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6.13 08:21 ㅣ 수정 : 2024.06.13 08:21
5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또 역대 최대 정책상품·시장회복에 주담대 증가폭 키워 은행권, 금리 올려 가계부채 억제 나서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은행권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이 대출 수요 조절 차원에서 금리 인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건데, 실제 실행에 옮긴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09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전월 말 대비로는 6조원 증가했는데 증가폭이 지난해 10월(6조7000억원)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컸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끈 건 주담대다.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 주담대 잔액은 870조7000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5조7000억원 증가했다. 주담대 증가폭 역시 전월(4조5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전월 대비 3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주담대 증가세에 대해 “주택 매매·전세 거래량 회복, 은행 재원 디딤돌·버팀목 대출 증가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정책대출은 연초부터 자체 재원으로 공급돼 은행 가계대출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데, 이 재원이 소진되면 은행 재원으로 대출이 이뤄져 통계에 잡혔다는 뜻이다.
다만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거의 1100조원에 근접하는 등 증가세가 이어지자 가계부채발(發) 위기감은 커져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정책을 펼치면 은행권 대출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지난 4월 신규 취급한 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금리는 각각 연 4.03%, 연 3.93%로 집계됐다. 이는 올 1월과 비교해 케이뱅크는 0.33%포인트(p), 카카오뱅크는 0.23%p 상승한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의 주담대 금리 인상은 수요 조절 목적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은 시중은행 대비 낮은 금리를 앞세워 여신 성장 동력을 키워왔는데, 대환대출 인프라 등의 영향으로 주담대 잔액이 빠르게 늘면서 금리 인상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뱅크의 올 1분기 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24조2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조9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1조3200억원 증가한 6조2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3개월 동안 두 은행에서만 주담대가 4조원 넘게 불어난 셈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아직 급격한 대출금리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실행한 주담대 평균금리는 연 3.97%로 집계됐는데 1월(연 4.10%)과 비교해 소폭 하락했다.
시중은행을 계열사로 둔 5대 금융지주는 연초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0%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제시한 바 있다. 주담대 증가세에 정책 상품 영향이 반영됐다고 하지만, 총량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기면 수요 조절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연초부터 대출시장에 대환 플랫폼 경쟁과 채권금리 하락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대출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했던 것”이라며 “특히 주담대가 경계되는 건 대출 단위가 자체가 커 갑자기 몰리는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면 가계대출 규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강화해 여신 운용 방향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전일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5대 시중은행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었는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년 연속 하락하는 등 가계부채 증가세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긴장감을 갖고 가계대출 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적기에 대응해 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향후 금리, 주택시장 등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증가폭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주택시장 동향 및 가계대출 증가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관계부처, 민간 금융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