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드론, 중국산 부품 사용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하고 획득 주도할 국방 거버넌스 정립 필요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위사업청 또한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최근 ‘해안정찰용 무인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A업체가 최종 선정됐지만, 경쟁 상대였던 B업체가 중국산 상업용 무인기와 기체형상이 사실상 같다고 문제를 제기하며 ‘계약체결 금지 및 입찰절차 속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함으로써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A업체는 중국산 기체 외형을 참고해 국내에서 설계했다고 해명했으나 지식재산권 문제와 함께 중국산 부품 사용으로 군용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미국·일본은 군용드론에 중국산 부품 사용 규제하나 한국은 관련 규정 없어
이와 같은 중국산 부품 사용과 관련, 지난 6월 14일 중원대학교가 전주대학교와 공동 주최한 ‘제1회 유무인복합체계(MUM-T) 전투발전 포럼’에서 조상근 KAIST 교수는 “군용드론은 중국산 부품 사용이 보편화되면 공급망과 보안상 문제로 유사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표자인 소영민 전주대 교수(전 특수전사령관)도 같은 문제를 언급하며 “필요하다면 동맹국과 기술협력생산을 전략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드론산업에 중국산 부품 사용은 만연돼 있다. 세계 최대 드론업체인 DJI뿐만 아니라 가성비가 뛰어난 부품이 중국 천진에 소재한 ‘FoxTech’ 같은 온라인 몰을 통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2023년 8월 군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의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고, FoxTech 또한 드론부품의 군사적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아직 중국 정부가 우리 군에 납품을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공급망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미국이 국방수권법 848조를 제정하고, 일본이 무기체계의 중국산 부품 사용 규제를 시행하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와 군은 중국산 드론부품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다. 업체로서는 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낮은 가격’을 확보하기 위해 가성비 좋은 중국산 부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공급망과 보안상 문제 때문에 소대급 소형드론조차 국방수권법을 통해 엄격히 제한하는 미국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 유사시 드론 제조·유지보수 어려운 데다 데이터 유출과 운용권 탈취 우려돼
군용드론에 중국산 부품을 사용할 경우 3가지 치명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첫째, 유사시 부품 공급망이 매우 불안해진다. 요소수 사태 당시처럼 중국 정부가 드론부품 수출을 금지하면 드론 제조에 막대한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도 제때에 할 수 없어 우리 군의 드론 운용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월 1만 대의 드론이 추락하고 그 이상의 드론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우크라이나군의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보안에 취약하다. 드론을 운용하는 소프트웨어에 백도어(정상적인 인증절차 없이 시스템에 접근 가능한 비밀통로)를 심으면 데이터 유출은 물론 드론 운용권까지 탈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소프트웨어 개발 시 오픈소스 사용과 관련한 기준이 없다. 전직 국군방첩사령부 보안 관계자는 “드론 소프트웨어가 복잡하지 않아 어느 정도 백도어 식별이 가능한 상태이며, 시험평가 과정에서 ‘보안 적합성 검증’을 통해 백도어 유무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체정비 과정에서 불법으로 부품이 교체되거나 백도어가 특정 시점에 가동될 수도 있어 모든 백도어를 찾아내긴 불가능하다. 이런 연유로 미국은 중국산 센서, 짐벌, 데이터 송수신 장치, 저장장치, 비행제어장치(FC) 모듈, 조종기 등 9개 부품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FC 모듈, 조종기 등에 대한 소프트웨어시험 인증(TTA 인증)을 받은 업체도 드물다”고 한 드론 업계 관계자는 토로했다.
■ 기술개발 주력하면 업체 운영 어려워져…기술개발 유인할 산업 육성책 필요
셋째, 드론 산업구조가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발주하는 드론 전력화 사업은 요구성능을 충족하면 저가 제품이 선정되는 구조이므로 중국산 부품을 적절히 사용하는 업체가 사업 수주에 유리하다. 국산화율(70%)도 중국산 부품은 싸고 국내 인건비는 비싸니 얼마든지 맞출 수 있다. 결국,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업체는 사업을 수주해 이익을 보고 기술개발에 주력하는 업체는 운영이 어려워지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기술기획을 담당하는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공식문건을 통해 국내 상용드론 기술을 선진국대비 3년 내외로 평가하고 있는데, 사실상 중국 부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방사청은 최근 업체에 국산 부품을 사용하라는 압박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드론 업계는 “성능 우위보다 낮은 가격이 사업 수주의 당락을 결정하는 방식은 그대로인데 국산부품을 사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따라서 중국산 부품 사용을 줄이고 업체의 기술개발을 유인할 정책이나 제도가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드론의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등 드론산업 육성책이 나와야 한다. 우선 군에 납품된 드론에서 국산 부품과 중국산 부품을 구분하고, 유통처와 원산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아 중국산 부품 사용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핵심 부품은 국산화하거나 동맹국과 기술협력생산 등을 통해 안정된 공급망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 핵심부품 국내개발 추진하되 동맹국과 기술협력생산 통해 상생방안 찾아야
그런데 현재 국방부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전담인력 부재와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외부 자문위원에 의존한 채 한발 물러서 있는 상태다. 방사청은 군용드론을 구매조달의 관점에서 바라볼 뿐 산업육성 대상으로 보지 않으며, 전력화 지연에 따른 위기감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게다가 산업육성 기능이 없는 육군이 나서고 있어 방사청이 만든 기존 제도의 활용이나 제도적 보완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의 조짐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방사청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관한 컨퍼런스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석종건 방사청장은 더글러스 부시 미 육군성 차관보를 만나 무인전투체계의 기술협력생산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국방부와 방사청이 전면에 나서서 육군과 함께 군용드론 획득이 성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한 고민의 결과로 중국산 부품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고, 국내 개발할 핵심 부품과 기술(소프트웨어 포함)이 식별돼야 한다. 아울러 국내기술로 어려운 일부 분야는 동맹국 장비를 일부 구매하거나 기술협력생산을 통해 상생하는 방안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는 ‘군용드론’의 획득을 주도할 국방 거버넌스 정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