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비은행 강화 과제...‘밸류업 핵심’ 주주환원 여력 줄어드나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7.17 08:16 ㅣ 수정 : 2024.07.17 08:16

증권 출범 이어 보험도 인수 저울질
은행 중심 사업 구조 다각화 나선다
체급 확대 전망 속 자본비율 우려도
밸류업 중심 주주환원 여력 낮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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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 임종룡 회장과 서울 중구 우리금융그룹 본사. [사진편집=뉴스투데이 김영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인수합병(M&A) 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우리금융그룹이 비(非)은행 강화와 주주환원 확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 사실상 은행 계열사 단일 체제인 현재의 사업 구조로는 성장세를 지속하기 어려운 만큼 증권·보험 계열사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꼽히지만,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본비율 하락이 주주환원 여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금융당국 인가 과정을 거쳐 다음 달 중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지난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NH농협금융지주에 구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매각했는데, 이번 우리투자증권 부활로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하게 된다. 

 

또 우리금융은 지난달 말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생명·ALB생명 지분 인수 관련 비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를 진행 중이다. 최종 무산되긴 했지만 매물로 나온 롯데손해보험 예비입찰까지 가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한양학원이 매각을 공식화한 한양증권에 대해서도 우리금융은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M&A 시장 곳곳에 등장하는 건 비은행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현재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자산운용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사실상 ‘은행 원톱’ 체제다. 올 1분기 기준 그룹 당기순이익 8240억원 중 우리은행(79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만 95.9%에 달한다. 

 

금융그룹 간 실적 경쟁에서 우리금융의 은행 중심 사업 구조는 최대 약점으로 지목된다. KB·신한·하나·NH농협금융의 경우 은행 계열사가 끌고 증권·보험 등의 비은행 계열사 밀어주는 방식으로 실적 증대를 꾀하고 있다. 반면 우리금융은 은행 외 다른 분야에서 끌어낼 수 있는 실적 규모다 워낙 적다보니 은행 의존도만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M&A 최우선 분야로 증권·보험을 지목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리투자증권 출범과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동시에 추진 중인 우리금융은 추가 M&A 가능성도 열어뒀다.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 등 핵심 분야로 사업·수익 구조를 다각화고,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를 통한 신사업 발굴로 지속가능성 확보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당장 증권·보험사만 확보해도 우리금융은 체급도 한 단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특정 은행이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아닌 만큼 은행 실적은 대동소이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은행만 가지고 하는 사업은 성장성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다는 건 수익적 측면 뿐 아니라 연계 사업 발굴이나 브랜드 인지도 제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선 우리금융의 공격적인 M&A 행보가 자본비율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금융그룹(지주)은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밸류업(Value-up)’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데, 우리금융의 경우 경쟁사보다 낮은 자본비율로 주주환원 측면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올 1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로 △KB금융 13.4% △신한금융 13.1% △하나금융 12.9% 등 경쟁사보다 낮은 편이다. CET1은 금융사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로,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시장에선 CET1을 주주환원 정책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 지표로 삼기도 한다. 

 

통상 금융그룹들은 CET1의 중장기 목표를 13%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를 넘으면 안정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평가 받는다. 다만 우리금융의 경우 조(兆) 단위가 투입되는 M&A와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등을 고려했을 때 CET1 개선이 녹록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주주환원 확대를 통한 밸류업 움직임이 경쟁사보다 더디게 나타날 것이란 우려로 이어진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선반영하는 모양새다. 우리금융은 전일 코스피(KOSPI)에서 1만477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종가 기준으로 올해 첫 거래인인 1월 2일(1만2840원) 15.0%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5만3600원에서 8만4100원으로 56.9%, 신한금융은 3만9350원에서 5만2600원으로 33.7%, 하나금융은 4만2800원에서 6만2100원으로 45.1% 오른 것과 비교하면 주가 상승 흐름이 상대적으로 느린 상황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경쟁 금융그룹 대비 낮은 CET1 속에서 비은행 자회사 확장이 추진되고 있어 주주환원율 제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가 결정된다면 인수 가격, 이후 완전자회사 추진 여부 등에 따라 CET1 부담이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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