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뱅도 고신용자 대출 늘리나...포용금융 다시 시험대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인터넷은행 업계가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대출 규제 완화로 고신용자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우량 차주 흡수로 이익 성장성을 높이는 한편 그동안 누적된 자산 건전성 악화도 개선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인터넷은행들의 영업 집중도가 고신용자에 쏠릴 경우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27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케이·카카오·토스뱅크가 올 3월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922점으로 지난해 12월(873점) 대비 49점 올라갔다. 올 1월 902점으로 900점대에 진입한 뒤 2월(906점)에 이어 3월까지 상승세가 지속됐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3월 실행한 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926점으로 인터넷은행 3사보다 4점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3월 기준으로 보면 케이뱅크(938점)가 인터넷은행은 물론 5대 시중은행 대비로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토스뱅크(920점)는 신한은행과 같게 나왔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 대출 공급 확대라는 설립 취지에 따라 시중은행보다 평균 신용점수 자체가 낮게 형성돼 왔는데, 올해 들어 흐름이 바뀌고 있다. 신용점수 800점대 후반 이상부터 분류되는 고신용자 유입이 확대된 게 평균 신용점수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은행 3사의 전체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에 내줘야 하는 비중을 ‘30% 이상’으로 일원화하고 산정 기준도 말잔(기말잔액)에서 평잔(평균잔액)으로 바꿨다. 지난해 12월 말 목표치는 △케이뱅크 32% △카카오뱅크 30% △토스뱅크 44%였는데 올해부터는 부담이 크게 덜어졌다는 평가다.
그동안 인터넷은행들은 포용금융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건전성 악화를 경계해왔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중·저신용 차주들의 상환 능력도 빠르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말 기준 연체율은 각각 0.95%, 0.47%로 집계됐고, 토스뱅크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32%까지 치솟았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선 고신용자 확대로 차주 구성을 분산하면 건전성 지표 관리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또 우량 차주로 꼽히는 고신용자는 안정적인 여신 확대와 이자이익 증대 효과도 불러올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인터넷은행들의 영업 전략 선회로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들 은행이 의무적으로 맞춰야 하는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낮아진 데다 평균 신용점수는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이 보수적 태도를 보이면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 거절’이 속출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 등을 통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면서 포용금융 확대 기조 역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중·저신용 대출 비중의 경우 수치 자체는 낮아졌지만 여신 잔액의 양적 성장을 고려했을 때 실제 공급된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인터넷은행의 관계자는 “작년에 워낙 경기가 안 좋았다보니 전반적으로 고객들의 상환 여력이 떨어져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며 “은행이 탄탄한 기초체력을 갖춰야 안정적인 자금 공급도 가능하다는 인식과 요구가 있기 때문에 건전성·포용금융을 함께 챙길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1분기 인터넷은행 업계의 중·저신용 대출 비중은 △케이뱅크 33.2% △카카오뱅크 31.6% △토스뱅크 36.3%로 금융당국의 관리 기준인 ‘30% 이상’을 모두 충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