것으로 봤다.
한은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힌트를 제시할 지 시장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초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월만해도 미국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그널을 줬지만, 상황이 바뀌어서 4월 통방(통화정책방향 회의)이 5월 통방의 근거가 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번 금통위 결과로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거나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주간 빅 이벤트로는 엔비디아 실적과 FOMC 의사록 공개, 금통위가 있었다.
또한 대출우대금리(LPR) 결정과 한국 수출입,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도 국내 주식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미 중앙은행(Fed)의 기조는 여전히 신중하지만 예상 수준이고 FOMC에서 CPI까지의 관련 모멘텀도 일단락된 상태"라며 "이제 엔비디아 실적과 금통위, FOMC 의사록 공개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주 증시가 물가 불안 완화로 투자심리 개선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물가 둔화로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면 한국 금리와 원·달러 환율도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4월 고용 둔화, 4월 소비자물가 둔화를 확인하며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구간”이라며 “이번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2,700~2,820선으로 제시한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금통위 금리 이슈보다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을 확인하면서 주식 매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강한 분석이 나온다.
이날 미국 증시 장 마감 후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을 상회한 실적과 함께 10대 1 액면분할, 분기 배당금 150% 인상 등 긍정적 결과를 내놓은 만큼 반도체·자동차 등 대형주 중심으로 지수 상승을 도울 것이란 전망에서다.
특히 엔비디아가 시간외거래 강세로 코스피 역시 전고점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엔비디아 실적 발표는 큰 서프라이즈는 아니지만 시장 눈높이에 부합하는 결과였고, 10대 1 주식분할 및 현금배당 확대 발표, 수요 공백 우려 해소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금통위에 대한 경계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므로, 장 중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단기적 상방이 열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금리 결정 자체가 연내 인하를 되돌리거나 국내 인하 횟수를 조정하게 할만한 요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도체 관련주로 분류되는 국내 종목들의 주가 추이도 주시한다. 가장 직접적인 엔비디아 수혜 종목인 SK하이닉스는 2.43% 상승 출발했다. 장중 20만40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장 초반 소폭 하락세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호실적과 액면분할 계획은 국내 반도체 업종에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과 동시에 외국인 수급 유입을 기대하게 되는 요인이지만 지수 상승을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반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0%에서 2.50%로 상향했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기존 전망치 2.6%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