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영업’ 큰장 선다...시중은행, 총성 없는 경쟁 돌입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7.31 08:20 ㅣ 수정 : 2024.07.31 08:20

자산 17조원 군인공제회 주거래 은행 선정
신한은행 15년 독식에 경쟁사 도전장 내나
대규모 자금 예치·운용에 고객 유치 효과도
10년 만에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 돌입
국민·기업은행 방어전, 신한은행 탈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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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군인공제회]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군(軍) 대상 영업 경쟁에 본격 돌입한다. 자산 규모 17조원의 군인공제회 주거래 은행 선정부터 47만 국군이 사용하는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까지 대형 이벤트가 연이어 예정돼 있다. 사업 기회만 얻는다면 대규모 고객 및 자금 유치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은행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31일 군인공제회에 공지된 ‘주거래 은행 선정 입찰 공고문’을 보면 이번에 계약할 은행은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2030년 12월 31일까지 최대 5년간 군인공제회 주거래 은행을 수행한다. 군인공제회는 오는 9월 3일 입찰 참가 신청서를 받고 같은 달 6일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에서 급여를 받는 군인과 군무원의 생활안정,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1984년 창립됐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조합 가입 인원은 장군과 영관, 위관, 부사관, 군무원, 일반직 등 총 17만5383명으로 집계됐다. 군인공제회의 총자산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14조3673억원, 14조8611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17조5600억원까지 급증했다.

 

현재 군인공제회의 주거래 은행은 신한은행이다. 2010년(1기)을 시작으로 2015년(2기)과 2020년(3기)까지 5년 단위 계약을 세 차례 따냈다. 신한은행은 거의 15년 동안 군인공제회와 동행하며 쌓은 경험·노하우를 바탕으로 주거래 은행 재계약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군인공제회 주거래 은행을 신한은행이 장기간 독식하고 있는 만큼, 경쟁사들의 입찰 참여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로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이 잠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군인공제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6일 진행한 주거래 은행 사업 설명회에 ‘복수의 은행’이 참석했다 정도만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주거래 은행은 해당 기관이나 기업의 자금을 예치·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수신고 확대 기회로 작용한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신규 고객도 핵심 자산 중 하나로 꼽힌다. 또 계약 기간 중 구축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각종 금융 지원이나 사업 제휴 등으로 파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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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사랑카드. [사진=KB국민카드] 

 

같은 맥락에서 국방부가 연내 진행할 예정인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자 선정도 은행권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나라사랑카드는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국군 장병에게 발급하는 체크카드로, 전역 이후 예비군 임무 수행 때까지도 쓰인다. 특히 현역병의 급여나 예비군 여비 등이 모두 나라사랑카드를 통해 입금되는 만큼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군 상비병력은 약 47만명 수준이다. 육군 기준 올해 병사 급여는 △이병(2개월) 75만원 △일병(6개월) 85만원 △상병(6개월) 100만원 △병장(4개월) 125만원이다. 18개월을 복무했을 때 총 1760만원의 급여가 나라사랑카드를 통해 입금된다. 은행 입장에선 대규모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또 중복 가입자를 고려하지 않았을 때 나라사랑카드 사업을 따내는 은행은 매년 20만명 안팎의 신규 고객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나라사랑카드를 이용하는 장병들이 대부분 20대인 걸 고려했을 때 전역 후 경제 활동에서도 주거래 은행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국방부는 나라사랑카드 발급 계약을 10년 단위로 체결한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1기)는 신한은행이 담당했고 2016년부터 2025년까지(2기)는 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이 각각 맡는다. 이번 3기 계약 역시 10년으로 설정될 전망인데, 낙점된 은행은 2035년까지 나라사랑카드 발급을 수행할 수 있다.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은 나라사랑카드 제휴 상품 혜택 확대 등을 통해 방어전에 돌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 총 1조원 규모의 대출금리 우대 등이 담긴 ‘군 상생금융 패키지’를 내놓으며 나라사랑카드 사업 탈환 의지를 내비쳤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군 쪽에 지원·기부금을 전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기관과 거래 계약을 맺었을 때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자금을 관리하면서 예치금이 증가하고, 기존에 거래하지 않았던 고객이 새로 가입하게 되는 것”이라며 “추가 협약도 가능하기 때문에 양쪽에 모두 긍정적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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